아차산 자락에 스며든, 영화처럼 깊은 구의동 손두부 한 상 맛집

새벽의 어스름이 채 가시지 않은 시간, 무거운 등산화를 끈으로 조여 매고 아차산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설렘으로 가득 찼다. 정상에서 마주할 찬란한 일출,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힐 때의 성취감, 그리고 하산 후 맛보는 시원한 막걸리 한 잔. 이 모든 것을 생각하며 부지런히 페달을 밟았다. 아차산은 내게 그런 곳이다. 일상의 고단함을 잊게 해주는 위로이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에너지원이다.

어느덧 해발고도를 높여갈수록, 뺨을 스치는 바람결이 더욱 상쾌하게 느껴졌다. 숲 내음이 코끝을 간지럽히고, 이름 모를 새들의 노랫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그렇게 한참을 오르니, 저 멀리 서울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탁 트인 전망이 눈 앞에 펼쳐졌다. 벅찬 감동과 함께, 셔터를 누르는 손길도 바빠졌다.

정상에서의 짧은 휴식을 마치고 하산을 시작했다. 내려오는 길은 한결 가벼웠다. 땀으로 젖은 몸은 시원한 바람에 금세 말랐고, 발걸음은 닿는 대로 유유자적 흘러갔다. 그렇게 산길을 따라 내려오니, 어느덧 아차산 등산로 입구에 다다랐다.

이른 아침부터 서둘렀더니, 배꼽시계가 요란하게 울어댔다. 아차산 등반 후에는 으레 들르는 곳이 있다. 바로 ‘우리콩밭손두부’. 아차산 초입, 영화사 삼거리 인근에 자리 잡은 이곳은 등산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한 맛집이다. 특히 새벽부터 문을 열어 아침 식사를 찾는 이들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곳이다. 나 역시 등산 후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망설임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가게 문을 열자, 훈훈한 온기와 함께 구수한 두부 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가게 안은 등산복 차림의 손님들로 북적였다. 삼삼오오 모여 앉아 막걸리잔을 기울이는 모습이 정겹기 그지없다. 나 또한 빈자리를 찾아 자리를 잡고 앉았다.

김치찌개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김치찌개의 향긋한 김치 내음이 코를 간지럽힌다.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뽀얀 순두부, 김치찌개, 해물파전, 두부김치… 하나같이 탐스러운 음식 사진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고심 끝에, 얼큰한 김치찌개와 고소한 모두부를 주문했다. 등산으로 땀을 흘린 터라, 시원한 막걸리도 한 병 곁들이기로 했다. 막걸리는 셀프 서비스라기에, 냉장고에서 장수 막걸리 한 병을 꺼내왔다.

주문을 마치자, 밑반찬이 하나둘 테이블 위로 차려졌다. 콩나물무침, 김치, 미역줄기볶음 등 소박하지만 정갈한 반찬들이었다. 특히 볶음김치는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것이,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잠시 후, 기다리던 김치찌개가 뚝배기에 담겨 나왔다. 붉은 국물 위로 김치와 두부, 돼지고기가 넉넉하게 들어 있었다. 보글보글 끓는 소리와 함께, 매콤한 향이 코를 자극했다. 숟가락으로 국물을 한 입 떠먹으니, 시원하고 얼큰한 맛이 온몸에 퍼져나갔다. 등산으로 지친 몸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듯했다. 김치찌개 안의 돼지고기는 잡내 없이 부드러웠고, 두부는 찌개 국물을 듬뿍 머금어 더욱 깊은 맛을 냈다.

김치찌개
잘 익은 김치와 큼지막한 두부, 그리고 돼지고기가 넉넉하게 들어간 김치찌개는 보기만 해도 든든하다.

이어서 모두부가 나왔다. 갓 만들어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모두부는, 보기만 해도 뽀얗고 부드러워 보였다. 젓가락으로 한 점 집어 간장에 살짝 찍어 먹으니, 고소한 콩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 함께 나온 볶음김치를 곁들이니, 매콤하면서도 아삭한 식감이 더해져 더욱 맛있었다. 두부 자체의 맛도 훌륭했지만, 볶음김치와의 조화가 환상적이었다.

모두부
갓 만들어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모두부. 뽀얗고 부드러운 자태가 식욕을 자극한다.

김치찌개와 모두부를 번갈아 맛보며, 막걸리잔을 기울였다. 톡 쏘는 탄산과 함께, 시원한 막걸리가 목을 타고 넘어갔다. 등산 후 마시는 막걸리라 그런지, 평소보다 훨씬 더 맛있게 느껴졌다. 주변 테이블에서도 막걸리잔을 부딪히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다들 나와 같은 마음이겠지.

혼자였지만, 전혀 외롭지 않았다. 가게 안은 활기 넘치는 분위기로 가득했고, 음식 맛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다. 등산으로 쌓인 피로가 말끔히 사라지는 듯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는데, 가게 한켠에 콩비지가 무료로 제공되고 있었다. 잊지 않고 콩비지를 한 봉지 담아왔다. 집에서 비지찌개를 끓여 먹을 생각에 벌써부터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우리콩밭손두부’는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니다. 아차산을 찾는 이들에게 든든한 에너지와 따뜻한 위로를 전하는 공간이다. 등산 후 맛보는 두부 한 상은, 그 어떤 보양식보다 훌륭하다.

가게를 나서며, 다시 한번 아차산을 올려다보았다. 푸르른 녹음이 더욱 짙어진 듯했다. 다음 주말에도 어김없이 아차산을 찾아, ‘우리콩밭손두부’에서 맛있는 식사를 해야겠다.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아차산의 정기를 듬뿍 받고, 맛있는 음식으로 배를 채우니,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이것이 바로 내가 아차산을 사랑하는 이유다. 그리고 ‘우리콩밭손두부’는 그 사랑을 더욱 깊게 만들어주는 곳이다.

우리콩밭손두부 외관
정감 있는 분위기의 ‘우리콩밭손두부’는 아차산을 찾는 이들에게 편안한 휴식처를 제공한다.

돌아오는 길, 문득 두부와 함께 곁들여 먹었던 토하젓이 떠올랐다. 짭짤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그 맛은, 고소한 두부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리는 마법과 같았다. 탱글탱글한 오징어볶음의 식감 또한 잊을 수 없다. 값싼 냉동 오징어를 사용하는 대신,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여 쫄깃한 식감을 살린 점이 인상적이었다.

해장두부라면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메뉴다.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은, 숙취 해소에 제격이다. 특히 아침 일찍 등산을 마치고 내려와 먹는 해장두부라면은, 그 어떤 음식보다 꿀맛이다.

물론 아쉬운 점도 없지 않았다. 두부와 함께 제공되는 제육볶음은, 가격에 비해 양이 적고 고기의 질도 다소 아쉬웠다. 하지만 김치찌개의 돼지고기는 생고기를 사용하여, 잡내 없이 맛있었다. 다음에는 모두부와 김치찌개만 시켜 먹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순두부
뽀얀 순두부에 양념장을 살짝 올려 먹으면, 입 안 가득 고소함이 퍼진다.

‘우리콩밭손두부’는 막걸리 종류도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장수 막걸리 외에도, 다양한 지역 막걸리를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여러 명이 함께 방문하여, 다양한 막걸리를 맛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가게 내부는 다소 협소하지만, 정겨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등산객들로 늘 붐비기 때문에, 조용히 식사를 즐기기는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북적거림 또한 ‘우리콩밭손두부’만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해물부추전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해물부추전은 막걸리와 환상의 궁합을 자랑한다.

‘우리콩밭손두부’는 아차산 등산객들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실제로 가게 안에서는 외국인 손님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만큼 ‘우리콩밭손두부’의 맛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순두부와 밥
순두부와 밥을 함께 먹으면 든든한 한 끼 식사가 완성된다.

아차산 등산 후, 땀 흘리고 먹는 ‘우리콩밭손두부’의 음식들은 그야말로 꿀맛이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까지. 이 모든 것이 ‘우리콩밭손두부’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앞으로도 아차산을 찾는 한, ‘우리콩밭손두부’는 나의 단골집으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 오늘 하루도 맛있는 음식과 함께 행복한 추억을 가득 안고 돌아간다.

두부김치
고소한 두부와 매콤한 김치의 조화는 언제나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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