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드디어 왔다, 드디어! 벼르고 벼르던 하동행, 그 이유는 단 하나, 바로 ‘명성콩국수’ 때문이었다. 4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묵묵히 콩국수 외길을 걸어왔다는 이 집, 전부터 하동 맛집으로 명성이 자자했는데, 드디어 내 두 눈과 입으로 직접 확인할 기회가 온 것이다! 부산에서 새벽부터 서둘러 출발한 보람이 있어야 할 텐데.
솔직히 콩국수, 어릴 땐 질색이었다. 밍밍하고 느끼한 그 맛을 대체 왜 먹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입맛도 변하는 걸까? 어느 순간부터 콩국수의 고소함과 시원함이 사무치게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특히 요즘처럼 푹푹 찌는 날씨에는 더더욱!
하동에 도착하자마자 네비게이션에 ‘명성콩국수’를 찍고 곧장 달렸다. 구 터미널 근처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갔는데, 3개월 전에 확장이전했다는 반가운 소식! 더욱 깔끔해진 모습으로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가게 앞에 도착하니 ‘1976. 9. 23 이곳에서 개업’이라고 큼지막하게 쓰인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이야… 47년 전통이라니, 이 정도면 거의 문화재 급 아닌가? 왠지 모르게 경건한 마음까지 들었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니 생각보다 널찍하고 깔끔했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메뉴는 단촐하다. 콩국수, 참깨죽, 콩물, 식혜, 호박죽, 팥죽. 메뉴가 많지 않다는 건, 그만큼 자신 있는 메뉴에 집중하겠다는 사장님의 의지일 터! 나는 당연히 콩국수를 주문했다. 곱배기를 시키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곱배기는 안 된다고. 대신 사리 추가는 가능하다고 하니, 양이 부족한 분들은 참고하시길!
주문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콩국수가 나왔다.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겨 나온 뽀얀 콩국수의 비주얼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마치 잘 끓인 사골국물처럼 뽀얗고 진한 색깔, 그 위에는 김가루와 오이채, 깨소금이 살짝 뿌려져 있었다. 면은 기계로 바로 뽑아내서 그런지 탱글탱글함이 살아있었다.

자, 이제 드디어 맛을 볼 차례! 콩국수 국물을 한 입 들이켜는 순간, 와… 이거 미쳤다! 진짜 찐하고 고소한 콩물이 입안 가득 퍼지는데, 그 어떤 미사여구로도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왔다. 시판 콩국수처럼 인위적인 단맛이나 땅콩버터 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로지 콩 본연의 깊고 풍부한 맛! 국산 콩을 직접 갈아 만든 콩물이라 그런지, 확실히 차원이 달랐다. 콩의 풋내도 살짝 느껴지는 듯했는데, 오히려 그게 더 매력적이었다.
면발도 아주 훌륭했다. 굵고 탱글탱글한 면발이 콩물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후루룩 면치기를 할 때마다 입안 가득 퍼지는 콩의 고소함! 면발에도 콩물이 제대로 배어 있어서, 씹을수록 더욱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 솔직히 면, 콩물 둘 다 내 스타일.
테이블 위에는 소금과 설탕이 놓여 있었다. 콩국수는 역시 자기 취향에 맞게 간을 해 먹어야 제맛! 나는 소금과 설탕을 아주 살짝 넣어서 먹어봤다. 살짝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더해지니, 콩국수의 풍미가 더욱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콩국수와 함께 나오는 김치도 빼놓을 수 없다. 솔직히 콩국수 맛집은 김치 맛도 중요한 법! 명성콩국수의 김치는 푹 익은 묵은지 스타일이었는데, 새콤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콩국수와 정말 잘 어울렸다. 살짝 느끼할 수 있는 콩국수의 맛을 묵은지가 깔끔하게 잡아주는 느낌이랄까? 콩국수 한 입, 김치 한 입 번갈아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정신없이 콩국수를 흡입하다 보니 어느새 그릇이 텅 비어 있었다. 아… 진짜 대박… 이렇게 맛있는 콩국수는 정말 오랜만에 먹어보는 것 같다. 솔직히 콩국수 별로 안 좋아한다던 옛날의 나, 멱살 잡고 반성시켜야 한다.
계산을 하려고 보니, 벽에 붙어있는 메뉴판에 ‘콩 생산지 및 거래내역’이 떡하니 붙어있는 것이 아닌가! 와… 진짜 국내산 콩, 그것도 하동에서 직접 재배한 콩만 사용한다는 사장님의 자부심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이런 정직함과 고집이 47년 전통의 맛을 지켜온 비결이겠지.
참고로 명성콩국수는 현금 결제만 가능하다. 하지만 이 정도 맛이라면 현금이 전혀 아깝지 않다. 오히려 카드 안 되는 게 감사할 정도. (카드가 됐으면 아마 콩물까지 포장해왔을지도…)
나오는 길에 식혜도 한 병 샀다. 밥알이 동동 떠 있는, 딱 봐도 직접 만든 듯한 비주얼! 역시나 식혜도 진짜 레전드였다. 적당히 달콤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콩국수의 여운을 더욱 깊게 만들어주는 느낌이었다.
명성콩국수, 왜 하동 사람들이 이 집을 맛집이라고 부르는지, 왜 47년 동안이나 사랑받아왔는지, 직접 먹어보니 알 수 있었다. 단순히 맛있는 콩국수를 파는 곳이 아니라, 세월과 정성이 깃든 ‘하동의 맛’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었다.

다음에 하동에 오게 된다면, 무조건 명성콩국수에 다시 들를 것이다. 그때는 참깨죽도 꼭 먹어봐야지! 그리고 콩물도 한 병 포장해서, 부산에 있는 가족들에게도 이 맛을 전해주고 싶다.
진짜, 하동 명성콩국수는 콩국수를 싫어하는 사람도, 콩국수를 사랑하는 사람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곳이라고 확신한다. 올여름, 시원하고 고소한 콩국수 한 그릇으로 더위를 날려보는 건 어떨까?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