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평일 연차를 낸 날, 늦잠을 자고 일어나 창밖을 보니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지고 있었다. 이런 날은 집에서 뒹굴 거릴 수 없지. 가볍게 옷을 챙겨 입고 무작정 집을 나섰다. 목적지는 정하지 않았지만, 발길은 자연스레 봉리단길로 향했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늘어선 개성 넘치는 가게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한 곳. 그러다 문득 따뜻한 국물이 생각났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니 뜨끈한 국물 요리가 당기는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인스타그램을 켜서 봉리단길 맛집을 검색하니, 한 곳이 눈에 띄었다. “호우오우 샤브”. 깔끔한 1인 샤브샤브 전문점이라는 소개에 끌려 곧장 발걸음을 옮겼다. 마침 11시 30분 오픈 시간에 딱 맞춰 도착해서인지, 기다림 없이 바로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나무로 된 간판에 정갈하게 쓰인 가게 이름이 마음에 들었다. 외관부터 풍기는 일본 특유의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기대감을 높였다.

가게 내부는 생각보다 아담했지만, 1인 샤브샤브를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테이블마다 놓인 개인용 인덕션과 깔끔하게 정돈된 식기들이 눈에 띄었다. 혼자 방문했음에도 전혀 어색함 없이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분위기였다.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잔잔한 음악은 혼자만의 식사 시간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줬다.
메뉴는 심플했다. 기본 샤브샤브와 매콤 샤브샤브 두 가지. 고민 끝에 순한맛 일반 샤브를 선택했다. 잠시 후, 정갈하게 차려진 한 상이 눈 앞에 놓였다. 놋그릇에 담긴 육수와 신선한 야채, 가지런히 놓인 얇게 썰린 고기의 붉은 빛깔이 식욕을 자극했다. 특히 ‘호우오우 샤브’라고 적힌 나무 팻말이 얹어져 나온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는 비주얼이었다.

인덕션 스위치를 켜고 육수가 끓기를 기다리는 동안, 곁들임 찬들을 맛봤다. 김치와 간장 양념에 절인 고추, 그리고 독특하게도 유자 드레싱을 곁들인 샐러드가 나왔다. 특히 유자 샐러드는 상큼하면서도 신선한 맛이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메인 메뉴인 샤브샤브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육수가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자, 야채를 먼저 넣었다. 배추, 청경채, 버섯, 쑥갓 등 다양한 야채들이 육수 속에서 숨을 죽이며 맛있는 향기를 뿜어냈다. 야채에서 우러나오는 시원한 맛 덕분에 국물은 더욱 깊어졌다. 젓가락으로 살짝 휘저으니, 뽀얀 국물이 맑은 빛깔로 변하는 모습이 눈으로도 느껴졌다.

이제 고기를 넣을 차례. 얇게 슬라이스 된 소고기를 육수에 살짝 담갔다 꺼내니, 순식간에 먹음직스러운 갈색으로 변했다. 젓가락으로 집어 들고, 함께 준비된 소스에 콕 찍어 입으로 가져갔다. 부드러운 식감과 함께 입안 가득 퍼지는 육즙, 그리고 은은한 향신료 향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맛을 냈다. 정말 오랜만에 맛보는 ‘기분 좋아지는 맛’이었다.
고기와 야채를 번갈아 가며 먹으니, 어느새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뜨거운 국물을 후루룩 마시니, 온몸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혼자 조용히 샤브샤브를 즐기고 있자니, 마치 일본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도 들었다. 문득 짜장면을 먹으러 지나가다 우연히 이곳을 발견했다는 리뷰가 떠올랐다. 나 역시 우연히 발견했지만, 정말 행운이었다고 생각했다.
어느 정도 배가 불러올 때쯤, 직원분께서 면과 죽 중에 선택하라고 하셨다. 고민 끝에 죽을 선택했다. 밥과 김가루, 계란, 다진 야채가 담긴 그릇이 나왔다. 남은 육수에 밥을 넣고 슥슥 비벼 끓이니, 순식간에 맛있는 죽이 완성됐다. 고소한 김가루와 부드러운 계란이 어우러져 정말 꿀맛이었다.
마지막으로 디저트가 나왔다. 녹차 아이스크림 한 스쿱이 담긴 작은 컵. 입안을 깔끔하게 마무리하기에 완벽한 선택이었다. 은은한 녹차 향과 달콤함이 기분 좋게 입안에 퍼졌다. 나무 스푼으로 아이스크림을 떠먹으며, 오늘 식사에 대한 만족감을 다시 한번 느꼈다.

계산을 하고 가게를 나서려는데, 대기 공간이 눈에 띄었다. 편안하게 앉아서 기다릴 수 있도록 의자가 놓여 있었다. 12시가 조금 넘으니 손님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조금만 늦었어도 기다려야 했을 뻔했다.
호우오우 샤브에서의 식사는 가격 대비 만족스러웠다. 다른 샤브샤브 전문점에 비해 가격도 합리적이었고, 음식의 퀄리티도 훌륭했다. 특히 혼자서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봉리단길에서 혼밥 할 곳을 찾는다면, 호우오우 샤브를 강력 추천한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쟁반에서 나는 나무 냄새, 혹은 식초 냄새 같은 것이 신경 쓰인다는 리뷰가 있었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다행히 그런 냄새는 나지 않았다. 하지만 혹시라도 그런 문제가 발생한다면, 가게 측에서 기물 관리에 더욱 신경 써야 할 것 같다.
전체적으로 음식 구성, 가격, 분위기 모두 만족스러웠다. 아주 약간만 덜 짜면 완벽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충분히 재방문 의사가 있는 맛집이다. 다음에는 매콤 샤브샤브에 도전해봐야겠다. 봉리단길에 숨어있는 보석 같은 곳, 호우오우 샤브에서 따뜻한 행복 한 끼를 맛보시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