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할머니 손잡고 장에 가면, 할머니는 늘 맛있는 냄새가 솔솔 나는 밥집으로 나를 데려가셨지. 넉넉한 인심에 푸짐한 밥상, 그 따뜻한 기억이 늘 내 마음 한 켠에 자리하고 있었어. 순천에 볼일이 있어 내려갔다가, 문득 그 시절 할머니 밥상이 그리워 제대로 된 남도 한정식을 맛보고 싶어졌어. 순천 토박이 친구에게 물어보니, 망설임 없이 “명궁관”을 추천하더구먼. 순천에서 알아주는 맛집이라면서 말이야.
시청 근처에 있다는 명궁관, 드디어 도착했어. 널찍한 주차장이 반갑게 맞아주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은은한 조명 아래 고풍스러운 한옥이 눈에 들어왔어.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테이블과 의자, 정갈하게 놓인 식기류들이 오랜 맛집의 내공을 보여주는 듯했어. 마침 늦봄이라 그런지, 중정의 작은 정원이 꽃들로 가득 차 있었는데, 그 풍경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몰라. 마치 옛날 양반집에 초대받은 기분이랄까?

자리에 앉으니, 따뜻한 물수건과 함께 메뉴판을 가져다주시네. 메뉴를 훑어보니, 굴비정식부터 용궁상까지 다양한 한정식 코스가 준비되어 있었어. 워낙 유명한 곳이라 최소 3일 전에는 예약을 해야 한다더니, 역시나 빈자리가 거의 없었어. 나는 고민 끝에 ‘남도 한상’이라는 이름에 이끌려 용궁상 정식을 주문했지. 59,000원이라는 가격이 살짝 부담스러웠지만, 귀한 손님 모시는 자리나 특별한 날에는 딱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음식들이 나오기 시작했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보기만 해도 입맛이 확 도는 육회와 사시미였어.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육회는 어찌나 신선한지, 입에 넣자마자 사르르 녹아내리는 것 같았어. 꼬득꼬득한 해삼 내장도 쌉쌀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지. 사진에서 보던 대로, 정말 푸짐한 한 상이 차려지니 눈이 휘둥그레지더라니까.

잠시 후, 갓 구워져 나온 따끈따끈한 떡갈비가 등장했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떡갈비는, 달콤 짭짤한 양념이 어우러져 정말 꿀맛이었어. 어찌나 부드러운지, 입에 넣자마자 스르륵 녹아 없어지는 것 같았어. 아이들도 참 좋아하겠다 싶었지. 떡갈비 위에 살짝 올려진 파인애플 한 조각이 느끼함까지 잡아주니, 정말 환상적인 맛이었어.
홍어 삼합도 빼놓을 수 없지. 톡 쏘는 홍어와 돼지고기 수육, 묵은 김치의 조합은 정말 최고였어. 특히 명궁관에서는 홍어전도 맛볼 수 있었는데, 이게 또 별미더라니까. 코를 톡 쏘는 홍어의 알싸함과 고소한 기름의 조화가, 정말 잊을 수 없는 맛이었어. 삭힌 정도가 딱 좋아서, 초보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겠더라.
남도 밥상의 대표 주자, 간장게장도 나왔어. 윤기가 좔좔 흐르는 게딱지에 밥을 비벼 먹으니, 밥도둑이 따로 없더라. 짜지도 않고, 비린 맛도 전혀 없이, 정말 감칠맛이 최고였어. 게딱지에 붙은 살들을 긁어모아 밥에 슥슥 비벼 먹으니, 옛날 엄마가 해주시던 바로 그 맛이 떠오르는 거 있지. 어찌나 맛있게 먹었던지, 게눈 감추듯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워냈어.

녹차물에 밥을 말아 보리굴비를 얹어 먹으니, 이야, 이거 정말 꿀맛이네. 짭짤하면서도 꼬들꼬들한 보리굴비의 식감이, 시원한 녹차물과 어우러져 입 안 가득 퍼지는 풍미가 정말 최고였어. 괜히 순천 사람들이 명궁관 보리굴비, 보리굴비 하는 게 아니었어. 녹차 향이 은은하게 퍼지면서 입안을 깔끔하게 마무리해주는 느낌이 참 좋았어. 어릴 적 할머니가 녹차물에 밥 말아주시던 추억도 새록새록 떠오르고 말이야.
반찬 하나하나에도 정성이 가득 느껴졌어. 젓갈, 나물, 김치 등,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것 없이 다 맛있었어. 특히, 흔하지 않은 양념으로 맛을 낸 반찬들은, 명궁관만의 특별한 비법이 담겨 있는 듯했어. 간이 세지 않으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지는 게, 정말 신기했지. 김치에 산초가루가 들어간 것도 특이했는데, 향긋한 향이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하더라.
식사를 마치니, 후식으로 직접 만든 조청을 뿌린 쌀떡과 4년 된 매실액으로 만든 차가 나왔어. 쫀득쫀득한 쌀떡은 달콤하면서도 고소했고, 매실차는 소화를 돕는 듯 속이 편안해지는 느낌이었어. 특히 매실차는 어찌나 진한지, 리필해서 마셨다니까. 마지막까지 이렇게 정성스러운 후식을 내어주시니, 정말 감동받았어.

명궁관에서 식사를 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직원분들의 친절함이었어.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직원분들이, 더운 날씨에도 땀을 뻘뻘 흘리시면서 음식 하나하나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주시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어. 어찌나 친절하신지, 마치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온 손주를 따뜻하게 맞아주는 할머니 같았어. 다 먹고 나갈 때는 입 헹구라며 가글까지 챙겨주시니, 정말 몸 둘 바를 모르겠더라니까.
명궁관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식당이 아닌, 정과 마음을 나누는 따뜻한 공간이었어. 음식 하나하나에 담긴 정성과 손맛,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어. 오랜만에 고향의 맛을 제대로 느끼고 돌아온 기분이야. 다음에 순천에 오면, 꼭 다시 들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부모님 모시고 와도 참 좋아하시겠다는 생각도 들고 말이야.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가격이 조금 비싸다는 것과, 2인 손님은 메뉴 선택에 제한이 있다는 점이야. 하지만, 귀한 손님을 모시거나 특별한 날에는, 충분히 그 가치를 하는 곳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워낙 인기가 많은 곳이라,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식사하기 힘들 수도 있다는 점도 참고해야 할 것 같아.
순천에서 제대로 된 남도 한정식을 맛보고 싶다면, 주저하지 말고 명궁관을 찾아가 보라고 권하고 싶어. 분명 후회하지 않을 거야. 넉넉한 인심과 푸짐한 밥상, 그리고 따뜻한 정이 가득한 명궁관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보길 바라.

돌아오는 길, 명궁관에서 받은 따뜻한 기운 덕분인지 마음이 훈훈했어. 마치 할머니가 손수 지어주신 밥을 먹고 돌아오는 기분이랄까? 순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라고 강력 추천하고 싶어. 분명 잊지 못할 순천 맛집 경험이 될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