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연구실에서 씨름하다 뛰쳐나왔다. 머릿속은 온통 퓨린 염기, 아데닌, 구아닌… 실험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데이터는 수렴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럴 땐 역시 맛있는 음식으로 ‘미각’을 리프레시 해줘야 한다. 오늘의 목적지는 장흥. 며칠 전부터 벼르고 별렀던 ‘달맞이’라는 한식당이다. 숙성된 장맛이 일품이라는 소문을 입수, ‘발효 과학’의 정수를 탐구하듯 방문하게 되었다.
차창 밖으로 스치는 풍경은 도시의 그것과는 확연히 달랐다. 초록이 짙어지는 논밭, 굽이굽이 이어지는 길. 마치 세포 분열처럼 복잡했던 머릿속이 조금씩 정리되는 기분이다. 계기판의 바늘이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엔도르핀이 솟아나는 듯했다. 1시간 30분을 달려 드디어 ‘달맞이’에 도착. 기대 반, 설렘 반으로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예상대로 따뜻하고 정겨운 분위기가 나를 맞이했다. 은은한 조명 아래, 나무로 된 테이블과 의자가 편안함을 더했다. 마치 고향집에 온 듯한 느낌이랄까.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옆 테이블 손님들의 대화 소리에 방해받지 않고 오롯이 식사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특히 각 방이 룸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프라이빗 한 공간에서 오붓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다는 건 큰 장점이다.
자리에 앉자, 메뉴판이 눈에 들어왔다. 탕, 주물럭, 찌개, 구이… 한식의 향연이다. 메뉴 선택에 심혈을 기울이는 나에게는 고문과도 같은 시간.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었다. 이미 마음속으로는 ‘김치찌개’로 결정했으니까. 묵은지의 깊은 맛과 돼지고기의 조화는 상상만으로도 침샘을 자극한다. 에서 볼 수 있듯이 메뉴가 다양해서 선택의 폭이 넓지만, 오늘은 김치찌개에 집중하기로 했다.
“사장님, 김치찌개 2인분 주세요!”
주문을 마치자, 밑반찬이 하나둘씩 테이블에 놓였다. 콩나물무침, 어묵볶음, 샐러드, 김치… 하나같이 정갈하고 맛있어 보인다. 특히 콩나물무침은 아삭한 식감이 살아있고, 은은한 참기름 향이 코를 자극했다. 메인 메뉴가 나오기 전에 밑반찬으로만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울 기세였다. 과학자의 본능이 발동했다. ‘저 콩나물에는 어떤 비법이 숨어있을까?’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김치찌개가 등장했다.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는 모습은 마치 활화산 같았다. 붉은 국물 위로 송송 썰린 파와 두부가 춤을 추는 듯했다. 강렬한 비주얼에 정신을 놓고 사진을 찍어댔다. 김치찌개의 향이 코를 찌르자,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국물을 한 숟가락 떠서 입으로 가져갔다. 5… 4… 3… 2… 1… ‘펑!’ 혀끝에서 폭발하는 감칠맛. 묵은지의 깊은 맛과 돼지고기의 풍미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마치 잘 숙성된 와인처럼, 깊고 풍부한 맛이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묵은지 특유의 시원하면서도 칼칼한 맛은 캡사이신이 TRPV1 수용체를 자극하여 통증과 쾌감을 동시에 유발하는 듯했다. 글루타메이트 함량이 높아 감칠맛이 극대화되었다는 분석 결과가 도출되었다. 실험 결과, 이 집 국물은 완벽했습니다.
돼지고기는 또 어떻고. 퍽퍽하지 않고 부드러웠으며, 잡내 하나 없이 깔끔했다. 돼지고기 지방의 고소한 맛은 올레산, 리놀레산과 같은 불포화지방산에서 기인한다. 묵은지와 돼지고기의 콜라보레이션은 과학적으로도 완벽한 궁합이다. 두부 또한 찌개의 맛을 한층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콩 단백질의 고소함과 부드러움은 김치찌개의 매운맛을 중화시켜주는 역할을 했다.
밥 위에 김치찌개를 듬뿍 올려 한 입 가득 먹었다. 뜨거운 밥과 김치찌개의 조화는 그야말로 천상의 맛이었다. 쉴 새 없이 숟가락을 움직였다.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는 줄도 몰랐다. ‘아, 이 맛이야!’ 묵은지의 깊은 맛과 돼지고기의 풍미, 그리고 밥의 조화는 그 어떤 미사여구로도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정신없이 김치찌개를 흡입하고 나니, 어느새 뚝배기는 텅 비어 있었다. 뱃속은 든든했고, 온몸에는 활력이 넘쳤다. 마치 자동차에 고급 휘발유를 가득 채운 듯한 기분이었다. 이 맛, 이 기분, 이 에너지를 가지고 다시 연구실로 돌아가 실험에 매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하는데, 사장님과 이모님께서 친절하게 맞아주셨다. “맛있게 드셨어요?”라는 따뜻한 인사에 감동했다. 음식 맛도 훌륭했지만, 친절한 서비스 덕분에 더욱 기분 좋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마치 어머니가 해주시는 밥을 먹는 듯한 따뜻함을 느꼈다.
‘달맞이’에서는 참석 인원수에 따라 양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혼자 방문해도 부담 없이 식사를 즐길 수 있고, 단체 손님도 넉넉하게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다음에는 동료 연구원들과 함께 방문해서 푸짐하게 즐겨봐야겠다.

‘달맞이’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식사를 넘어, 힐링의 시간이었다.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분위기,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 덕분에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다. 역시 맛있는 음식은 삶의 활력소다.
다음에 장흥에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달맞이’에 꼭 다시 들러 다른 메뉴도 맛봐야겠다. 특히 탕 종류와 주물럭이 궁금하다. 그땐 꼭 시원한 맥주 한 잔과 함께 즐겨야지.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김치찌개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 묵은지의 깊은 맛과 돼지고기의 풍미가 혀끝에 맴도는 듯했다. ‘달맞이’에서의 경험은 앞으로 내가 연구하는 발효 과학에 대한 영감을 불어넣어 줄 것 같다.
오늘의 맛집 탐방, 대성공이다. 장흥에 숨겨진 보석 같은 한식당 ‘달맞이’, 강력 추천한다. 특히 묵은지의 깊은 맛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방문해야 할 곳이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