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에서 며칠 밤을 새우며 논문을 붙잡고 씨름하던 어느 날, 문득 코를 찌르는 듯한 능이버섯의 향이 뇌리에 스쳤다. 그래, 오늘은 연구 대신 미각을 연구하는 날로 정했다. 목적지는 안성, 수안산 자락에 위치한 ‘다목원’이었다. 탁 트인 경치와 능이버섯의 조화라니, 생각만으로도 엔도르핀이 샘솟는 기분이었다.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찍고 액셀을 밟았다. ‘다목원’, 그곳에서의 미식 실험을 시작할 생각에 마음이 두근거렸다.
수안산 자락으로 접어들자, 굽이굽이 이어지는 길 너머로 ‘다목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건물 앞 넓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문을 열자 후각을 자극하는 것은 역시나 능이버섯 특유의 향긋함이었다. 마치 숲속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이 향은, 테르펜 계열의 휘발성 유기화합물 덕분일 것이다. 뇌의 후각망울을 자극하며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효과가 있다.
창가 자리에 앉으니,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탁 트인 시야, 눈 아래 펼쳐진 풍경은 마치 내가 세상의 정점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을 선사했다. 잠시 넋을 잃고 풍경을 감상하다가,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능이오리백숙’과 ‘오리주물럭’ 사이에서 잠시 갈등했지만, 결국 둘 다 맛보기로 결정했다. 과학자에게 다양한 실험 재료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니까.
예약 덕분인지, 오래 기다리지 않아 능이오리백숙이 테이블에 놓였다. 뽀얀 국물 위로 솟아오른 능이버섯의 자태는, 그 자체로 예술 작품이었다.

국물을 한 입 떠먹는 순간,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왔다. 능이버섯 특유의 향긋함과 오리 육수의 깊은 풍미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능이버섯에는 단백질 분해 효소가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오리 특유의 잡냄새를 효과적으로 제거해주는 역할을 한다. 덕분에 국물은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을 낼 수 있었다. 마치 오랜 시간 공들여 끓인 사골 육수처럼, 깊고 진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닭고기 역시 예사롭지 않았다. 토종닭 특유의 쫄깃함은 살아있으면서도, 전혀 찔기지 않았다. 섬유질 사이사이로 육즙이 가득 배어 나와, 씹을 때마다 입안에서 터져 나왔다. 이는 콜라겐과 엘라스틴 함량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능이버섯과 함께 곁들여 먹으니, 풍미가 더욱 살아나는 듯했다. 능이버섯의 쌉쌀한 맛이 닭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주고, 감칠맛을 더해주는 역할을 했다.
밑반찬 역시 훌륭했다.

잘 익은 깍두기, 신선한 샐러드, 짭짤한 장아찌 등,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특히 깍두기는 류코노스톡 메센테로이데스균에 의해 생성된 만니톨 덕분에, 특유의 시원하고 청량한 단맛을 자랑했다. 백숙과의 궁합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능이오리백숙을 어느 정도 먹고 나니, 직원분께서 죽을 준비해주셨다. 남은 국물에 찹쌀과 야채를 넣고 끓인 죽은, 그야말로 환상적인 맛이었다. 오리 육수의 깊은 풍미와 찹쌀의 쫀득함이 어우러져, 최고의 마무리를 선사했다. 죽에는 아미노산과 펩타이드가 풍부하게 녹아 있어, 뇌에 신호를 전달하여 포만감을 느끼게 해준다. 덕분에 과식을 막을 수 있었다. 아마도…
다음 타자는 오리주물럭이었다.

불판 위에 올려진 오리주물럭은, 붉은 양념과 신선한 야채의 조화로운 색감으로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했다. 160도에서 마이야르 반응이 활발하게 일어나면서, 오리고기 표면에 갈색 크러스트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 때 발생하는 향은, 페닐알라닌과 당의 반응에 의해 생성된 알데하이드 덕분일 것이다.
잘 익은 오리주물럭을 한 입 먹으니, 캡사이신이 TRPV1 수용체를 자극하며 통증과 쾌감을 동시에 선사했다.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양념은, 오리고기의 느끼함을 완벽하게 잡아주었다. 특히 함께 볶아진 야채들은, 섬유질과 비타민을 공급해주는 것은 물론, 아삭아삭한 식감으로 먹는 재미를 더해주었다.
오리주물럭을 먹는 동안, 사장님께서 아이와 함께 온 손님에게 직접 만든 파스타를 서비스로 제공하는 모습을 보았다. 놀랍게도, 그 파스타의 비주얼과 향이 전문 파스타집 못지않았다. 다음에 방문할 때는 꼭 파스타를 맛봐야겠다고 다짐했다.
‘다목원’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식사를 넘어 과학적 탐구의 여정이었다. 능이버섯의 효능, 오리고기의 마이야르 반응, 캡사이신의 작용 등, 음식 속에 숨겨진 과학적 원리들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 마치 과학 유튜버가 맛집을 탐방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실험 결과, 이 집은 안성 맛집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따뜻한 조명 아래 ‘다목원’은 더욱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문을 열고 나서는 순간, 능이버섯 향이 다시 한번 코를 간지럽혔다.
수안산 자락에서 맛본 능이오리백숙과 오리주물럭은, 오감을 만족시키는 최고의 경험이었다. 안성의 숨겨진 보석 같은 곳, ‘다목원’. 다음에는 가족들과 함께 방문하여, 이 행복한 미식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 능이버섯의 과학, 그 매력에 푹 빠져버린 하루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