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안개가 짙게 드리운 삼척항, 짭쪼름한 바다 내음이 코끝을 간지럽히는 아침이었다. 굽이굽이 이어진 새천년도로를 따라 동해의 절경을 눈에 담으며 달려온 길, 마음속 깊은 곳까지 시원하게 씻어주는 듯한 풍경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하지만 아무리 아름다운 풍경도 텅 빈 속을 채워주진 못하는 법. 든든한 아침 식사로 여행의 활력을 불어넣어 줄 맛집을 찾아 나섰다.
삼척항 근처 식당 거리는 이른 아침부터 활기가 넘쳤다. 곰치국을 내놓는 식당들이 즐비한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곳이 있었으니, 바로 ‘만남의 식당’이었다. 낡은 간판에서 느껴지는 세월의 흔적, 그리고 그 앞을 가득 메운 사람들. 아, 제대로 찾아왔구나! 직감적으로 맛집임을 느낄 수 있었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정겨운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오래된 식당 특유의 편안함, 벽면을 가득 채운 손님들의 낙서와 사인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마치 오랜 친구 집에 방문한 듯한 푸근함이 느껴졌다. 오픈형 주방에서는 분주하게 음식을 준비하는 손길들이 보였고, 그 모습에서 맛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져갔다.
메뉴판을 보니 곰치해장국과 대구해장국이 대표 메뉴인 듯했다. 곰치, 이름부터 낯설고 독특했다. 곰치는 강원도 방언으로 물메기를 뜻한다고 한다. 예전에는 못생기고 물러서 버려지던 생선이었지만, 지금은 시원한 국물 맛 덕분에 최고의 해장 재료로 손꼽힌다고. 곰치해장국에 대한 궁금증을 안고, 드디어 주문을 마쳤다.

잠시 후, 테이블 위로 정갈한 밑반찬들이 차려졌다. 멸치볶음, 미역줄기무침, 낙지젓갈, 그리고 깍두기까지. 하나하나 직접 만든 듯한 손맛이 느껴지는 반찬들이었다. 특히 깍두기는 아가미젓으로 담갔다고 하는데, 젓갈 특유의 깊은 감칠맛이 입맛을 돋우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곰치해장국이 등장했다.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곰치해장국, 큼지막하게 썰린 곰치와 묵은지가 듬뿍 들어간 모습이 보기만 해도 속을 시원하게 풀어줄 것 같았다. 뽀얀 곰치 살과 붉은 김치가 어우러진 색감은 식욕을 자극했다.

국물부터 한 입 맛보았다.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묵은지 특유의 깊은 맛이 느껴지는 국물이었다. 마치 김치찌개를 먹는 듯한 친숙함도 느껴졌지만, 곰치에서 우러나온 시원한 맛이 더해져 더욱 깊고 풍부한 맛을 냈다. 전날 과음으로 지쳐있던 속이 단번에 풀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얼큰함이, 마치 감기마저 쫓아낼 것 같았다.
곰치 살은 정말 독특했다. 흐물흐물, 몽글몽글한 식감은 처음 경험해보는 것이었다. 마치 젤라틴을 먹는 듯 부드러웠고,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했다. 곰치 특유의 흐물거리는 식감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고 하지만, 내 입맛에는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살코기는 어찌나 부드러운지, 이가 없어도 먹을 수 있을 정도였다. 곰치 살 속에 숨어있는 뼈는 조심해야 한다.
곰치와 묵은지의 조합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시원하고 칼칼한 묵은지의 맛과, 부드럽고 담백한 곰치의 맛이 어우러져 최고의 시너지를 냈다. 특히 묵은지는 푹 익어서 깊은 맛을 냈고, 곰치의 느끼함은 잡아주면서 깔끔한 뒷맛을 선사했다.
밥 한 공기를 말아 국물과 함께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젓가락질을 멈출 수 없을 정도로 맛있었다. 정신없이 곰치해장국을 먹다 보니, 어느새 뚝배기는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마지막 남은 국물까지 깨끗하게 비우고 나니, 온몸에 따뜻한 기운이 감도는 듯했다.
만남의 식당에는 곰치해장국 외에도 대구해장국도 인기 메뉴라고 한다. 큼지막한 대구 살과 콩나물이 듬뿍 들어간 대구해장국은, 시원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라고. 특히 아이들을 위해 맑은 탕으로 끓여주는 대구 지리 해장국은,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메뉴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사장님께 곰치에 대해 여쭤보니, 곰치가 잡히지 않는 날에는 문을 열지 않는다고 한다. 그만큼 신선한 곰치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곰치를 손질하는 모습 또한 인상적이었다.

만남의 식당 벽면에는 ‘얍삽하게 살지 말자’라는 문구가 걸려있다. 왠지 모르게 사장님의 호탕한 인품이 느껴지는 문구였다. 맛있는 음식과 푸근한 인심, 이것이 바로 만남의 식당이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가 아닐까.
삼척항 맛집, 만남의 식당. 곰치해장국은 내게 잊지 못할 맛과 추억을 선사했다. 삼척에 방문한다면 꼭 한번 들러보길 추천한다. 분명 든든한 한 끼 식사로 여행의 만족도를 높여줄 것이다.

돌아오는 길, 삼척항의 푸른 바다가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곰치해장국으로 든든하게 채운 배, 그리고 아름다운 풍경. 이 모든 것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여행이 될 것 같다. 다음에는 꼭 대구해장국도 맛봐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