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의 약속 장소를 정하기 위해 며칠을 고심했다. 특별한 날인 만큼, 흔한 프랜차이즈 식당이 아닌, 우리만의 아지트 같은 곳을 찾고 싶었다. 폭풍 검색 끝에 발견한 곳은 광명 골목 깊숙이 자리 잡은 작은 이자카야 ‘보름’이었다. 왠지 모르게 끌리는 이름과, 정갈한 음식 사진들이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드디어 방문 당일, 설레는 마음을 안고 광명행 택시에 몸을 실었다.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 주변을 둘러봤다. ‘보름’은 생각보다 더 깊숙한 골목 안에 위치해 있었다. 낡은 건물들 사이에 홀로 빛나는 듯한, 간판이 눈에 띄었다. 은은한 조명 아래, 검은색 사각형 간판에 흰색 글씨로 적힌 ‘BOREUM Izakaya’라는 문구가 세련되면서도 따뜻한 느낌을 주었다. 나무 격자문과 드리워진 흰색 천, 그리고 그 위에 그려진 독특한 문양이 발길을 멈추게 했다. 마치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문처럼 느껴졌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아늑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나를 감쌌다. 다찌 테이블만이 놓인 작은 공간은, 혼술을 즐기기에도, 조용히 담소를 나누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은은한 조명과 나무 소재의 인테리어는 편안함을 더했고, 흘러나오는 잔잔한 음악은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자리에 앉자마자 시원한 물수건과 함께 웰컴 푸드가 나왔다. 작은 카나페였는데, 신선한 재료들의 조화가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이런 사소한 서비스에서부터 ‘보름’의 세심함이 느껴졌다. 메뉴판을 펼쳐 들고 고민에 빠졌다. 사시미, 튀김, 구이, 나베 등 다양한 메뉴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제철에만 맛볼 수 있다는 시메사바(고등어 초절임)에 대한 설명이 나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날은 시메사바를 맛볼 수 없었다.
고민 끝에 사시미 모리아와세와 해장 나베, 그리고 치즈 감자를 주문했다. 술은 산토리 하이볼로 시작했다. 투명한 잔에 담긴 하이볼은 보기만 해도 청량감이 느껴졌다. 첫 모금을 마시는 순간, 입안 가득 퍼지는 위스키의 향과 탄산의 조화가 더위를 잊게 해줬다.

가장 먼저 나온 사시미 모리아와세는 신선함 그 자체였다. 도톰하게 썰린 광어, 연어, 참치, 그리고 다양한 해산물들이 보기 좋게 담겨 나왔다. 숙성회 특유의 부드러운 식감과 신선한 바다 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특히, 입에서 살살 녹는 듯한 참치의 풍미는 잊을 수 없었다.

뒤이어 나온 해장 나베는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이 일품이었다. 각종 해산물과 채소, 그리고 우동면이 푸짐하게 들어있어, 술안주로도, 식사로도 훌륭했다. 특히, 깊고 진한 국물 맛은 정말 최고였다. 전날 술을 마시지 않았음에도, 속이 풀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마지막으로 나온 치즈 감자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고소한 치즈와 짭짤한 감자의 조화는 환상적이었다. 맥주를 부르는 맛이랄까. 쉴 새 없이 젓가락이 움직였다.
음식을 맛보는 동안, 주방에서는 분주하게 요리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튀김을 튀기는 모습, 사시미를 썰어 담는 모습, 나베를 끓이는 모습 등 모든 과정이 눈 앞에서 펼쳐졌다. 특히, 깨끗하게 관리된 주방은 음식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주었다.

식사를 마치고, 헨드릭스 진토닉을 주문했다. 바 테이블에 앉아 진토닉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꽤 즐거운 경험이었다. 섬세한 손길로 만들어진 진토닉은 호텔 바에서 마시는 것 못지않은 훌륭한 맛을 자랑했다. 은은한 허브 향과 상쾌한 탄산이 입안을 깔끔하게 마무리해줬다.

‘보름’에서의 식사는 정말 만족스러웠다. 신선한 재료로 만든 맛있는 음식,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가격이 조금 비싼 감은 있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에는 꼭 시메사바를 맛보러 다시 방문해야겠다.
계산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어느덧 어둠이 짙게 내려앉아 있었다. 하지만 나의 마음은 ‘보름’에서의 행복한 기억으로 가득 차 있었다. 광명에서 이런 숨은 맛집을 발견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보름’은 나만의 아지트 같은 공간으로, 앞으로도 종종 찾게 될 것 같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문득 ‘보름’이라는 이름의 의미가 궁금해졌다. 보름달처럼 풍요롭고 따뜻한 공간이라는 뜻일까? 아니면, 한 달에 한 번 찾아오는 보름달처럼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는 뜻일까? 그 의미가 무엇이든, ‘보름’은 나에게 잊지 못할 맛집으로 기억될 것이다. 언젠가 다시 그 문을 열고 들어가, 맛있는 음식과 술을 즐기며,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
광명에 숨겨진 작은 보석 같은 이자카야 ‘보름’. 혼술을 즐기기에도 좋고, 연인과의 데이트, 친구들과의 모임에도 안성맞춤인 곳이다. 특별한 날, 특별한 사람들과 함께 방문하여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