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에 도착하자마자 짭조름한 바다 냄새가 코를 찔렀다. 아, 여기가 바로 그 유명한 대게의 고장이구나! 하지만 오늘은 왠지 기름진 대게보다는, 소박하면서도 따뜻한 밥 한 끼가 더 끌리는 날이었다. 마침 지인이 영덕 맛집이라며 추천해 준 생선구이집이 떠올랐다. 그래, 오늘 점심은 푸짐한 생선구이 백반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워보자!
해파랑공원 바로 앞에 있다는 말에, 네비게이션을 따라 굽이굽이 해안 도로를 달렸다. 드디어 저 멀리, 간판에 큼지막하게 “생선구이집”이라고 쓰인 정겨운 식당이 눈에 들어왔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푸근해지는 기분이었다. 주차는 해파랑공원 주차장에 편하게 하면 된다고 하니, 주차 걱정은 접어두고 설레는 마음으로 식당 문을 열었다.
“어서 오이소!”
문을 열자마자 구수한 사투리 인사가 나를 반겼다. 평일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었는데도, 식당 안은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역시 영덕 사람들은 다 아는 맛집인가 보네! 테이블 간 간격이 넓지는 않았지만, 정겨운 분위기가 오히려 더 좋았다. 따뜻한 햇살이 창가를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모습이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 온 듯한 느낌을 주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힐끗 보니, 메뉴는 단 하나, 생선구이 정식(1인 15,000원)뿐이었다. 메뉴 고민할 필요 없이 바로 2인분을 주문했다. 잠시 기다리는 동안, 테이블마다 놓인 곱창김이 눈에 들어왔다. 김 위에 곱창처럼 생긴 해초가 붙어있는 신기한 모습에, 나도 모르게 손이 뻗어 김 한 장을 집어 들었다.
“아이고, 이 김 맛 좀 봐라. 억수로 맛있다 아이가!”
옆 테이블 할머니의 말씀에 용기를 얻어 곱창김을 맛봤다. 바삭하면서도 짭짤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지는 것이, 정말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곱창김은 테이블마다 넉넉하게 준비되어 있어서, 눈치 볼 필요 없이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곱창김은 따로 판매도 하고 있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생선구이 정식이 나왔다. 커다란 접시 위에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생선들이 가득 담겨 있었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김치찌개와 정갈한 밑반찬들이 테이블을 가득 채웠다. 마치 시골 할머니가 손주를 위해 정성껏 차려주신 밥상처럼 푸짐하고 따뜻한 느낌이었다.
생선구이 정식에는 고등어, 갈치, 가자미, 열기 등 다양한 종류의 생선이 나왔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구워진 생선들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특히 큼지막한 가자미는 살이 통통하게 올라, 젓가락을 대는 순간 살점이 스르륵 분리될 정도로 부드러웠다.
먼저 가자미 한 점을 집어 맛을 보았다.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아이고, 이 맛이야! 갓 지은 따뜻한 쌀밥 위에 가자미 한 점을 올려 먹으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간이 세지 않아, 있는 그대로의 생선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이번에는 곱창김에 밥과 생선을 함께 싸서 먹어봤다. 바삭한 김의 식감과 짭짤한 맛, 그리고 부드러운 생선의 조화가 환상적이었다. 여기에 매콤한 된장고추를 살짝 얹어 먹으니, 그 맛이 더욱 깊어졌다. 밑반찬으로 나온 가자미식해 또한 별미였다. 꼬들꼬들한 식감과 새콤달콤한 양념이 입맛을 돋우는 것이, 정말 밥 두 공기는 뚝딱 해치울 수 있을 것 같았다.
뜨끈한 김치찌개도 빼놓을 수 없었다. 돼지고기와 두부, 김치가 듬뿍 들어간 김치찌개는 보기만 해도 얼큰해 보였다. 국물을 한 숟갈 떠먹으니, 캬! 이 맛이지!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이 속을 확 풀어주는 느낌이었다. 김치찌개 안에 들어간 돼지고기도 어찌나 쫄깃하고 맛있던지! 밥에 김치찌개 국물을 살짝 적셔 먹으니, 옛날 엄마가 해주시던 그 맛이 그대로 느껴지는 듯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어떤 후기에서는 생선이 따뜻하지 않고 미리 구워 놓은 것을 데워주는 것 같다고 했는데, 내가 방문했을 때도 그런 느낌을 살짝 받았다. 바로 구워져 나왔다면 훨씬 더 맛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리고 김치찌개에 참치가 들어갔다는 후기도 있었는데, 내 입맛에는 살짝 짜게 느껴졌다. 조금만 덜 짜면 정말 완벽할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푸짐한 생선구이와 김치찌개, 그리고 맛깔스러운 밑반찬들까지,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었다. 특히 곱창김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배부르게 밥을 먹고 식당을 나섰다. 식당 바로 앞에는 해파랑공원이 펼쳐져 있었다. 잠시 공원을 거닐며 바다 내음을 맡으니, 소화도 되는 것 같고 기분도 상쾌해졌다. 영덕에 와서 대게 대신 생선구이를 선택한 것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영덕에 다시 온다면, 이 생선구이집에 꼭 다시 들러 푸짐한 생선구이 백반을 맛봐야겠다. 그때는 꼭 생선을 바로 구워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김치찌개도 조금 덜 짜면 더 좋을 것 같다. 그래도 이 모든 것을 감안하더라도, 이 집은 영덕에서 꼭 가봐야 할 맛집임에 틀림없다. 따뜻한 밥 한 끼가 그리울 때, 영덕 생선구이집에 들러 푸짐한 생선구이 백반을 맛보시길! 후회하지 않으실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