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에 사는 지인을 만나러 가는 길, 단순한 만남을 넘어 특별한 미식 경험을 선물하고 싶었다. 며칠 전부터 인터넷을 샅샅이 뒤져 찾아낸 곳은 바로 미슐랭 2년 연속 선정, 6년 연속 블루리본에 빛나는 나고야식 장어덮밥 전문점 “슌사이쿠보”였다. 평소 장어덮밥을 즐겨 먹는 나에게, 이곳은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미식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것만 같은 설렘을 안겨주었다.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 슌사이쿠보를 찾아 나섰다. 네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대로 도착했지만, 간판이 가로수에 가려져 있어 처음에는 조금 헤맸다. 주변을 두어 번 빙빙 돌다가 드디어 발견한 슌사이쿠보! 작은 입간판만이 이곳이 맛집임을 은은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선 슌사이쿠보는 생각보다 아담한 공간이었다. 테이블 간 간격이 넓지 않아 다소 좁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이러한 공간 구성이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은은한 조명 아래, 나무 소재를 사용한 인테리어는 따뜻하고 정갈한 느낌을 더했다. 마치 일본의 작은 식당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키오스크를 통해 메뉴를 살펴보니, 히츠마부시 외에도 스테미너 덮밥, 연어덮밥 등 다양한 메뉴가 준비되어 있었다. 특히 스테미너 덮밥에 들어가는 숯불고기가 맛있다는 추천에 살짝 흔들렸지만, 오늘 이곳을 찾은 이유는 오직 하나, 슌사이쿠보의 대표 메뉴인 히츠마부시였다. 11시 30분이라는 비교적 이른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몇 가지 메뉴는 품절이었다.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나는 고민 없이 히츠마부시를 주문했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코스처럼 샐러드와 튀김이 먼저 나왔다. 샐러드는 신선한 채소와 상큼한 드레싱이 어우러져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튀김은 바삭하고 따뜻했는데, 3천원을 추가하면 같은 양으로 추가 주문이 가능하다는 말에 잠시 고민했지만, 메인 메뉴인 히츠마부시를 위해 아껴두기로 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히츠마부시가 나왔다. 정갈하게 차려진 한 상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 작품과 같았다. 옻칠이 된 나무 쟁반 위에 놓인 히츠마부시는 고급스러움을 더했고, 앙증맞은 크기의 반찬 그릇들은 정갈함을 뽐냈다.
히츠마부시 덮밥은 라탄 소재의 뚜껑으로 덮여 나왔는데, 뚜껑을 여는 순간,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장어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밥이 눈 앞에 펼쳐졌다. 달콤 짭짤한 양념 냄새와 함께 은은한 불향이 코를 자극했다. 젓가락을 들기 전부터 이미 침샘은 폭발 직전이었다.
직원분은 히츠마부시를 더욱 맛있게 즐기는 4가지 방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첫 번째는 주걱으로 밥을 4등분 하여, 1/4은 그대로 밥과 장어의 맛을 음미하는 것이다. 밥알 한 톨 한 톨에 장어의 풍미가 깊숙이 배어 있었고, 장어는 입 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렸다. 장어 특유의 비린 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잔가시 또한 완벽하게 제거되어 있었다.

두 번째 방법은 밥에 김 가루, 와사비, 쪽파를 넣고 비벼 먹는 것이다. 와사비의 알싸한 맛이 장어의 느끼함을 잡아주었고, 김 가루의 고소함과 쪽파의 향긋함이 풍미를 더했다. 세 번째는 두 번째 방법과 동일하게 비빈 밥에 따뜻한 오차즈케 육수를 부어 먹는 것이다. 따뜻한 육수가 밥알 사이사이에 스며들어 부드러운 식감을 선사했고, 쌀쌀한 날씨에 몸을 따뜻하게 녹여주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맛있었던 방법으로 남은 밥을 즐기면 된다. 나는 당연히 첫 번째 방법으로, 오롯이 밥과 장어 본연의 맛을 느끼며 마지막 한 입까지 음미했다.
함께 제공된 장국은 아주 부드러운 느낌이었다. 슴슴하면서도 깊은 맛이 나는 것이, 히츠마부시와 환상의 궁합을 자랑했다. 반찬으로 나온 톳에 레몬즙을 살짝 뿌려 먹으니 입안이 깔끔하게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디저트가 나왔다. 녹차 아이스크림과 팥, 찹쌀떡이 앙증맞게 담겨 나왔는데, 달콤하면서도 쌉쌀한 맛이 입가심으로 훌륭했다.
미슐랭에 선정된 식당 치고는 가격이 저렴했지만, 일반적인 장어덮밥 가격을 생각하면 다소 비싸다고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슌사이쿠보의 히츠마부시는 단순한 장어덮밥이 아닌, 정성과 예술이 담긴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의 가치를 충분히 한다고 생각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테이블 간 간격이 좁아 옆 테이블의 소리가 잘 들린다는 것이다. 룸 형태의 좌석이 아니라면, 옆 테이블의 대화 소리 때문에 식사 내내 다소 불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슌사이쿠보 창원점은, 부산 화명동에 있는 본점의 맛과 퀄리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굳이 일본까지 가지 않아도, 한국에서, 그것도 창원에서 일본 현지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슌사이쿠보에서 맛있는 히츠마부시를 먹고 나오니, 왠지 모르게 힘이 솟아나는 기분이었다. 마치 장어가 나의 스테미너를 북돋아 준 것만 같았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서, 이 특별한 맛을 함께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원에서 특별한 맛집을 찾는다면, 슌사이쿠보를 강력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