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바람 따라 하동에서 만난, 잊을 수 없는 팥죽 맛집

아이고, 참말로 오랜만에 고향 냄새가 물씬 풍기는 팥죽 한 그릇을 맛보고 왔지 뭐요. 하동이라는 동네, 섬진강 맑은 물이 흐르는 그곳에 볼일이 있어 갔다가 우연히 들른 팥죽집인데, 이야, 그 맛이 정말 잊히지가 않네. 색다른 것이 땡기던 차에 팥죽집 간판이 눈에 띄었어. 구례에서 팥칼국수가 유명하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하동에서도 팥 음식을 제대로 하는 곳이 있다니, 이건 운명이다 싶어 냉큼 들어가 봤지.

골목길 안쪽에 자리 잡은 작은 가게였는데, 정겨운 분위기가 아주 마음에 들었어. 문을 열고 들어서니, 따뜻한 온기가 온몸을 감싸는 게, 마치 할머니 집 툇마루에 앉은 기분이랄까. 가게 안은 소박했지만, 깨끗하게 정돈된 모습이었어. 벽에는 손님들이 남긴 쪽지들이 빼곡하게 붙어 있었는데, 하나하나 읽어보니 다들 팥죽 맛에 푹 빠진 모양이더라고. 후후, 나도 곧 저 대열에 합류하겠구나 싶었지.

자리를 잡고 앉으니, 주인 아주머니께서 환한 미소로 맞아주시는데, 인상이 참 좋으시더라고. 메뉴판을 보니 팥죽, 팥칼국수, 새알팥죽 이렇게 세 가지가 있었어.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아주머니께 여쭤보니 새알과 칼국수가 섞인 메뉴가 인기라고 하시더라고. 그래, 그럼 그걸로 주세요! 아주머니는 금세 넉넉한 미소를 지으며 주문을 받으셨지.

새알과 칼국수가 듬뿍 들어간 팥죽
보기만 해도 든든해지는 새알팥죽의 모습.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팥죽이 나왔어. 놋그릇에 담겨 나온 팥죽은 보기만 해도 얼마나 든든한지. 팥 특유의 깊고 진한 향이 코를 찌르는데, 이야, 이건 맛이 없을 수가 없겠구나 싶었지. 팥죽 안에는 쫄깃쫄깃한 새알심과 툭툭 끊어지는 칼국수가 듬뿍 들어 있었어. 겉은 반지르르 윤기가 흐르고 속은 얼마나 찰진지, 젓가락으로 휘휘 저으니 묵직함이 느껴지더라니까.

자, 이제 맛을 볼까나. 숟가락으로 팥죽을 크게 한 술 떠서 입에 넣으니, 아이고, 이 맛이야! 팥의 깊은 풍미가 입안 가득 퍼지는데, 정말이지 옛날 엄마가 끓여주시던 그 맛 그대로더라고. 어찌나 고소하고 달콤한지, 먹으면 먹을수록 자꾸만 끌리는 맛이었어. 요즘말로 ‘미쳤다’ 싶을 정도였지.

새알심은 또 얼마나 쫄깃쫄깃한지. 보통 새알심은 이에 달라붙기 마련인데, 이 집 새알심은 신기하게도 이에 전혀 달라붙지 않고, 쫄깃함만 살아있더라고. 칼국수 면도 어찌나 부드러운지, 입에 넣자마자 스르륵 녹아 없어지는 것 같았어. 팥죽 국물은 걸쭉하면서도 부드러워서, 목 넘김이 아주 좋았지.

정갈하게 담겨 나온 팥죽 한 상 차림
단아한 멋이 느껴지는 팥죽과 반찬들.

팥죽과 함께 나온 반찬들도 하나같이 맛깔스러웠어. 특히 삭힌 고추무침은 정말 잊을 수 없는 맛이었지. 짭짤하면서도 매콤한 양념이 어찌나 맛있던지, 밥에 얹어 먹으니 꿀맛이더라고. 아삭아삭한 무김치도 팥죽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어. 팥죽 한 입 먹고, 무김치 한 입 먹으니, 이야, 정말 환상의 조합이 따로 없더라고.

입맛을 돋우는 삭힌 고추무침
매콤 짭짤한 삭힌 고추무침은 팥죽과의 궁합이 최고!

고소한 팥죽을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바닥이 보이더라고. 아쉬운 마음에 국물까지 싹싹 긁어먹었지. 마지막에는 설탕을 살짝 넣어 단팥죽으로 즐겼는데, 이야, 이것도 별미더라고. 달콤한 팥죽이 입안 가득 퍼지면서, 기분까지 좋아지는 것 같았어.

다 먹고 나니, 속이 어찌나 든든한지. 마치 따뜻한 이불을 덮은 것처럼, 온몸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어. 추운 날씨에 꽁꽁 얼었던 몸이 사르르 녹는 것 같더라고. 팥죽 한 그릇에 이렇게 큰 행복을 느낄 수 있다니, 정말 놀라웠지.

가게를 나서려는데, 아주머니께서 “맛있게 드셨어요?” 하고 물어보시더라고. “아이고, 아주머니, 정말 꿀맛입니다! 옛날 엄마가 해주시던 그 맛 그대로예요!” 하고 말씀드렸더니, 아주머니께서 활짝 웃으시면서 “다음에 또 오세요!” 하시더라고.

푸짐한 팥죽 한 상
보기만 해도 마음이 풍족해지는 팥죽 한 상.

가게 앞에는 고양이 한 마리가 따스한 햇볕을 쬐며 낮잠을 자고 있더라고. 어찌나 편안해 보이는지,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어.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팥죽집을 나섰지.

참, 이 집은 골목길 아래쪽에 주차 공간이 마련되어 있긴 한데, 길이 조금 좁으니 운전할 때 조심해야 해. 주차는 4대 정도 가능하다고 하니 참고하라고.

하동에 가서 뜻밖의 맛집을 발견해서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팥죽 한 그릇에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경험을 하다니, 정말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아. 혹시 하동에 갈 일이 있다면, 꼭 한번 들러서 팥죽 한 그릇 맛보라고. 후회는 절대 없을 거라 자신한다!

집에 돌아오는 길, 왠지 모르게 마음이 뭉클해지더라고. 팥죽 한 그릇에 담긴 따뜻한 정이, 메마른 내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것 같았어. 그래, 이 맛이야. 이게 바로 고향의 맛이지. 다음에 하동에 또 가게 된다면, 무조건 이 팥죽집에 들러야겠다고 다짐했지. 그때는 삭힌 고추무침도 넉넉하게 포장해 와야겠어. 아이고, 생각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이네.

가게 앞에서 낮잠을 자는 고양이
평화로운 팥죽집 풍경의 일부, 가게 앞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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