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정과 건강한 맛, 제주 조천 맛집 ‘빌레와너드랑’에서 혼밥으로 즐기는 웰빙 가정식

혼자 떠나는 제주 여행은 언제나 설렘 반, 걱정 반이다. 특히 혼밥은 늘 고민거리인데, 관광지 식당은 왠지 뻘쭘하고 그렇다고 편의점 도시락만 먹을 수는 없지 않나. 그러다 발견한 곳이 바로 조천읍 선흘리에 위치한 ‘빌레와너드랑’이다. 이름부터 정겨운 이곳은 제주 현지인들 사이에서 ‘엄마 손맛’으로 입소문 난 가정식 백반 전문점이라고 한다. 혼밥족에게도 따뜻한 밥 한 끼를 선사해 줄 것 같은 예감에 망설임 없이 차를 몰았다.

네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대로 좁은 시골길을 따라 들어가니, 아담한 2층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주변은 온통 푸른 녹음으로 둘러싸여 있어 마치 숲 속에 숨겨진 작은 산장 같은 느낌이었다. 가게 앞에 도착하니, 나무 간판에 정갈하게 쓰인 ‘빌레와 너드랑’이라는 글씨가 왠지 모르게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빌레와너드랑 외관
정겨운 분위기의 ‘빌레와 너드랑’ 외관. 나무로 된 간판과 건물이 주변 자연과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따뜻한 나무 내음이 코를 간지럽혔다. 테이블은 4인 테이블 몇 개가 전부인 아담한 공간이었지만, 혼자 온 나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편안한 분위기였다. 벽에는 손님들이 남긴 듯한 낙서와 그림들이 붙어 있었고, 한쪽 벽면에는 메뉴가 적힌 나무 간판이 걸려 있었다. 나무로 만들어진 메뉴판에는 ‘웰빙정식’, ‘나무비빔밥’, ‘들깨수제비’ 등의 메뉴가 눈에 띄었다. 메뉴 옆에는 앙증맞은 그림이 그려져 있어 보는 재미를 더했다.

나는 웰빙정식을 주문했다. 혼자 여행 왔을 때는 이것저것 다양하게 맛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니까. 주문을 마치고 가게 내부를 둘러봤다. 나무로 된 벽에는 직접 그린 듯한 그림 액자들이 걸려있었는데, 소박하면서도 정감이 갔다. 특히 눈에 띄는 건 가게 이름인 ‘빌레와 너드랑’에 대한 설명이었다. 제주 방언으로 ‘빌레’는 볕에 말라있는 땅, ‘너드랑’은 넓은 평상을 의미한다고 한다. 부부가 함께 40년 넘게 살아온 넉넉한 평상이라는 뜻일까.

잠시 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웰빙정식이 나왔다. 쟁반 가득 차려진 반찬 가짓수에 입이 떡 벌어졌다. 12가지나 되는 나물 반찬과,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참돔 구이, 그리고 구수한 된장국까지. 정말 푸짐한 한 상이었다.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기분이랄까.

웰빙정식 한상차림
12가지 나물 반찬과 참돔 구이, 된장국으로 구성된 웰빙정식.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듯한 푸짐한 한 상이다.

젓가락을 들어 먼저 나물 반찬부터 맛봤다. 쌉쌀한 맛이 매력적인 고사리나물, 아삭한 식감이 살아있는 콩나물무침, 향긋한 참나물 무침 등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간도 세지 않아 나물 본연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좋았던 건, 평소에 잘 먹지 않던 나물들도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역시 엄마 손맛은 다르구나 싶었다.

이번에는 참돔 구이를 맛볼 차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게, 정말 꿀맛이었다.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지는 게,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뼈를 발라내 살만 먹으니 더욱 부드럽고 맛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혼자 먹기에는 양이 조금 많았지만, 워낙 맛있어서 남길 수가 없었다.

참돔구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참돔 구이.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된장국도 빼놓을 수 없었다. 시골 된장으로 끓인 듯, 깊고 구수한 맛이 일품이었다. 두부와 배추가 듬뿍 들어가 있어 씹는 맛도 좋았다. 뜨끈한 국물을 마시니 속이 확 풀리는 기분이었다. 밥 한 숟갈에 나물 반찬을 올려 먹고, 된장국으로 입가심하니 정말 완벽한 식사였다.

된장국
깊고 구수한 맛이 일품인 된장국. 두부와 배추가 듬뿍 들어가 있어 씹는 맛도 좋다.

식사를 하면서, 사장님 부부의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맛있게 드세요”라는 짧은 인사에도 진심이 느껴졌고, 부족한 반찬은 더 가져다주시겠다며 살뜰히 챙겨주셨다. 마치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 놀러 온 듯한 푸근함이랄까. 혼자 여행하면서 느끼는 외로움이 싹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깨끗하게 비워진 웰빙정식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정 덕분에 웰빙정식을 싹 비웠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하니, 사장님께서 “어디서 오셨어요?”라고 물으셨다. 서울에서 혼자 여행 왔다고 말씀드리니, “혼자 밥 먹기 힘들 텐데, 맛있게 드셨다니 다행이네”라며 따뜻하게 웃어주셨다. 왠지 모르게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오니, 바로 옆에 흐린내생태공원이 있었다. 잠시 산책을 즐기기로 했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천천히 걷다 보니, 소화도 잘 되는 것 같고 기분도 상쾌해졌다. 연못에는 연꽃이 피어 있었는데, 그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다.

흐린내생태공원
식당 바로 옆에 위치한 흐린내생태공원. 식사 후 산책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빌레와너드랑’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따뜻한 위로와 힐링을 선물해 준 경험이었다. 혼자 여행하면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따뜻한 정을 느끼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혼밥하기 좋은 제주 맛집을 찾는다면, 주저 없이 ‘빌레와너드랑’을 추천하고 싶다. 분명 잊지 못할 제주 맛집 추억을 만들어 줄 것이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꼭 다시 방문해야겠다.

메뉴 안내
나무 간판에 손글씨로 적힌 메뉴. 정겨운 분위기를 더한다. 웰빙정식 외에도 다양한 메뉴가 준비되어 있다.

오늘도 혼밥 성공! 혼자여도 괜찮아. 제주에서의 혼밥은 언제나 옳다. 특히 ‘빌레와너드랑’처럼 따뜻한 정이 느껴지는 곳이라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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