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싸늘하게 불어오는 늦은 오후, 뜨끈한 국물에 밥 한 그릇 말아 후루룩 먹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들었다. 혼자 떠나는 여행, 혼밥은 이제 일상이 되었지만, 여전히 새로운 식당 문을 열 때면 괜스레 어색함이 감도는 건 어쩔 수 없다. 속초에서 혼밥하기 좋은 곳을 찾다가 발견한 “내설악 황태해장국·찜”. 이름부터가 왠지 모르게 든든함을 풍기는 이곳에서, 오늘 저녁은 굴국밥으로 정했다.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니, 생각보다 넓고 깔끔한 내부가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하고, 혼자 앉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분위기였다. 벽 한쪽에는 황태의 효능과 유래에 대한 설명이 적힌 액자가 걸려있었다. 황태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메뉴판을 보니 황태해장국, 황태미역국, 황태구이 등 다양한 황태 요리가 있었지만, 나의 목표는 오직 굴국밥! 10월부터 4월까지만 맛볼 수 있다는 계절 메뉴라는 점도 끌렸다. 굴국밥을 주문하고, 잠시 기다리는 동안 식당 안을 찬찬히 둘러봤다.
혼자 식사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나처럼 여행 온 듯한 사람들, 동네 주민으로 보이는 어르신들… 다들 편안하게 식사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혼밥 레벨이 살짝 올라간 느낌이랄까? 괜히 마음이 놓였다. 이런 분위기라면 혼자 밥 먹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겠다 싶었다.
드디어 굴국밥이 나왔다. 뽀얀 국물 위로 송송 썰린 파와 김 가루가 듬뿍 올려져 있었다. 뜨거운 김이 코끝을 간지럽히는 순간, 나도 모르게 침이 꼴깍 넘어갔다. 뚝배기 안에는 밥이 말아져 나왔다. (굴국밥 주문 시 밥이 말아져 나오는 스타일이라는 점, 참고!) 국물부터 한 숟갈 떠서 맛을 봤다. 와… 진짜 시원하다! 굴 특유의 향긋함과 깔끔한 국물이 입안 가득 퍼지는 느낌이었다. 다른 곳에서는 콩나물이나 계란을 넣어 굴국밥을 끓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오직 미역과 굴만 사용해서 국물을 낸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훨씬 더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 느껴졌다. 완전 내 스타일!

굴도 어찌나 싱싱한지,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식감이 정말 좋았다. 큼지막한 굴들이 아낌없이 들어가 있어서, 먹는 내내 행복했다. 혹자는 굴국밥 속 굴 중에 알배기 굴이 있어 먹지 않는다고도 하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굴의 풍미가 더 진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굴 자체가 신선해서 달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왜 사람들이 인생 굴국밥이라고 하는지, 먹어보니 바로 알 수 있었다.
반찬도 하나하나 정갈하고 맛있었다. 특히 갓김치와 묵은 김치는 굴국밥과 환상의 궁합을 자랑했다. 아삭아삭한 식감도 좋고, 적당히 익은 맛이 입맛을 돋우었다. 멸치볶음, 무말랭이 등 다른 반찬들도 하나같이 맛있어서, 굴국밥 한 그릇을 순식간에 비워냈다. 셀프바에서 김치를 더 가져다 먹을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옆 테이블에서는 황태구이 정식을 시켜 먹고 있었다. 매콤한 양념에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황태구이가 어찌나 맛있어 보이던지… 다음에는 꼭 황태구이 정식을 먹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황태만으로 국물을 내서 진하고 구수한 맛이 좋다는 평처럼, 황태 요리 전문점다운 내공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갔는데, 사장님께서 정말 친절하게 맞아주셨다. 혼자 온 나를 배려해서 안쪽 자리로 안내해 주신 것도 감사했는데, 맛있게 먹었냐고 물어봐 주시니 더욱 기분이 좋았다. 사장님의 따뜻한 미소 덕분에, 혼밥의 어색함은 눈 녹듯이 사라졌다.
“혼자 여행 오셨어요?” 사장님의 질문에 “네, 속초에 바람 쐬러 왔어요”라고 대답했다. 사장님께서는 속초의 다른 맛집 정보도 알려주시면서, 혼자 여행하는 나를 응원해주셨다. 왠지 모르게 뭉클해지는 순간이었다. 혼자여도 괜찮아!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사람들 덕분에, 속초 여행의 첫 단추를 기분 좋게 꿸 수 있었다.

“내설악 황태해장국·찜”은 아침 일찍 문을 여는 곳이라, 아침 식사를 하기에도 좋다. 깔끔하고 든든한 황태해장국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매장이 청결하고, 직원분들도 친절해서 더욱 만족스러웠다. 특히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혼밥하기에도 전혀 부담 없고,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분위기 덕분에 힐링할 수 있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오니,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노을을 감상하며 속초 해변을 따라 산책을 했다. 맛있는 굴국밥 한 그릇과 따뜻한 사람들의 정 덕분에, 오늘 하루도 행복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속초에 다시 오게 된다면, “내설악 황태해장국·찜”은 꼭 다시 방문할 것이다. 그때는 황태구이 정식에 도전해야지! 오늘도 혼밥 성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