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어머니 손을 잡고 찾았던 그 낡은 식당의 문턱을 다시 넘는 순간은 언제나 특별하다. 창녕, 기억 속 풍경처럼 정겨운 이 곳에 자리한 동삼식당은 그런 의미에서 내겐 단순한 식당 이상의 존재다. 1965년부터 이어져 왔다는 간판 글씨는 희미해졌지만, 그 세월의 흔적은 오히려 깊은 신뢰감을 준다.
낡은 나무 간판 아래,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미닫이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똑, 닥” 경쾌한 소리가 귓가에 울리며, 어린 시절 추억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변함없는 모습으로 손님들을 맞이하는 식당 안은,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였다.

벽에 붙은 메뉴판은 단촐하다. 김밥, 물국수, 비빔국수, 떡국. 오랜 시간 동안 이 메뉴들을 지켜왔다는 듯, 메뉴판에서도 묵직한 고집이 느껴진다. 나는 늘 먹던 대로 김밥 한 줄과 물국수를 주문했다.
주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김이 모락모락 나는 물국수가 눈 앞에 놓였다. 멸치 육수의 은은한 향이 코 끝을 간지럽혔다. 투명하게 빛나는 국수 면발 위로 김 가루와 잘게 썰린 파가 넉넉하게 뿌려져 있었다.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겨 나온 소박한 모습이지만, 그 안에는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변함없이 지켜온 맛에 대한 자부심이 담겨 있는 듯했다.
젓가락으로 면을 휘저어 한 입 가득 입에 넣었다. 후루룩 소리와 함께 부드러운 면발이 목을 타고 넘어갔다. 멸치 육수의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짭짤하면서도 감칠맛 도는 국물은 어린 시절,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잔치국수 맛과 닮아 있었다. 특별한 재료가 들어간 것도 아닌데, 이토록 깊은 맛을 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물국수를 몇 젓가락 먹으니, 기다리던 김밥이 나왔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김밥은 꼬소한 참기름 냄새를 풍겼다. 햄, 계란, 단무지, 당근, 오이.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재료들이지만, 묘하게 조화로운 맛을 냈다. 밥알은 고슬고슬했고, 재료들은 신선했다. 입 안에서 어우러지는 맛은, 역시 ‘원조’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았다.

김밥 한 조각을 입에 넣고, 따뜻한 국물로 입가심을 했다. 김밥의 짭짤함과 국물의 시원함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며 입 안을 행복하게 만들었다. 이 맛은 마치 뉴욕 한복판에서 즐기는 고급 레스토랑의 음식에 비견될 만큼 황홀했다. 소박한 분식 메뉴인데도, 묘하게 고급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식사를 하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음식을 즐기고 있었다. 혼자 와서 조용히 국수를 먹는 할아버지, 친구들과 함께 김밥을 나눠 먹는 여고생들, 아이와 함께 떡국을 먹는 젊은 부부까지. 동삼식당은 창녕 사람들의 삶 속에 깊숙이 자리 잡은,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간이었다.
벽 한쪽에는 원산지 표시가 붙어 있었다. 쌀, 김치, 배추, 고춧가루, 돼지고기, 콩, 참기름. 모두 국내산 재료만을 사용한다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좋은 재료를 사용하여 정성껏 음식을 만드는 것이,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는 비결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동삼식당의 김밥과 국수를 먹으면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렸다. 철없이 뛰어놀던 골목길, 친구들과 함께 땀 흘리며 뛰어놀던 운동장, 그리고 어머니가 해주셨던 따뜻한 밥상까지. 동삼식당은 단순한 식당이 아니라, 내 삶의 한 부분을 이루는 소중한 공간이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예전에 비해 가격이 조금 오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변함없는 맛과 정성을 생각하면, 충분히 감수할 만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면서, 주인 아주머니께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오랜만에 왔는데, 여전히 맛있네요.” 아주머니는 환한 미소로 답해주셨다. “자주 오세요. 항상 변함없는 맛으로 기다리고 있을게요.”

식당 문을 나서면서, 왠지 모를 벅찬 감동이 밀려왔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고, 동삼식당이 앞으로도 오랫동안 창녕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공간으로 남아 있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창녕을 방문할 일이 있다면, 동삼식당에 들러 김밥과 국수 한 그릇을 꼭 맛보길 추천한다. 화려한 맛은 아니지만, 소박하고 정겨운 맛에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맛을 통해, 창녕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창녕의 풍경은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따뜻한 햇살 아래, 논밭은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들은 춤을 추는 듯했다. 나는 창녕의 아름다운 자연과 동삼식당의 따뜻한 맛을 가슴에 품고, 다음을 기약하며 발길을 돌렸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분명 다시 동삼식당을 찾을 것이다. 그곳에서 변함없는 김밥과 국수를 맛보며, 어린 시절의 추억을 다시 한번 떠올릴 것이다.
언젠가 다시 찾을 그 날을 기다리며, 동삼식당에서의 행복했던 기억을 오래도록 간직해야겠다. 창녕의 숨겨진 보석 같은 맛집, 동삼식당은 내 마음속 영원한 맛집으로 기억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