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으로 향하는 길, 창밖으로 스치는 풍경은 잿빛 도시의 이미지와는 달리 꽤나 푸르렀다. 오래전 울산에서 지냈던 기억을 더듬으며, 잊을 수 없는 그곳의 맛집 한 곳을 방문하기로 마음먹었다. 바로 ‘바로생선구이’. 1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곳의 생선구이는 내 기억 속 미식 지도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도착한 식당은 예전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깔끔하고 정돈된 실내는 생선구이 전문점이라는 선입견을 깨끗이 씻어주었다. 은은하게 퍼지는 조명 아래,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하여 편안한 식사를 기대하게 했다. 예전에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세련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벽 한켠에는 손글씨로 정성스럽게 쓰여진 메뉴 안내와 작은 꽃 장식이 놓여 있어, 소소한 감성을 더했다.
자리에 앉아 메뉴를 살펴보니, 예전과 같이 다양한 생선구이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모듬 생선구이를 시킬까, 아니면 고등어구이를 시킬까 잠시 고민하다가, 오늘은 왠지 푸짐하게 즐기고 싶어 모듬 생선구이를 주문했다. 잠시 후, 정갈하게 차려진 밑반찬들이 테이블을 가득 채웠다. 김치, 나물 등 하나하나 집밥의 정성이 느껴지는 반찬들이었다. 특히, 따뜻하게 제공되는 미역국은 쌀쌀한 날씨에 얼었던 몸을 부드럽게 녹여주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모듬 생선구이가 등장했다. 길쭉한 흰 접시 위에 가지런히 놓인 생선들의 향연은 시각적인 즐거움까지 선사했다. 고등어, 가자미, 갈치, 조기 등 다채로운 구성이었다. 노릇하게 구워진 껍질은 바삭함을, 촉촉한 속살은 부드러움을 예감하게 했다. 특히, 큼지막한 갈치의 자태는 압도적이었다.
가장 먼저 젓가락이 향한 것은 고등어구이였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조화였다. 입안 가득 퍼지는 고소한 풍미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구워주시던 그 맛과 닮아 있었다. 과하지 않은 짭짤함은 밥 없이 그냥 먹어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다음으로 맛본 것은 가자미구이였다. 껍질은 얇고 바삭했으며, 속살은 담백하고 부드러웠다. 잔가시가 거의 없어 먹기 편했고, 은은하게 퍼지는 바다 향은 입안을 청량하게 정화시켜주는 듯했다. 가자미 특유의 섬세한 풍미는 미각을 섬세하게 자극하며, 잊고 지냈던 미식의 즐거움을 일깨워주었다.
갈치구이는 단연 압권이었다. 큼지막한 크기만큼이나 풍부한 살집을 자랑했다. 겉은 노릇하게 구워져 있었지만, 속은 촉촉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입안에 넣는 순간,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듯한 식감은 감탄을 자아냈다. 특히, 갈치 특유의 고소한 맛은 잊을 수 없는 미식 경험을 선사했다.
조기구이는 짭짤하면서도 감칠맛이 돋보였다. 밥반찬으로 제격이었다. 따뜻한 흰 쌀밥 위에 조기 살을 한 점 올려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짭짤한 조기구이와 고소한 쌀밥의 조화는 입맛을 돋우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밑반찬으로 제공된 김치찌개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메뉴였다. 적당히 익은 김치의 깊은 맛과 돼지고기의 풍미가 어우러져,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우게 만드는 마성의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특히, 생선구이와 김치찌개의 조합은 최고의 궁합을 자랑하며, 식사의 만족도를 한층 높여주었다.
식사를 하면서 문득 예전에 즐겨 먹었던 달걀말이가 떠올랐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직원분께 여쭤보니, 여전히 판매하고 있다고 했다. 반가운 마음에 달걀말이도 추가로 주문했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달걀말이는 역시나 변함없는 맛을 자랑했다. 은은한 단맛과 고소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지며,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바로생선구이’에서는 생선구이뿐만 아니라 밥맛 또한 훌륭했다. 윤기가 흐르는 갓 지은 쌀밥은 그 자체로도 훌륭한 요리였다. 밥알 하나하나가 살아있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느껴졌다. 좋은 쌀을 사용하는 것 같았다. 맛있는 밥은 어떤 반찬과도 잘 어울렸지만, 특히 생선구이와 함께 먹을 때 그 진가를 발휘했다.
이곳의 또 다른 매력은 친절한 서비스였다. 사장님을 비롯한 직원분들 모두 친절하고 밝은 미소로 손님을 맞이했다. 필요한 것이 없는지 세심하게 챙겨주셨고, 불편함 없이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해주셨다. 특히, 아이와 함께 방문한 손님에게는 아기 의자를 준비해주는 등, 세심한 배려가 돋보였다.
다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다. 생선구이 전문점임에도 불구하고, 실내 환기가 완벽하지 않아 약간의 비린내가 느껴졌다. 물론, 심각한 정도는 아니었지만, 예민한 사람에게는 다소 거슬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테이블 간 간격이 넓은 것은 장점이지만, 테이블 수가 많지 않아 점심시간에는 웨이팅이 발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반적으로 ‘바로생선구이’는 훌륭한 맛과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울산의 대표적인 생선구이 전문점이었다. 집에서 생선 굽기가 번거로운 현대인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다. 또한, 깔끔하고 정갈한 분위기 덕분에 가족 외식 장소로도 손색이 없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따뜻한 햇살이 쏟아지는 울산의 거리를 걸으며, ‘바로생선구이’에서 느꼈던 풍요로운 맛과 따뜻한 정을 되새겨보았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변함없는 맛과 친절함으로 나를 맞아준 ‘바로생선구이’. 그곳은 단순한 식당을 넘어, 소중한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다음에 울산을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반드시 다시 찾아가고 싶은 곳이다.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울산의 야경은 아름다웠다. 오늘 맛보았던 생선구이의 풍미와 따뜻했던 식당의 분위기가 잔상처럼 남아,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바로생선구이’에서의 식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를 넘어, 마음까지 풍요로워지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바로생선구이: 울산 남구 삼산로 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