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눅눅한 대기 속 습도가 80%를 넘나드는 것을 확인하고, 곧바로 ‘오늘 저녁은 무조건 국물이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단순히 뜨끈한 국물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분석했을 때 ‘만족스러운’ 결과가 도출될 만한, 그런 깊이 있는 국물을 찾아 나섰다. 나의 레이더망에 포착된 곳은 바로 신중동역 인근의 라멘 전문점, 잇쇼니 라멘이었다. 간판에 붓으로 큼지막하게 쓰여진 “라멘” 두 글자가 왠지 모르게 장인의 향기를 풍기는 듯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자 후각을 자극하는 돼지 육수의 깊은 향이 코 점막을 강타했다. 습한 날씨에 지쳐있던 나의 후각 수용체가 드디어 깨어나는 순간이었다. 자가제면 기계와 밀가루 포대가 입구에서부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모습은, 마치 연구실 한켠에 놓인 실험 도구들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오늘, 제대로 된 실험을 할 수 있겠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매장은 아담한 편이었지만, 테이블 간 간격이 좁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벽면을 가득 채운 만화책들과 앙증맞은 피규어들이 묘하게 언밸런스하면서도 정감가는 분위기를 자아냈다. 특히, 계산대 옆에 가지런히 놓인 각양각색의 고양이 인형들은 마치 나를 향해 손짓하며 ‘어서 와, 어서 와’라고 속삭이는 듯했다. 이런 소소한 인테리어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은 음식 맛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증폭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스캔했다. 시로이멘, 카라이멘, 마제소바… 라인업은 심플했지만, 내 안의 과학자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돈코츠 육수의 묵직함을 느껴볼 수 있는 ‘시로이멘’을 주문하기로 결정했다. 벽면에 붙어있는 안내문을 보니 면의 익힘 정도와 스프의 진함 정도를 조절할 수 있다고 한다. 망설임 없이 면은 ‘단단하게’, 스프는 ‘진하게’를 외쳤다. 최적의 맛을 위한 나만의 실험 설계를 마친 것이다.

주문 후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드디어 ‘시로이멘’이 모습을 드러냈다. 뽀얀 국물 위로 얇게 슬라이스된 차슈와 반숙 계란, 숙주, 쪽파가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젓가락으로 면을 들어 올리자, 돈코츠 육수가 면발에 착 달라붙어 올라오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얇은 면발은 육수의 풍미를 더욱 진하게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된 듯했다.
첫 번째 실험, 국물 맛을 음미할 차례. 숟가락으로 국물을 떠서 입에 넣는 순간, 진한 돼지 사골 육수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마치 오랜 시간 동안 푹 고아낸 듯한 깊고 묵직한 맛이었다. 돼지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은은한 단맛과 감칠맛이 느껴졌다. 아마도 돼지 뼈에 함유된 글루타메이트와 이노시네이트가 최적의 비율로 용출된 결과가 아닐까 추측해본다. 마치 잘 만들어진 설렁탕을 먹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두 번째 실험, 면의 식감을 평가할 차례. 꼬들꼬들한 면은 내가 주문한 대로 완벽하게 삶아져 나왔다. 면의 단면을 현미경으로 확대해 보면, 글루텐 구조가 촘촘하게 짜여 있어 탄력 있는 식감을 제공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얇은 면발은 국물과의 조화가 훌륭했다. 면을 후루룩 흡입할 때마다 국물이 함께 딸려 들어오면서, 입 안에서 환상의 하모니를 만들어냈다.

세 번째 실험, 토핑과의 궁합을 알아볼 차례. 얇게 썰린 차슈는 입에 넣는 순간 사르르 녹아내렸다. 돼지 지방이 녹는 온도와 사람의 체온이 비슷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겉면에는 마이야르 반응이 살짝 일어나, 은은한 단맛과 함께 고소한 풍미를 더했다. 반숙 계란은 노른자가 촉촉하게 흘러내려, 국물에 섞어 먹으니 더욱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숙주는 아삭아삭한 식감을 더해, 라멘의 텍스처에 변화를 주었다.
라멘을 절반 정도 먹었을 때, 테이블에 놓인 마늘 분쇄기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 이 녀석을 투입할 때가 왔군’ 마늘 두 알을 분쇄기에 넣고 힘껏 짰다. 갓 짜낸 마늘의 알싸한 향이 코를 찔렀다. 분쇄된 마늘을 라멘에 넣고 섞으니, 국물 색깔이 살짝 탁해지면서 마늘 향이 은은하게 퍼져나갔다.
마늘 투입 후, 국물 맛은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진화했다. 알싸한 마늘 향이 돼지 육수의 느끼함을 잡아주고, 깔끔한 맛을 더했다. 마늘의 알리신 성분이 입 안의 세균을 억제하여, 더욱 상쾌한 기분으로 라멘을 즐길 수 있었다. 마치 실험에 촉매제를 투입한 것과 같은 드라마틱한 변화였다.

면을 다 먹고 남은 국물에 밥을 말아 먹으니, 이것 또한 별미였다. 밥알이 국물을 흡수하면서, 더욱 부드럽고 촉촉한 식감을 즐길 수 있었다. 김치나 초생강을 곁들여 먹으면, 느끼함 없이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다. 마치 완벽하게 설계된 실험의 마지막 단계를 수행하는 듯한 만족감을 느꼈다.
잇쇼니 라멘에서는 ‘시로이멘’ 외에도 다양한 메뉴를 맛볼 수 있다. 매운맛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카라이멘’을, 색다른 풍미를 경험하고 싶다면 ‘마제소바’를 추천한다. 특히, 마제소바에 다시마 식초를 살짝 뿌려 먹으면, 감칠맛이 폭발하면서 입 안에서 다채로운 향연이 펼쳐진다. 마지막에 남은 소스에 밥을 비벼 먹는 것은 필수 코스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주차 공간이 협소하다는 것이다. 건물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지만, 자리가 많지 않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또한, 화장실이 외부에 위치해 있다는 점도 약간 불편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러한 사소한 단점들은 잇쇼니 라멘의 훌륭한 맛 앞에서 모두 용서된다. 진한 돈코츠 육수와 꼬들꼬들한 면발, 그리고 정성 가득한 토핑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잇쇼니 라멘은, 내 인생 라멘 Top 3 안에 당당히 이름을 올릴 만한 맛집이다.
오늘의 실험 결과, 잇쇼니 라멘의 ‘시로이멘’은 과학적으로도, 감성적으로도 완벽한 만족감을 선사하는 음식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다음에는 ‘카라이멘’과 ‘마제소바’를 분석하기 위해 다시 방문할 예정이다. 부천에서 진정한 일본 라멘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잇쇼니 라멘을 강력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