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수레 두부의 굳게 닫힌 문 앞에서, 나는 마치 길 잃은 아이처럼 서성이었다. 며칠 전부터 벼르고 별러 찾아간 그곳은, 야속하게도 휴가 중이었다. 얇은 매직으로 적어 놓은 ‘휴가’라는 두 글자가 어찌나 야속하던지. 발길을 돌리려다,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다는 오기가 발동했다. 핸드폰을 꺼내 들고 무주를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마치 숨겨진 보석을 찾는 탐험가처럼, 나는 ‘무주, 음식점’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하며 새로운 맛집을 찾아 헤맸다.
생선구이는 안 된다는 일행의 단호한 외침에, 나는 다시 검색창을 두드렸다. 그리고 마침내, 콩수레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삼용이네”라는 간판을 발견했다. 터미널 근처라는 위치 설명에, 나는 반가운 마음에 차를 몰았다. 밖에서는 안이 보이지 않는 독특한 구조.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마치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듯한 설렘과 함께, 나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선 식당 안은, 예상외로 따뜻하고 정겨운 분위기였다. 테이블 몇 개가 놓인 아담한 공간. 그날따라 손님이 없어, 우리는 왠지 모를 어색함 속에 자리를 잡았다. 메뉴판은 단출했다. 뼈해장국과 보쌈정식. 고민할 것도 없이, 우리는 보쌈정식 2인분을 주문했다. 메뉴판 사진에서 보았던 푸짐한 보쌈과 정갈한 반찬들이 어서 빨리 눈 앞에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메뉴판 한켠에 붙어있는 ‘감자탕, 보쌈’이라는 문구가 이 집의 자신감을 드러내는 듯 했다.
잠시 후, 우리의 테이블 위로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보쌈정식이 차려졌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보쌈과,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겉절이 김치, 그리고 뚝배기에 담겨 나온 뜨끈한 국물까지. 소박하지만 정갈한 한 상 차림에, 나는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보쌈 한 점을 입에 넣는 순간, 잡내 없이 부드러운 식감이 입 안 가득 퍼져 나갔다. 돼지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촉촉하면서도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돼지 냄새에 민감한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곁들여 나온 배추에 보쌈 한 점, 무말랭이 무침을 올려 크게 한 입 베어 무니, 그 조화로운 맛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보쌈과 함께 나온 뼈해장국 국물은, 간이 딱 맞고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깊고 진한 국물 맛은, 마치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끓인 듯한 깊은 풍미를 자랑했다.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은,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우게 만드는 마성의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뼈해장국 전문점 못지않은 깊은 맛에, 다음에는 뼈해장국을 꼭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완벽한 식사에는 늘 작은 아쉬움이 따르는 법. 깍두기는 내 입맛에는 조금 아쉬웠다. 겉절이와 무말랭이의 조화가 훌륭했기에, 깍두기 대신 다른 산나물 반찬이나 쥐포 무침 같은 색다른 반찬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잘 짜여진 오케스트라 연주에, 갑자기 엉뚱한 악기 소리가 튀어나온 듯한 느낌이랄까.
또한, 콩수레 두부짜박이와 비교했을 때, 보쌈의 양이 조금 적게 느껴진 것도 사실이다. 물론 맛은 훌륭했지만, 푸짐한 인심을 기대했던 나에게는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았다. 맛은 있었지만, 콩수레라는 굳건한 단골집이 있는 나에게, 삼용이네는 아직까지는 낯선 방문객과 같은 존재였다.

나는 문득, 자주 가던 비빔밥집의 맛이 예전 같지 않게 느껴졌던 이유를 깨달았다. 비빔밥의 기본은 쌀이다. 좋은 쌀로 지은 밥에, 맛있는 고추장 양념이 더해져야 비로소 제대로 된 비빔밥 맛이 나는 것이다. 값싼 쌀과 저품질 고추장을 사용한다면, 아무리 정성껏 만들어도 그 맛은 낼 수 없을 것이다. 기본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삼용이네에서 맛본 보쌈정식은,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충분히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잡내 없이 부드러운 보쌈과 시원한 뼈해장국 국물은, 잃어버린 입맛을 되찾아주기에 충분했다. 콩수레의 휴가 덕분에 우연히 발견한 이 곳은, 앞으로 무주를 방문할 때, 또 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식당을 나서며, 나는 다시 한번 “삼용이네” 간판을 올려다봤다. 밖에서는 보이지 않던 내부의 따뜻함처럼, 이 곳은 숨겨진 보석과 같은 무주군 맛집이었다. 다음에는 꼭 뼈해장국을 먹어봐야지. 그리고 그 때는, 깍두기 대신 다른 맛있는 반찬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나는 무주의 또 다른 맛집을 찾아,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콩수레의 휴가 덕분에 시작된 나의 무주 맛집 기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앞으로 어떤 맛있는 음식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설레는 마음으로, 나는 다음 목적지를 향해 차를 몰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