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순간이 황홀한, 성수동 골목길 숨은 전 맛집에서 빚어낸 추억 한 잔

어스름한 저녁, 성수동 골목길을 헤매다 발견한 작은 전집. 간판은 낡았지만, 새어 나오는 따스한 불빛에 이끌려 발걸음을 멈췄다. 좁은 문을 열자, 후끈한 기름 냄새와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섞여 풍성한 환영 인사를 건네는 듯했다. 마치 오래된 친구 집에 놀러 온 듯한 편안함이 감돌았다.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다양한 전 종류와 막걸리 리스트가 눈에 들어왔다. 이곳, 보통의 전집은 아니겠구나 직감했다. 모듬전을 시키고, 어떤 막걸리를 고를까 고민하다 사장님께 추천을 부탁드렸다. “오늘은 우도땅콩 막걸리가 새로 들어왔는데, 전이랑 아주 잘 어울릴 겁니다.”

모듬전의 다채로운 향연
모듬전의 다채로운 향연

잠시 후, 푸짐한 모듬전이 눈앞에 펼쳐졌다. 깻잎전, 고추전, 호박전, 김치전… 형형색색의 전들이 바삭하게 구워져 윤기를 뽐내고 있었다. 갓 부쳐낸 따뜻함이 코끝을 간지럽혔다. 젓가락을 들어 깻잎전부터 맛봤다. 깻잎의 향긋함과 고소한 기름의 조화가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섬세하게 다져 넣은 돼지고기의 풍미가 깻잎의 향긋함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고추전은 톡 쏘는 청양고추의 매운맛이 느끼함을 잡아주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겉바속촉의 정석이었다. 호박전은 달콤한 호박의 풍미가 은은하게 퍼져 나갔다. 얇게 썰어 부드럽게 익힌 호박은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렸다. 김치전은 묵은지의 깊은 맛이 일품이었다. 적당히 숙성된 김치의 아삭한 식감과 매콤함이 입맛을 돋우었다.

사장님의 추천대로 우도땅콩 막걸리를 한 잔 들이켰다. 부드러운 목넘김과 함께 은은한 땅콩 향이 입안을 감쌌다. 달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전의 느끼함을 깔끔하게 잡아주었다. 막걸리 한 모금, 전 한 입 번갈아 먹으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마치 어린 시절 할머니가 만들어주시던 전을 먹는 듯한 푸근함과 따스함이 느껴졌다.

먹음직스러운 모듬전의 향연
먹음직스러운 모듬전의 향연

전이 워낙 맛있어서 다른 메뉴도 궁금해졌다. 김치찌개를 추가로 주문했다. 뚝배기에 담겨 나온 김치찌개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돼지고기와 두부, 김치가 듬뿍 들어간 김치찌개는 깊고 진한 맛을 자랑했다. 살짝 단맛이 느껴지는 국물은 묘한 중독성이 있었다. 뜨끈한 김치찌개 국물에 밥을 말아 먹으니 추위가 싹 가시는 듯했다. 다만, 밥은 햇반으로 제공되는 점이 조금 아쉬웠다. 갓 지은 따뜻한 밥과 함께였다면 금상첨화였을 텐데.

고소한 참깨가 듬뿍 뿌려진 김치두부
고소한 참깨가 듬뿍 뿌려진 김치두부

벽 한쪽에는 다양한 종류의 막걸리 병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제주 우도땅콩 막걸리 뿐만 아니라, 느린마을 막걸리 등 평소에 쉽게 접하기 어려운 막걸리들도 눈에 띄었다. 다음에는 다른 막걸리에도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투명한 유리병에 맺힌 물방울들이 시원함을 더했다. 라벨에 적힌 ‘느린마을’이라는 글자가 정겹게 다가왔다.

다정한 막걸리 두 병의 모습
다정한 막걸리 두 병의 모습

혼자 방문했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사장님은 친절하게 말을 건네주셨고, 옆 테이블 손님들과도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다들 이 집의 음식 맛과 분위기에 푹 빠져 있는 듯했다. 모두가 편안하게 웃고 이야기하는 모습이 정겨웠다.

계산을 하고 가게 문을 나섰다. 밖은 여전히 어두웠지만, 내 마음은 따뜻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성수동 맛집 골목길에서 우연히 발견한 이 작은 전집은 단순한 식당이 아닌, 추억과 정을 듬뿍 담아갈 수 있는 공간이었다. 다음에 비가 오는 날, 막걸리 한 잔이 생각날 때, 나는 망설임 없이 이 곳을 다시 찾을 것이다. 그땐 꼭 고추전과 깻잎전을 다시 시켜야지.

가끔은 화려한 레스토랑보다 이런 소박한 동네 맛집에서 진정한 행복을 느끼는 것 같다.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사람들, 그리고 정겨운 분위기. 이 모든 것이 완벽하게 어우러진 곳이었다. 성수동에서 맛있는 전과 막걸리를 즐기고 싶다면, 이 곳을 강력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웨이팅이 있을 수 있으니, 조금 일찍 방문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막걸리 병에 적힌 제조일자
막걸리 병에 적힌 제조일자

돌아오는 길, 은은하게 퍼지는 막걸리 향과 함께 그날의 따뜻했던 기억들이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다음 방문에는 비오는 창밖을 바라보며 모든전에 막걸리 한 잔 기울여야겠다 다짐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모듬전의 클로즈업 샷
모듬전의 클로즈업 샷
두 종류의 막걸리
두 종류의 막걸리
막걸리 병 상세
막걸리 병 상세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