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묵직한 겨울의 그림자가 옅어지고, 싱그러운 봄의 기운이 감도는 계절. 짭조름한 바다 내음이 그리워 남녘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목적지는 경남 사천, 그중에서도 삼천포의 활기 넘치는 풍경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삼천포용궁수산시장. 싱싱한 해산물이 가득하다는 소문을 익히 들어왔지만,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고 맛보지 않고서는 그 진가를 알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푸른 하늘 아래, 웅장한 외관을 자랑하는 시장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건물 외벽에 그려진 역동적인 문어 그림은 이곳이 단순한 시장이 아닌, 바다의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공간임을 암시하는 듯했다. 넓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시장 안으로 발을 들였다.

활기 넘치는 시장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형형색색의 수산물을 가득 담은 좌판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고, 저마다의 목소리로 손님을 부르는 상인들의 외침이 흥겨운 노랫가락처럼 들려왔다. 싱싱한 생선들이 펄떡이는 모습, 탐스러운 조개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은 도시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풍경이었다. 마치 바다를 통째로 옮겨 놓은 듯한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에 단숨에 매료되었다. 이미지 속에서 보았던 활기찬 시장의 분위기가 실제로 더욱 강렬하게 느껴졌다.
시장 내부를 가득 메운 것은 다름 아닌 ‘사람’이었다. 주말을 맞아 나들이를 나온 가족 단위 방문객부터, 싱싱한 해산물을 구매하려는 현지 주민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저마다의 목적을 가지고 시장을 찾았다.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지나가며, 삶의 활력을 느낄 수 있었다.
좌판에 진열된 해산물들의 면면을 살펴보니, 그 종류가 실로 다양했다. 윤기가 흐르는 붉은 빛깔의 참돔, 늠름한 자태를 뽐내는 광어, 껍질에 다닥다닥 붙은 따개비가 인상적인 조개류 등, 싱싱한 해산물들이 저마다의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 특히, 은빛 비늘이 유난히 반짝이는 갈치의 모습은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마치 살아있는 듯 생생한 모습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흥미로운 점은, 시장 곳곳에 자리 잡은 ‘수산물 직판장’이었다. 이곳에서는 상인들이 직접 잡아 올린 싱싱한 해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었다. 갓 잡아 올린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싱싱함을 넘어 ‘살아있는’ 해산물을 맛볼 기회라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어떤 해산물을 맛볼까 고민하며 시장을 둘러보던 중, 유독 눈길을 끄는 곳이 있었다. 바로 ‘XX호’라는 간판을 내건 작은 횟집이었다. 횟집 앞 수조에는 싱싱한 해산물들이 가득했고, 능숙한 솜씨로 회를 뜨는 사장님의 모습에서 장인의 향기가 느껴졌다. 망설임 없이 횟집으로 향했다.
“어떤 걸로 드릴까?” 사장님의 푸근한 미소와 함께, 쉴 새 없이 칼을 움직이는 모습에서 오랜 경험이 느껴졌다. 나는 사장님께 “오늘 가장 싱싱한 해산물로 추천해주세요!” 라고 외쳤다. 그러자 사장님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럼, 오늘 들어온 참돔이 아주 좋지!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야!” 라며 싱싱한 참돔 한 마리를 건져 올렸다.
사장님의 추천에 따라 참돔 한 마리를 주문하고, 횟집 한쪽에 마련된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잠시 후, 사장님의 손길을 거쳐 탄생한 참돔회가 눈 앞에 놓였다. 투명한 듯 맑은 빛깔, 섬세하게 살아있는 결, 그리고 코를 찌르는 듯한 신선한 바다 향. 그 완벽한 조화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젓가락을 들어 조심스럽게 참돔 한 점을 집어 들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뽀얀 속살이 입 안으로 침샘을 자극했다. 초장을 살짝 찍어 입 안으로 가져가니, 쫄깃하면서도 탄력 있는 식감이 그대로 느껴졌다. 씹을수록 은은하게 퍼지는 달콤한 풍미는, 그 어떤 미사여구로도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황홀했다. 신선함 그 자체였다.
참돔회의 풍미를 더욱 깊게 느끼기 위해, 이번에는 간장에 살짝 찍어 맛을 보았다. 짭짤한 간장과 참돔 특유의 고소한 맛이 어우러져, 입 안 가득 풍요로운 밸런스를 선사했다. 감칠맛이 폭발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혀끝에 남는 여운은, 마치 한 편의 아름다운 시(詩)처럼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았다.
회를 음미하는 중간중간, 싱싱한 해산물과 함께 곁들여 먹을 쌈 채소를 요청했다. 사장님은 갓 씻어낸 듯 싱그러운 상추와 깻잎을 푸짐하게 내어주셨다. 특히, 쌉싸름한 맛이 매력적인 톳은 참돔회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싱싱한 쌈 채소에 참돔회 한 점, 쌈장과 마늘을 올려 크게 한 쌈 싸서 입 안 가득 넣으니, 그야말로 천상의 맛이었다. 쫄깃한 참돔의 식감, 쌉싸름한 톳의 향, 그리고 알싸한 마늘의 풍미가 한데 어우러져, 입 안에서 황홀한 향연을 펼치는 듯했다. 이 순간만큼은 세상 그 무엇도 부럽지 않았다.
참돔회를 맛보는 동안, 사장님과의 소소한 대화도 즐거움을 더했다. 사장님은 삼천포 앞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해산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우리 삼천포 해산물은, 청정 해역에서 자라 그 맛이 아주 뛰어나지. 특히, 지금이 제철인 참돔은 꼭 먹어봐야 한다니까!” 라며 너털웃음을 지으셨다.
사장님의 이야기에 따르면, 삼천포는 예로부터 해산물이 풍부한 지역으로 유명했다. 특히, 삼천포 앞바다는 수심이 깊고 조류가 거세, 해산물들이 더욱 쫄깃하고 탄력 있는 식감을 자랑한다고 한다. 이러한 자연 환경 덕분에, 삼천포 해산물은 전국적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참돔회를 깨끗하게 비우고,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다른 해산물도 맛보기로 했다. 이번에는 멍게와 해삼을 주문했다. 멍게는 특유의 향긋한 바다 향이 일품이었고, 해삼은 오독오독 씹히는 식감이 재미있었다. 특히, 멍게의 쌉싸름하면서도 시원한 맛은 입 안을 개운하게 만들어 주었다.
해산물을 맛보는 동안, 옆 테이블에서는 조개구이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커다란 조개 껍데기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조개들의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식욕을 자극했다. 다음에는 꼭 조개구이를 먹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배부르게 식사를 마치고, 다시 시장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아까와는 달리, 여유로운 마음으로 시장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좌판에 놓인 다양한 해산물들을 구경하고, 상인들과 흥정을 하며 정겨운 시간을 보냈다.
특히, 눈길을 끌었던 것은 ‘건어물 가게’였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건어물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멸치의 종류가 유독 다양했다. 크기별, 종류별로 가지런히 정리된 멸치들의 모습은, 마치 예술 작품을 보는 듯했다.

건어물 가게 사장님은 친절하게 멸치의 종류와 특징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멸치는 크기에 따라 맛과 용도가 다르지. 작은 멸치는 볶음용으로 좋고, 큰 멸치는 국물 내기용으로 안성맞춤이야!” 라며 멸치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뽐내셨다.
사장님의 설명을 듣고, 볶음용 멸치와 국물 내기용 멸치를 조금씩 구매했다. 집으로 돌아와 멸치볶음을 만들어 먹으니, 시장에서 느꼈던 그 풍미가 그대로 느껴졌다.
시장을 둘러보는 동안, 특이한 광경을 목격하기도 했다. 한 상인이 커다란 문어를 손질하고 있었는데, 그 크기가 어마어마했다. 문어의 다리 하나가 내 팔뚝만 한 크기였다. 싱싱한 문어를 보니, 문어숙회에 소주 한잔이 간절해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시장은 더욱 활기를 띠었다. 저녁 식사를 준비하려는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거렸다. 상인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고, 흥정하는 소리 또한 더욱 활발해졌다. 시장은 그야말로 삶의 에너지가 넘치는 공간이었다.
삼천포용궁수산시장을 방문한 것은, 단순한 식도락 여행을 넘어 특별한 경험이었다. 싱싱한 해산물을 맛보는 즐거움은 물론, 활기 넘치는 시장 분위기와 정겨운 사람들의 모습에서 삶의 활력을 얻을 수 있었다.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특히, 삼천포용궁수산시장은 사천 시티투어의 마무리 코스로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운 사천의 풍경을 감상하고, 싱싱한 해산물로 배를 채우는 것은, 그야말로 완벽한 여행 코스라 할 수 있다.
삼천포용궁수산시장을 떠나며, 아쉬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싱싱한 해산물의 풍미와 따뜻한 사람들의 정을 가슴에 품고, 다음을 기약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언젠가 다시 이곳을 찾아, 못다 한 미식 경험을 완성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삼천포용궁수산시장. 이곳은 단순한 시장이 아닌, 싱싱한 해산물과 따뜻한 정이 살아 숨 쉬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사천을 방문한다면, 꼭 한번 들러보기를 추천한다.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삼천포 앞바다의 풍경은 더없이 아름다웠다. 푸른 바다와 섬들이 어우러진 모습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삼천포의 아름다운 풍경과 싱싱한 해산물의 풍미는 오랫동안 내 기억 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이번 사천 맛집 기행은 성공적이었다. 다음에 또 다른 지역명 맛집을 찾아 떠나리라 다짐하며, 글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