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원을 닮은 배추밭, 평창 도암식당에서 맛보는 오삼불고기의 향수와 낭만 [강원도 맛집 기행]

평창으로 향하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한 폭의 수채화 같았다. 흰 눈이 덮인 능선들이 햇살에 반짝이며 겨울의 서정을 더했고, 그 풍경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굽이굽이 길을 따라 깊숙이 들어갔다. 목적지는 대관령면 횡계, 오래전 용평스키장을 찾던 이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했던 도암식당이었다. 20여 년의 세월 동안 그 자리를 지켜온, 강원도 맛집의 깊은 맛을 찾아 나서는 여정이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발을 디딜 때마다 느껴지는 삐걱거림은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식당 문을 열자, 벽면 가득 붙어있는 연예인들의 사인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수많은 별들이 이곳을 다녀갔다는 사실은, 나를 더욱 설레게 했다. 그들의 흔적을 따라, 나 또한 맛있는 추억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도암식당 내부 벽면 가득한 연예인 싸인
도암식당 내부, 세월의 흔적과 유명인들의 방문을 증명하는 싸인들이 가득하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오삼불고기가 이 집의 간판 메뉴라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망설임 없이 2인분을 주문했다. 잠시 후, 밑반찬들이 하나둘씩 테이블 위로 차려졌다. 도라지 절임은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고, 강원도답게 알배추 쌈이 함께 나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곧이어 등장한 오삼불고기는, 붉은 양념에 버무려진 오징어와 돼지고기, 그리고 푸짐한 고랭지 배추의 조화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사진에서 보았던 것보다 훨씬 풍성한 양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직원분께서 직접 오삼불고기를 볶아주시는 동안, 맛있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붉은 양념이 서서히 졸아들면서, 오징어와 돼지고기, 그리고 배추에 깊숙이 배어드는 모습은 그야말로 군침을 삼키게 했다. 나무 주걱으로 볶는 손길은 능숙했고, 그 모습에서 오랜 시간 이 음식을 만들어온 장인의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

붉은 양념에 버무려진 오징어와 돼지고기, 푸짐한 배추의 조화가 인상적인 오삼불고기
고추장의 매콤한 향과 돼지고기의 고소함, 오징어의 신선함이 어우러진 오삼불고기의 향연

드디어, 오삼불고기를 맛볼 차례가 왔다. 젓가락으로 오징어와 돼지고기, 그리고 배추를 함께 집어 입안으로 가져갔다. 쫄깃한 오징어와 부드러운 돼지고기의 조화는 환상적이었고, 아삭한 배추는 신선함을 더했다. 양념은 과하게 맵거나 짜지 않고, 은은한 단맛이 감돌았다. 맵지 않고 자극적이지 않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 입맛에는 딱 맞았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배추의 품질이었다. 도암식당 사장님이 해발 700m에서 직접 재배한 고랭지 배추를 사용한다고 한다. 6월부터 11월까지는 수확한 배추를 바로 사용하고, 그 외 기간에는 저온저장고에 보관한 배추를 사용한다고 하니, 언제 방문해도 신선한 배추를 맛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아삭하고 달큰한 배추는, 오삼불고기의 맛을 한층 더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오징어 역시, 도암식당에서 자부하는 식재료 중 하나라고 한다. 비싸더라도 좋은 맛을 위해 두툼한 두께의 오징어만 고집하고, 너무 질기지 않도록 10일간 숙성한다고 하니, 그 정성이 맛으로 느껴지는 듯했다.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의 오징어는, 정말 일품이었다.

강원도답게 알배추쌈이 함께 제공되는 점도 좋았다. 짭짤한 오삼불고기를 알배추에 싸서 먹으니, 쌈 채소의 신선함이 입안 가득 퍼졌다. 된장찌개 역시 구수하고 깊은 맛을 자랑했다. 특히 겨울에 먹는 알배추쌈은, 그 싱그러움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오삼불고기에 푸짐하게 들어간 배추
아삭한 식감과 은은한 단맛을 자랑하는 고랭지 배추는 오삼불고기의 맛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어느 정도 오삼불고기를 먹고 난 후, 볶음밥을 주문했다. 볶음밥은 셀프로 만들어 먹어야 했다. 남은 양념에 밥과 김, 참기름을 넣고 슥슥 비벼 볶아 먹는 볶음밥은, 정말 꿀맛이었다. 특히, 오삼불고기의 양념이 워낙 맛있었기 때문에, 볶음밥은 그 맛을 더욱 극대화시켜주는 역할을 했다. 볶음밥을 먹기 위해 오삼불고기를 먹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도암식당의 오삼불고기는, 특별한 맛은 아니었다. 어쩌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익숙한 맛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집에서 먹는 듯한 편안함과, 속을 편안하게 해주는 건강한 맛은, 다른 곳에서는 쉽게 느낄 수 없는 특별함이었다. 강한 조미료 맛에 길들여진 입맛에는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진정한 오삼불고기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꼭 한번 방문해볼 만한 곳이다.

오삼불고기 양념에 볶아먹는 볶음밥
남은 양념에 김과 참기름을 더해 직접 볶아 먹는 볶음밥은 최고의 마무리를 선사한다.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서는 길, 횡계 로터리 주변에 있는 올림픽플라자를 잠시 둘러보았다. 평창 동계올림픽의 감동이 아직까지 생생하게 느껴지는 듯했다. 도암식당에서의 맛있는 식사와 올림픽플라자에서의 추억 되새김질은, 평창 여행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었다.

다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다. 테이블 간 간격이 좁아 다소 불편했고, 화장실 위생 상태가 썩 좋지는 않았다. 또한, 주차 공간이 부족하여 근처 공영주차장을 이용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은 오삼불고기의 맛으로 충분히 상쇄될 수 있었다.

도암식당은, 화려한 인테리어나 세련된 분위기를 자랑하는 곳은 아니다. 하지만, 20여 년의 세월 동안 한자리를 지켜온, 진정한 맛집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평창을 방문한다면, 도암식당에서 오삼불고기를 맛보며, 강원도의 향수낭만을 느껴보는 것을 추천한다. 분명, 잊지 못할 맛있는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황태구이
오삼불고기 외에도 황태구이 또한 도암식당의 인기 메뉴 중 하나이다.

총평: 도암식당은, 평창의 오래된 맛집으로, 오삼불고기를 주력으로 하는 곳이다. 맵거나 짜지 않고, 은은한 단맛이 감도는 양념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맛이다. 특히, 사장님이 직접 재배한 고랭지 배추와, 두툼한 두께의 오징어는, 오삼불고기의 맛을 한층 더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볶음밥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메뉴이다. 평창을 방문한다면, 꼭 한번 들러보기를 추천한다.

* 장점: 신선한 재료, 푸짐한 양, 친절한 서비스, 맛있는 볶음밥
* 단점: 좁은 테이블 간 간격, 부족한 주차 공간, 아쉬운 화장실 위생 상태
* 추천 메뉴: 오삼불고기, 볶음밥

도암식당 내부
소박하지만 정겨운 분위기의 도암식당 내부 모습
밑반찬
정갈하게 차려진 밑반찬은 집밥같은 편안함을 선사한다.
오삼불고기 재료
신선한 재료들이 듬뿍 들어간 오삼불고기
도암식당 메뉴판
다양한 메뉴를 제공하는 도암식당 메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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