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그 이름만 들어도 청량한 동해 바다가 눈 앞에 펼쳐지는 듯하다. 하지만 이번 나의 고성행은 조금 특별했다. 파도 소리 대신, ‘보배진 식학’이라는 낯선 이름이 뇌리에 박혀 떠나질 않았기 때문이다. 여름 한정으로 돈까스 샌드만을 판매한다는 이곳은, 미식 연구원인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마치 새로운 실험 과제를 앞에 둔 과학자처럼, 설렘과 기대감을 안고 아야진으로 향했다.
소문대로 ‘보배진 식학’은 아야진에서도 꽤 외진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숨겨진 보석을 찾아 나서는 여정은 언제나 흥미로운 법. 좁은 길을 따라 조심스럽게 운전해 도착한 곳은, 깔끔한 외관의 작은 식당이었다. 사진에서 보았던 것처럼, 나무로 지어진 아담한 건물이 주변 풍경과 어우러져 소박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자아냈다. 간판에는 ‘珍’이라는 한자가 큼지막하게 새겨져 있었는데, 이곳에서 맛볼 음식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더 고조시키는 듯했다.
오픈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몇몇 사람들이 테이블링 기계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3시간 웨이팅이라는 후기를 익히 들어 알고 있었기에, 서둘러 대기 등록을 마쳤다. 테이블링 앱으로는 줄서기가 안된다는 점이 아쉬웠지만, 이 정도 수고는 감수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대기 순번을 확인하고, 근처 천진해변을 거닐며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에메랄드빛 바다를 바라보며 잠시나마 여유를 즐겼지만, 머릿속은 온통 돈까스 생각뿐이었다.

드디어 내 순서가 다가왔다는 알림이 울렸다. 서둘러 식당으로 돌아가니, 깔끔한 오픈 키친이 눈에 들어왔다. 스테인리스 스틸로 마감된 주방은 청결함 그 자체였고, 셰프들은 분주하게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카운터석으로 이루어진 9개의 좌석은 아늑하면서도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혼자 방문했음에도 전혀 어색함 없이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사진에서 보았던 것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메뉴는 단 하나, 제주산 흑돈과 백돈으로 만든다는 돈까스 샌드였다. 가격은 16,000원. 다소 높은 가격이었지만, 맛에 대한 기대감이 워낙 컸기에 망설임 없이 주문했다. 잠시 후, 셰프가 직접 돈까스를 컷팅하고 플레이팅하는 모습을 눈 앞에서 볼 수 있었다. 숙련된 칼놀림으로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돈까스를 만들어내는 모습은, 마치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드디어 돈까스 샌드가 내 앞에 놓였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돈까스, 신선한 양배추 샐러드, 그리고 상큼한 레몬 조각이 한 접시에 담겨 나왔다. 돈까스 샌드의 단면을 보니, 마이야르 반응이 제대로 일어난 갈색 크러스트가 눈에 띄었다. 160도 이상의 온도에서 아미노산과 당이 반응하여 만들어지는 이 크러스트는, 돈까스의 풍미를 극대화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다. 빵은 겉면이 살짝 구워져 있어 바삭함을 더했고, 속은 촉촉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가장 먼저 돈까스 한 조각을 집어 입에 넣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식감의 조화였다. 돼지고기의 풍미는 입 안 가득 퍼져 나갔고, 육즙은 마치 폭포수처럼 흘러넘쳤다. 돼지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은은한 염지 덕분에 풍미가 더욱 살아났다. 튀김옷은 얇고 바삭했으며, 기름기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잘 조율된 오케스트라처럼, 모든 요소들이 완벽하게 어우러져 환상적인 맛을 만들어냈다.
함께 제공된 레몬 조각을 돈까스에 살짝 뿌려 먹으니, 맛이 한층 더 깊어졌다. 레몬의 산미가 돼지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주고, 풍미를 더욱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마치 촉매처럼, 레몬은 돈까스의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내는 역할을 했다. 짭짤한 맛과 신맛의 조화는, 미각을 자극하며 멈출 수 없는 식욕을 불러일으켰다.
이번에는 돈까스 샌드 전체를 한 입에 베어 물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돈까스, 신선한 양배추 샐러드, 그리고 부드러운 빵이 한데 어우러져 환상적인 맛을 선사했다. 양배추 샐러드는 아삭한 식감과 함께 신선함을 더했고, 빵은 돈까스와 샐러드를 부드럽게 감싸 안아주는 역할을 했다. 모든 재료들이 서로 조화롭게 어우러져, 하나의 완벽한 맛을 만들어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돈까스의 ‘글루타메이트’ 함량이 매우 높다는 점이었다. 글루타메이트는 감칠맛을 내는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음식의 풍미를 극대화하는 역할을 한다. ‘보배진 식학’의 돈까스는 글루타메이트 함량이 높아, 입 안에 넣는 순간 감칠맛이 폭발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미뢰가 춤을 추는 듯한 황홀한 경험이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없지는 않았다. 몇몇 리뷰에서 언급된 것처럼, 돈까스 아래 부분이 조금 눅눅한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이는 튀김옷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좌석이 9개밖에 되지 않아 웨이팅이 길다는 점도 아쉬웠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을 모두 감수할 만큼, ‘보배진 식학’의 돈까스는 훌륭했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니, 만족감이 온몸을 감쌌다. 30~40분이나 기다려야 한다는 점, 주차 공간이 마땅치 않다는 점 등 불편한 점도 있었지만, 그 모든 것을 잊게 할 만큼 맛있는 돈까스였다. 고성의 숨겨진 보석을 발견한 듯한 기분이었다.

‘보배진 식학’은 단순한 돈까스 가게가 아니었다. 셰프의 열정과 노력이 담긴, 하나의 예술 작품이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식감, 풍부한 육즙과 풍미, 그리고 신선한 재료들의 조화는, 미식 연구원인 나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보배진 식학’에서 맛본 돈까스의 여운이 계속해서 맴돌았다. ‘실험 결과, 이 집 돈까스는 완벽했습니다.’ 라는 결론을 내리며, 다음 방문을 기약했다. 여름이 끝나기 전에, 꼭 다시 한번 방문하여 이 환상적인 맛을 느껴보고 싶다. 그때는 안심도 꼭 추가해서 먹어봐야지.
‘보배진 식학’은 25년 7월부터 8월 31일까지 팝업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만약 이 글을 읽고 ‘보배진 식학’에 방문하고 싶다면, 서둘러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잊지 못할 미식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고성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보배진 식학’을 꼭 방문 목록에 추가하길 바란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