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좁은 골목길, 왁자지껄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던 그 시절 추억이 문득 떠오르는 날 있지 않소? 왠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헛헛하고, 따뜻한 밥 한 끼로 위로받고 싶은 그런 날 말입니다. 며칠 전, 내가 딱 그랬다오. 그래서 젊음의 활기가 넘실대는 동아대 근처, 부산에서도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온 맛집, ‘봉대박 스파게티’를 찾아갔지 뭐요.
간판은 조금 낡았지만, 정겨운 느낌은 그대로더구먼. 문을 열고 들어서니, 왁자지껄한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마치 옛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갑게 맞아주는 거 있지요. 7~8년 전부터 꾸준히 이 집을 찾았다는 단골손님도 있다니, 그 세월만큼 쌓인 정이 느껴지는 듯했습니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인테리어는 세련됨과는 거리가 멀지만, 오히려 그 묵은 때가 편안함을 주더이다. 마치 오래된 친구 집에 놀러 온 기분이랄까요?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쳐보니, 봉골레 파스타 종류가 참 다양하더군요. 기본 봉골레부터 시작해서 불고기 봉골레, 크림 봉골레까지… 고민 끝에, 이 집의 대표 메뉴라는 봉골레 파스타를 주문했지요. 혹시나 느끼할까 싶어 매콤하게 해달라고 부탁드렸더니, 맵기 조절도 가능하다는 친절한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역시, 이런 소소한 배려가 손님 마음을 사로잡는 비결이겠지요?

잠시 기다리니, 드디어 봉골레 파스타가 나왔습니다. 뽀얀 국물에 담긴 면발 위로, 싱싱한 바지락과 파슬리가 듬뿍 뿌려져 있더군요. 얼른 한 젓가락 들어 맛을 보니, 아이고, 이 맛 좀 봐라! 마치 국밥을 먹는 듯한 시원하고 얼큰한 국물 맛이 입안 가득 퍼지는 거 있지요. 면발도 어찌나 쫄깃한지, 후루룩후루룩 계속 입으로 들어가는 맛입니다. 왜 다들 ‘해장 파스타’라고 하는지, 먹어보니 바로 알겠더군요.

국물 맛이 어찌나 시원한지, 숟가락으로 계속 떠먹게 되더군요. 바지락도 어찌나 싱싱한지, 쫄깃쫄깃 씹는 맛이 일품입니다. 매콤한 맛이 느끼함도 잡아주니, 정말 ‘스파게티로 해장한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것 같았습니다.

봉골레 파스타만 먹기 아쉬워서, 마르게리타 피자도 하나 시켜봤습니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피자 위로, 토마토소스와 모짜렐라 치즈, 그리고 마늘 슬라이스가 듬뿍 올려져 있더군요. 한 조각 들어 맛을 보니, 아이고, 이거 또 별미네!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치즈와 향긋한 마늘 향이 어우러져, 입안에서 축제가 벌어지는 듯했습니다. 특히, 얇고 바삭한 도우가 아주 내 스타일이었습니다.

피자를 먹고 있으니, 사장님께서 구운 마늘 크루아상과 토스트 마시멜로를 서비스로 주시더군요. 아이고, 인심도 좋으셔라! 따뜻한 크루아상에 마늘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것이, 정말 입에서 스르륵 녹는 맛이었습니다. 달콤한 마시멜로는 아이들이 참 좋아하겠다 싶었지요.

배불리 먹고 계산을 하려는데, 가격도 어찌나 착한지! 봉골레 파스타가 6천 원, 마르게리타 피자가 8천 원이라니, 요즘 세상에 이런 가격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다니 믿기지가 않더군요. 게다가, 양도 얼마나 푸짐한지, 정말 가성비 최고라는 말이 아깝지 않았습니다.

계산을 마치고 가게를 나서는데,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맛있는 음식과 푸짐한 인심 덕분에, 어린 시절 추억도 떠올리고, 헛헛했던 마음도 든든하게 채울 수 있었지요. 옛날 엄마가 해주시던 그 맛처럼, 정겹고 푸근한 ‘봉대박 스파게티’. 동아대 근처에 갈 일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시구려. 후회는 절대 없을 테니!

아, 그리고 여기는 다른 지점보다 양도 많고 맛도 좋다는 소문이 있더이다. 게다가, 사장님 인심 덕분에 마시멜로와 크루아상까지 덤으로 맛볼 수 있다니, 이 얼마나 혜자스러운 곳이요! 참, 가게는 오래되어서 깔끔한 느낌은 덜하지만, 그만큼 정겹다는 것도 잊지 마시구려.

봉대박 스파게티… 이 집은 맛도 맛이지만, 추억을 먹는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학생 때는 물론이고 졸업하고 나서도 잊지 못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니, 그만큼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 게 분명하겠지요. 나도 다음에 또 맛있는 파스타가 생각나면, 주저 없이 이 부산 맛집을 찾을 겁니다. 그때는 불고기 봉골레에 인절미 피자도 한번 먹어봐야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