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학산 자락 아래, 낡은 무학상가의 시간마저 품어 안은 듯한 “일동실비”. 어린 시절 아버지의 손을 잡고 왔던 이곳을, 이제는 내가 찾아와 앉아 있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외관과 공용 화장실의 낡음조차, 이 집의 깊은 맛을 덮을 수는 없다. 오히려 그 세월이 맛을 더 깊게 만드는 건지도 모른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왁자지껄한 소리가 정겹게 맞이한다. 빈틈없이 들어찬 손님들 사이로, 분주하게 움직이는 종업원들의 모습에서, 이곳이 얼마나 오랫동안 사랑받아 왔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밑반찬이 깔린다. 묘하게 김 가루가 묻어있는 듯한 당근과 콜라비 스틱. 짭짤하면서도 신선한 맛이 입맛을 돋운다. 마치 어릴 적 할머니가 만들어주시던 소박한 반찬처럼, 투박하지만 정겨운 맛이다. 그리고, 이 집의 또 다른 매력 포인트, 치킨무를 비롯한 여러 가지 스틱 야채들을 마음껏 가져다 먹을 수 있다는 점! 인심 좋은 주인장의 넉넉한 마음이 느껴진다.

메뉴판을 펼쳐 들자, 닭, 해산물, 탕 등 다양한 메뉴들이 눈에 들어온다. 오랜 고민 끝에, 이 집의 대표 메뉴인 통닭과, 닭도리탕, 닭곱창을 반반 섞어서 주문했다. 그리고, 명태전도 빼놓을 수 없지. 잠시 후, 테이블 위로 하나 둘씩 음식들이 차려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역시 통닭이었다. 갓 튀겨져 나온 통닭은, 황금빛 튀김옷을 입고,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나를 유혹했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닭다리 하나를 덥석 집어 들었다. 바삭!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먹던 바로 그 맛이었다. 닭 껍질은 바삭하고, 속살은 촉촉했다. 과하지 않은 간은, 닭 본연의 맛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주었다.

닭도리탕과 닭곱창은, 매콤한 양념 냄새부터가 예술이었다. 닭고기는 부드럽고, 곱창은 쫄깃했다. 매콤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양념은,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특히, 닭곱창은 처음 먹어보는 메뉴였는데, 닭고기와 곱창의 조화가 생각보다 훌륭했다. 술안주로도 제격일 듯했다. 깊고 진한 국물은, 숟가락을 멈출 수 없게 만드는 마성의 매력이 있었다.
명태전은, 얇게 부쳐져 나왔다. 고소한 기름 냄새와 함께, 부드러운 명태 살이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 간장에 살짝 찍어 먹으니, 그 맛이 더욱 풍부해졌다. 어릴 적 명절 때마다 할머니가 부쳐주시던 명태전과 비슷한 맛이었다. 추억이 깃든 맛은, 언제나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테이블 위는 텅 비어 있었다. 배는 불렀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통닭 한 마리를 더 포장하기로 했다. 다음날, 가족들과 함께 이 맛있는 통닭을 나눠 먹고 싶었다.
계산을 하고 가게를 나서려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환한 미소로 인사를 건네셨다. “다음에 또 오세요!” 그 따뜻한 인사에, 왠지 모르게 마음이 훈훈해졌다.
일동실비는, 단순한 맛집 이상의 의미를 지닌 곳이었다. 오랜 세월 동안 변함없는 맛과, 푸근한 인심, 그리고 추억이 함께하는 곳. 나는 이곳에서, 맛있는 음식과 함께, 어린 시절의 따뜻한 기억을 다시 한번 떠올릴 수 있었다.

낡은 무학상가를 나서며, 나는 다시 한번 일동실비를 돌아봤다. 변함없는 모습으로,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는 일동실비. 앞으로도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맛집으로 남아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 또한, 가끔씩 이곳에 들러, 맛있는 음식과 함께 추억을 되새기며, 힘든 일상을 잠시나마 잊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
주차 공간이 부족한 점은 아쉽지만, 그 모든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이다. 특히, 옛날 통닭의 맛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다음에는, 신선한 해산물 요리에도 도전해 봐야겠다. 계절마다 바뀌는 해산물 메뉴는, 언제나 나를 설레게 한다.
마산 일동의 숨겨진 보석 같은 맛집, “일동실비”. 이곳에서, 시간이 멈춘 듯한 공간 속에서, 맛있는 음식과 함께,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분명, 잊지 못할 경험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