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가는 날, 위로가 되어준 건대 고흥순대국, 자양동 맛집의 따뜻한 국물 한 그릇

병원은 늘 묘한 긴장감을 안겨주는 공간이다. 특유의 소독약 냄새와 무표정한 얼굴의 사람들 사이를 걷는 것은, 어쩐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을 무겁게 짓누른다. 오늘 역시 그랬다. 좋지 않은 검사 결과에 침울해진 발걸음을 옮기다, 문득 따뜻한 국물에 밥 한 그릇 말아 먹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언제나 묵묵히 내 곁을 지켜주는 그런 익숙한 맛이 그리웠다.

핸드폰을 켜 들고 주변 맛집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눈에 띈 곳이 바로 ‘고흥순대국 머리고기’였다. 건대 근처에서는 꽤나 평이 좋은 순대국집이라는 설명에, 더 이상 고민할 겨를도 없이 곧장 발걸음을 옮겼다. 간판에는 빨간 글씨로 가게 이름이 큼지막하게 쓰여 있었고, 그 옆에는 ‘순대국·머리고기’라는 메뉴가 나란히 적혀 있었다. 왠지 모르게 정겨운 느낌이 드는 외관이었다.

고흥순대국 외관
건대입구역 인근에 자리 잡은 고흥순대국. 빨간색 간판이 멀리서도 눈에 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자, 생각보다 넓은 홀이 눈에 들어왔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라 그런지, 테이블은 몇 군데 비어 있었다. 나무 테이블과 의자는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듯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더욱 편안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벽 한쪽에는 커다란 TV가 걸려 있었고, 파란색 맥주 박스들이 한 켠에 쌓여있는 모습이 정겨웠다. 참고)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판을 살펴보았다. 순대국, 돼지국밥, 머리고기 등 다양한 메뉴가 있었지만, 역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대표 메뉴인 순대국이었다. 가격은 9,000원으로,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가격이었다. 잠시 고민하다, 순대국을 하나 주문했다.

주문 후, 테이블에는 기본 반찬이 빠르게 세팅되었다. 김치, 깍두기, 양파, 고추, 마늘, 그리고 순대국에 넣어 먹을 다진 양념과 새우젓까지, 푸짐한 구성이었다. 특히 김치와 깍두기는 보기만 해도 입맛이 다셔지는 붉은 빛깔을 자랑했다. 중국산 김치라는 후기가 있었지만, 일단 맛을 보기로 했다.

기본 반찬 세팅
순대국과 곁들여 먹기 좋은 김치, 깍두기, 양파, 고추 등이 정갈하게 담겨 나온다.

먼저 김치부터 맛을 보았다. 아삭한 식감은 좋았지만, 깊은 맛은 조금 부족한 느낌이었다. 깍두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시원한 맛은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2% 부족한 맛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기대했던 만큼의 맛은 아니었다.

반찬을 맛보는 사이,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대국이 등장했다.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모습이, 보기만 해도 속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듯했다. 뽀얀 국물 위에는 송송 썰린 파가 듬뿍 올려져 있었고, 그 아래로는 다양한 부위의 돼지 고기와 순대가 푸짐하게 들어 있었다.

순대국 비주얼
뽀얀 국물과 푸짐한 건더기가 인상적인 순대국. 보기만 해도 속이 든든해지는 느낌이다.

국물부터 한 숟가락 떠서 맛을 보았다.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돼지 뼈를 오랜 시간 동안 푹 고아서 만든 육수라고 하는데, 정말이지 그 정성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마치 정금식당의 맑은 돼지국밥 육수처럼 맑고 담백하다고 할까. 텁텁함 없이 깔끔한 국물이, 속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듯했다.

순대국에 들어 있는 고기는 정말이지 부드러웠다. 특히 돼지 부속 고기는 거의 흐물흐물할 정도로 연했는데, 입에 넣는 순간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했다. 퍽퍽한 살코기를 싫어하는 나에게는, 정말이지 완벽한 식감이었다. 다양한 부위의 고기를 맛볼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순대 역시 쫄깃쫄깃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일반 당면 순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여기 순대는 왠지 모르게 자꾸만 손이 갔다. 아마도 직접 만든 수제 순대인 듯했다. 순대 특유의 잡내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고소한 맛이 감돌았다.

순대국 근접샷
다양한 부위의 돼지 고기와 순대가 푸짐하게 들어있다. 뽀얀 국물이 식욕을 자극한다.

순대국을 어느 정도 맛본 후, 다진 양념을 넣어서 다시 맛을 보았다. 숟가락으로 휘휘 저으니, 뽀얀 국물이 순식간에 붉은 색으로 변했다. 매콤한 향이 코를 찌르는 것이, 침샘을 자극했다.

다진 양념을 넣은 순대국은, 확실히 처음과는 다른 맛이었다. 칼칼하면서도 얼큰한 맛이, 느끼함을 싹 잡아주는 듯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먹으니,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기분이었다. 처음에는 다진 양념 없이 순대국 본연의 맛을 즐기다가, 나중에 다진 양념을 넣어 먹는 것을 추천한다.

밥 한 공기를 통째로 순대국에 말아서, 깍두기 하나 올려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밥알 하나하나에 국물이 촉촉하게 스며들어,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렸다. 솔직히 김치와 깍두기는 조금 아쉬웠지만, 순대국이 워낙 맛있어서 모든 것이 용서되는 기분이었다.

순대국 전체샷
순대국 한 상 차림. 푸짐한 양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정신없이 순대국을 먹다 보니, 어느새 뚝배기는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싹싹 긁어먹었다. 정말이지 오랜만에 맛보는 완벽한 순대국이었다. 아픈 몸과 마음을 위로해주는 듯한 따뜻한 국물에, 정말 큰 힘을 얻었다.

계산을 하고 가게 문을 나서면서, ‘고흥순대국 머리고기’를 내 인생 순대국 탑 3에 올려놓기로 결심했다. 건대 근처에 올 일이 있다면, 꼭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이다. 다음에는 돼지국밥에도 한번 도전해봐야겠다.

혹시 건대나 자양동 근처에서 맛있는 순대국집을 찾고 있다면, ‘고흥순대국 머리고기’를 강력 추천한다. 푸짐한 양과 깊은 맛, 그리고 정겨운 분위기까지, 모든 것이 만족스러울 것이다. 특히 병원 갔다가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고 싶을 때, 이곳에서 따뜻한 순대국 한 그릇을 맛보는 것을 추천한다. 분명 당신의 하루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메뉴판
벽에 붙은 메뉴판. 순대국 외에도 다양한 메뉴가 준비되어 있다.

돌아오는 길, 문득 ‘자알 먹고 다시는 아프지 말자’라는 혼잣말이 입가에 맴돌았다. 맛있는 음식이 주는 힘은, 정말이지 대단한 것 같다. 오늘 맛본 순대국처럼, 앞으로도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나를 위로해주는 그런 음식을 찾아다녀야겠다. 그리고 그 맛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건대 맛집 고흥순대국에서 맛본 따뜻한 순대국 한 그릇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가게 내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가게 내부. 정겨운 분위기가 편안함을 더한다.
다진 양념 넣은 순대국
다진 양념을 넣어 칼칼하게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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