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며칠 전부터 벼르던 “산수쌈”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동명동 골목 어귀, 은은한 조명이 새어 나오는 식당 간판이 정겹게 나를 맞이했다. 예전에 산수도서관 근처에 있을 때부터 이름은 익히 들어왔던 곳, 이전을 했다는 소식에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찾아온 것이다. 왠지 모르게 오늘은, 푸짐한 쌈밥 한 상으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채우고 싶은 그런 날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생각보다 넓고 깔끔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은 이미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고, 활기 넘치는 식당 안은 맛있는 음식 냄새와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로 가득했다. 11시 40분, 점심시간이 채 시작되기도 전인데, 이미 만석이라니. 역시나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다행히 룸에 자리가 남아있어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메뉴판을 보니 우렁쌈밥정식이 1인 10,000원. 가격도 착하다. 2인 이상 주문이 가능하다는 문구를 확인하고 우렁쌈밥정식 2인분을 주문했다.

주문과 동시에 따뜻한 물이 담긴 컵이 나왔다. 차가운 물 대신 따뜻한 물을 내어주는 세심한 배려에 마음이 따스해졌다. 그리고 정말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주문한 음식이 차려지기 시작했다. 마치 미리 준비해 놓은 듯, 5분도 채 되지 않아 푸짐한 쌈밥 한 상이 눈 앞에 펼쳐졌다.
싱싱한 쌈 채소와 윤기가 흐르는 돼지 수육, 그리고 구수한 우렁 된장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10가지가 넘는 다채로운 반찬들은 하나하나 정갈하게 담겨 나왔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된장국과 밥까지, 완벽한 한 상 차림이었다. 마치 전라도 할머니 댁에 놀러 온 듯한 푸근함이 느껴졌다.

가장 먼저 쌈 채소부터 맛을 보았다. 싱싱하고 푸릇푸릇한 쌈 채소는 쌉싸름하면서도 향긋한 풀 내음을 풍겼다. 마치 갓 밭에서 따온 듯, 신선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쌈의 종류도 다양해서 좋았다.
다음으로는 우렁 된장에 눈길이 갔다. 큼지막한 우렁이 듬뿍 들어간 된장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숟가락으로 크게 떠서 맛을 보니, 짜지 않고 구수하면서도 깊은 맛이 일품이었다. 우렁이의 쫄깃한 식감도 재미를 더했다.
돼지 수육은 겉은 쫄깃하고 속은 촉촉했다. 잡내 없이 깔끔한 맛이 훌륭했다. 특히 비계를 좋아하지 않는 나조차도 쫄깃한 식감에 반해 계속 손이 갔다. 수육 전문점 못지않은 맛이었다.
본격적으로 쌈을 싸 먹기 시작했다. 쌈 채소 위에 따뜻한 밥을 올리고, 우렁 된장과 돼지 수육, 그리고 좋아하는 반찬들을 듬뿍 넣어 크게 한 쌈 싸서 입 안 가득 넣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신선한 채소의 아삭함과 쫄깃한 수육, 구수한 된장이 어우러져 환상의 조화를 이루었다. 입 안 가득 퍼지는 풍성한 맛과 향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반찬 하나하나에도 정성이 느껴졌다. 특히 무생채는 새콤달콤하면서도 아삭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쌈밥과 함께 먹으니 입 안이 개운해지는 느낌이었다. 이 외에도 콩나물, 김치, 나물 등 다양한 반찬들이 쉴 새 없이 젓가락을 움직이게 했다. 마치 전라도의 맛있는 반찬들을 한 상 가득 맛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먹다 보니 밥 한 공기를 금세 뚝딱 비워냈다. 맛있는 반찬들이 너무 많아 밥이 부족할 정도였다. 배가 불렀지만, 왠지 모르게 멈출 수가 없었다. 쌈 채소와 반찬을 리필해 다시 쌈을 싸 먹기 시작했다. 사장님은 인심 좋게 푸짐하게 리필해 주셨다.
정신없이 쌈을 싸 먹다 보니 어느새 식당 안은 더욱 북적거렸다. 점심시간이 되자 직장인들이 쏟아져 들어왔고, 테이블은 금세 만석이 되었다. 역시 동명동 점심 맛집으로 소문난 곳답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온몸에 건강한 기운이 넘치는 듯했다.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으니 기분도 좋아졌다. 1인 10,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이렇게 푸짐하고 맛있는 쌈밥을 즐길 수 있다니, 정말 만족스러웠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주차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식당 앞 도로변이나 골목에 알아서 주차해야 한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생각하면 이 정도 불편함은 감수할 수 있다.

“산수쌈”은 깔끔하고 정갈한 음식과 친절한 서비스, 그리고 저렴한 가격까지 모든 것을 갖춘 완벽한 곳이었다. 특히 쌈 채소의 신선함과 우렁 된장의 구수함, 그리고 돼지 수육의 쫄깃함은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동명동에서 맛있는 쌈밥 맛집을 찾는다면, “산수쌈”을 강력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꼭 다시 방문해야겠다.
식당을 나서며,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맛있는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 사람의 마음까지 풍요롭게 해주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오늘 “산수쌈”에서 맛본 쌈밥 한 상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