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리단길, 그 이름만으로도 설렘을 안겨주는 곳. 좁다란 골목길을 따라 늘어선 아기자기한 가게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그중에서도 나의 발길을 멈추게 한 곳은 바로 작은 태국 음식점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은은하게 풍겨오는 향신료의 향기가 나를 머나먼 태국으로 데려가는 듯했다.
카카오T 주차장 1시간 지원이라는 문구가 적힌 안내판은 도심 속 작은 배려처럼 느껴졌다. 복잡한 골목길, 주차 걱정 없이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니, 생각보다 넓고 깔끔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은은한 조명 아래, 나무 테이블과 의자가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키오스크에서 메뉴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다양한 태국 음식들이 사진과 함께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어 선택에 어려움은 없었다. 2인 세트 메뉴가 눈에 띄었다. 여러 가지 메뉴를 한 번에 맛볼 수 있다는 장점에 이끌려 2인 세트를 주문했다. 푸팟퐁커리와 레드 쉬림프 커리, 미니 랭쎕이 포함된 구성이었다. 사실, 2인 세트라고는 하지만 양이 넉넉하다는 후기를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음식들이 하나둘씩 테이블 위를 채우기 시작했다. 접시 가득 담긴 음식들을 보는 순간,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넉넉한 양에 다시 한번 놀랐다.
가장 먼저 푸팟퐁커리에 눈길이 갔다. 부드러운 커리 소스에 덮인 튀긴 게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코코넛 밀크와 토마토가 어우러진 소스는 달콤하면서도 깊은 풍미를 자랑했다. 한 입 맛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향신료의 향긋함이 입안 가득 퍼지면서, 튀긴 게의 바삭함과 부드러움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은 밥과 함께 먹으니 더욱 환상적이었다.

레드 쉬림프 커리는 큼지막한 새우가 인상적이었다. 붉은 빛깔의 커리 소스는 매콤한 향을 풍겼다. 탱글탱글한 새우는 씹을수록 단맛이 느껴졌다. 매콤한 커리 소스는 느끼함을 잡아주어 질리지 않고 계속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푸팟퐁커리의 강렬한 맛에 가려 살짝 묻히는 감이 없지 않았다.
미니 랭쎕은 ‘미니’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푸짐한 양을 자랑했다. 커다란 등뼈 위에는 신선한 채소가 듬뿍 올려져 있었다. 국물은 얼핏 보면 등뼈해장국과 비슷했지만, 맛은 완전히 달랐다. 향신료의 이국적인 향과 산미가 느껴지는 국물은 독특하면서도 중독성이 있었다. 등뼈에 붙은 살코기는 부드러워서 뼈에서 쉽게 분리되었다. 카레와 번갈아 먹으니, 느끼함을 덜어주어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함께 나온 오이피클은 아삭한 식감과 상큼한 맛으로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었다. 자칫 느끼할 수 있는 태국 음식의 맛을 균형 있게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전체적으로 음식 맛은 훌륭했다. 향신료를 사용하면서도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도록 조절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태국 음식 특유의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직원들의 친절한 서비스도 만족스러웠다. 메뉴에 대한 설명을 자세하게 해주고, 필요한 것은 없는지 세심하게 챙겨주는 모습에 감동했다.
하지만, 2인 세트는 두 명이서 먹기에는 양이 너무 많았다. 3~4명이서 먹어도 충분할 정도였다. 특히, 커리가 두 종류나 포함되어 있어 먹다 보니 살짝 느끼함이 느껴졌다. 세트 메뉴에 음료가 포함되지 않은 점도 아쉬웠다. 탄산음료나 태국 음료가 함께 제공된다면 더욱 완벽한 식사가 될 것 같았다.

이곳은 나에게 태국 여행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곳이었다. 랭쎕을 먹고 난 후, 추석에 실제로 방콕으로 여행을 떠났을 정도였다. 방콕에서 맛본 현지의 음식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오히려,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더욱 맛있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랭쎕의 경우, 현지의 맛과는 조금 달랐다는 의견도 있었다. 새콤하고 매콤한 맛보다는 달콤한 간장 맛이 강하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한국적인 맛이 가미된 랭쎕도 나쁘지 않았다.
다음에 방문한다면, 푸팟퐁커리는 꼭 다시 주문할 것이다. 부드러운 커리 소스와 바삭한 게의 조합은 정말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그리고, 다른 메뉴들도 하나씩 맛보면서 나만의 ‘인생 메뉴’를 찾아보고 싶다. 특히, 아직 맛보지 못한 샤브샤브 메뉴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계산을 마치고 가게 문을 나서는 순간, 다시 한번 은은한 향신료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마치 태국 여행을 다녀온 듯한 기분이었다. 봉리단길 맛집 탐험은 언제나 즐겁다. 다음에 또 어떤 새로운 맛집을 발견하게 될까? 벌써부터 다음 김해 방문이 기다려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