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 맛집, 낡은 이름 속에 숨겨진 감성, 성북동 디너쑈에서 맛본 특별한 퓨전 이탈리안

어디 괜찮은 밥집 없을까, 친구 녀석의 물음에 머릿속 맛집 폴더를 뒤적거렸다. 너무 뻔한 곳은 싫고, 그렇다고 너무 실험적인 곳도 부담스럽고. 그러다 문득 떠오른 곳이 바로 성북역사문화공원 앞에 자리한 “성북동 디너쑈”였다. 낡은 간판에서 느껴지는 올드한 분위기와는 달리, 내부는 완전 딴판으로 감성적인 퓨전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라고 하더라. 게다가 2층, 3층, 루프탑까지 갖춘 꽤 큰 규모라니, 기대감을 안고 출발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차를 가져갔더니 주차 공간이 마땅치 않았다. 결국 근처 골목을 몇 바퀴나 빙빙 돌다가 겨우 자리를 찾아 주차하고, 조금 걸어서 도착했다. 건물 입구부터 심상치 않았다. 알록달록한 단풍잎 모형들이 계단에 가득 뿌려져 있어서, 마치 가을 낙엽길을 걷는 듯한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물론 진짜 나뭇잎이 아니라 모조품이었다는 사실에 살짝 김이 빠지긴 했지만, 덕분에 사진 찍기에는 더 좋았다. 인공 단풍이지만 뭐 어때, 예쁘면 된 거지!

노란색 벽과 '디너쑈' 간판이 보이는 루프탑 풍경
루프탑으로 향하는 길, 노란 벽이 인상적이다.

들어가자마자 눈에 띈 건 루프탑으로 향하는 계단 옆 노란색 벽이었다. 쨍한 노란색이 묘하게 힙한 분위기를 풍겼다. 나중에 알고 보니 루프탑 자체가 노란색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어서, 사진 찍는 사람들 사이에서 핫플레이스라고 하더라. 나는 아쉽게도 저녁에 방문해서 루프탑의 제대로 된 풍경을 감상할 수는 없었지만, 다음에 낮에 꼭 다시 와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원래는 네이버 예약을 해야 한다고 들었는데, 오픈 시간에 맞춰 갔더니 다행히 예약 없이도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메뉴판을 펼쳐보니 파스타, 리조또는 기본이고 스테이크, 오므라이스, 심지어 김치볶음밥까지, 정말 다양한 메뉴가 있었다. 퓨전 이탈리안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메뉴 구성도 꽤나 퓨전스러웠다. 뭘 먹어야 하나 고민하다가,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라는 ‘삼합’과 ‘베이컨크림 오므라이스’를 주문했다.

차돌박이 샐러드 파스타 '삼합'의 모습
이 집의 시그니처 메뉴, 차돌박이 샐러드 파스타 ‘삼합’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삼합’이 나왔다. 차돌박이 불고기, 깻잎 채, 그리고 파스타 면이 한 접시에 담겨 나왔는데, 비주얼부터가 특이했다. 깻잎을 채 썰어서 차돌박이와 파스타 면을 함께 먹는 조합이라니, 상상만으로는 어떤 맛일지 짐작하기 어려웠다. 젓가락으로 면과 고기, 깻잎을 한꺼번에 집어서 입에 넣으니, 오잉? 생각보다 훨씬 맛있었다. 살짝 달짝지근한 차돌박이 불고기와 향긋한 깻잎, 그리고 쫄깃한 파스타 면의 조화가 꽤 괜찮았다. 깻잎 향이 강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은은하게 풍기는 깻잎 향이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이어서 ‘베이컨크림 오므라이스’도 등장했다. 뽀얀 크림 소스에 푹 잠긴 오므라이스의 모습이 마치 수프를 연상시켰다. 숟가락으로 오므라이스와 크림 소스를 함께 떠서 먹으니, 부드러운 오므라이스와 고소한 크림 소스가 입 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렸다. 맛있긴 했지만, 확실히 느끼한 감은 있었다. 느끼한 걸 잘 못 먹는 사람이라면, 다른 메뉴를 선택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크림 소스에 잠긴 오므라이스의 모습
비주얼부터 독특한 베이컨크림 오므라이스

참, 여기 테이블마다 형광색 마커펜 3종이 놓여 있는데, 와인잔에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써도 된다고 하더라. 술을 잘 못 마시는 나는 그냥 펜만 만지작거렸지만, 연인끼리 와서 서로의 와인잔에 그림을 그려주면 정말 로맨틱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소소한 이벤트 덕분에, “성북동 디너쑈”는 더욱 특별한 공간으로 느껴졌다.

전체적으로 평범한 듯하면서도 독특한 맛이 있는 이탈리안 음식점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메뉴 하나하나에 정성이 느껴졌고, 양도 꽤 푸짐했다. 특히 김치볶음밥은 치즈와 계란 폭탄이 얹혀서 오므라이스처럼 보인다고 하니, 다음에는 김치볶음밥도 한번 먹어봐야겠다. 아, 그리고 여기 애완동물 동반도 가능하다니, 강아지나 고양이와 함께 방문해도 좋을 것 같다.

저녁에 방문했더니 실내가 조금 어두워서 아쉬웠지만, 은은한 조명 덕분에 분위기는 오히려 더 좋았다. 벽돌로 마감된 벽면과 빈티지한 가구들이 어우러져, 아늑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자아냈다. 흘러나오는 음악도 잔잔하니 좋아서, 친구와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면서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다양한 메뉴들이 놓여있는 테이블
푸짐한 양과 독특한 비주얼을 자랑하는 메뉴들

다 먹고 나니 배가 엄청 불렀다. 솔직히 말하면 ‘삼합’은 기대했던 것만큼 엄청나게 맛있는 건 아니었지만, 독특한 콘셉트와 맛 덕분에 한 번쯤 먹어볼 만한 메뉴였다. ‘베이컨크림 오므라이스’는 느끼한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만족할 만한 맛이었다. 다음에는 다른 메뉴들도 한번 도전해봐야겠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친구와 함께 “여기 분위기 진짜 좋다”를 연발했다. 낡은 이름과는 다르게, 내부는 정말 감성적인 공간이었다. 음식 맛도 괜찮았고, 직원들도 친절해서 기분 좋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다음에 성북 지역에 갈 일이 있다면, 꼭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이다.

테이블 위에 놓인 여러 메뉴들
다채로운 메뉴를 한 상 가득 즐겨보자.

총평하자면, “성북동 디너쑈”는 낡은 이름 속에 숨겨진 보석 같은 공간이었다. 맛있는 음식, 감성적인 분위기,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성북 지역에서 특별한 맛집을 찾는다면, “성북동 디너쑈”를 강력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루프탑 테이블 좌석
날씨 좋은 날엔 루프탑에서 즐기는 것도 좋을 듯.
오므라이스 확대 사진
장미꽃을 닮은 오므라이스의 아름다운 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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