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길, 구리에서 만난 깔끔한 막국수 맛집

어스름한 저녁, 망우리공원에서 뉘엿뉘엿 지는 해를 뒤로하고 내려오는 길이었다. 왠지 모르게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뭘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까’ 고민하며 걷던 찰나, 저 멀리 빛을 발하는 한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막국수’ 세 글자가 왠지 모르게 나를 잡아끄는 듯했다. 사실 막국수를 엄청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깔끔한 맛이라는 칭찬에 이끌려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 저녁은 여기다, 싶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생각보다 훨씬 넓은 공간이 펼쳐졌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은은하게 퍼지는 조명 아래, 저녁 식사를 즐기러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겨울인데도 이렇게 사람이 많다니, 여름에는 얼마나 붐빌까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역시, 구리 지역에서 꽤나 유명한 맛집인가 보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쳐보니, 막국수 종류만 해도 물막국수, 비빔막국수, 순한물막국수 등 다양했다. 고민 끝에 가장 인기 있다는 물막국수와 김치만두를 주문했다. 막국수만 먹기엔 아쉬울 것 같아 소불고기도 추가했다. 따뜻한 면수를 마시며 기다리니,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메뉴들이 하나 둘 테이블 위를 채우기 시작했다.

물막국수
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물막국수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역시 물막국수였다.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겨 나온 막국수는 김가루와 깨가 듬뿍 뿌려져 있어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붉은 양념장과 오이, 김이 색감의 조화를 이루며 식욕을 자극했다. 국물을 한 입 맛보니, 깔끔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면발은 쫄깃했고, 양념은 과하지 않아 막국수 특유의 메밀 향을 해치지 않았다. 확실히, 내가 막국수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인 특유의 텁텁함이나 인위적인 단맛이 없어 좋았다.

물막국수와 밑반찬
정갈한 밑반찬과 함께 즐기는 막국수 한 상

밑반찬으로 나온 김치와 열무김치도 막국수와 잘 어울렸다. 특히, 톡 쏘는 맛이 매력적인 열무김치는 막국수의 시원함을 한층 더 끌어올려 줬다. 아삭아삭 씹히는 식감도 좋았다.

곧이어 김치만두가 나왔다. 얇은 만두피 안에 김치와 각종 채소가 듬뿍 들어있었다. 한 입 베어 무니, 매콤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다. 만두피는 쫄깃했고, 속은 촉촉해서 정말 맛있었다. 막국수와 함께 먹으니, 환상의 조합이었다.

메밀전
독특한 식감의 메밀전

궁금했던 메밀전도 맛보았다. 얇게 부쳐진 메밀전은 겉은 살짝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쫀득한 식감이 마치 떡을 먹는 듯했다. 간장에 살짝 찍어 먹으니, 고소한 맛이 더 잘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나온 소불고기는 뜨겁게 달궈진 팬에 양파, 당근, 풋고추와 함께 나왔다. 달콤 짭짤한 불고기 양념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소불고기를 한 점 들어 입에 넣으니, 부드러운 식감과 함께 깊은 풍미가 느껴졌다. 막국수와 함께 먹으니, 색다른 조화가 꽤 괜찮았다.

소불고기
달콤 짭짤한 소불고기

다만, 소불고기는 가격 대비 양이 조금 아쉬웠다. 막국수나 만두에 비해 특별한 맛은 아니었다. 다음에는 막국수와 다른 메뉴를 조합해서 먹어봐야겠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하늘은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배부른 배를 두드리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오늘 저녁은 정말 성공적이었다.

이곳은 막국수 매니아들에게는 이미 입소문이 자자한 곳이라고 한다. 깔끔한 막국수 맛은 물론이고, 푸짐한 양까지 더해져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특히, 따뜻한 면수는 숭늉 맛이 나서 추운 날씨에 몸을 녹이기에 딱 좋았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직원분들이 그리 친절한 느낌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물론, 추가 요청에는 잘 응대해 주셨지만, 뭔가 딱딱하고 사무적인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으로 모든 것이 용서됐다.

순한 물막국수
자극적이지 않은 순한 물막국수

다음에 방문하게 된다면, 순한 물막국수를 한번 먹어봐야겠다.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일 것 같다. 그리고 메밀전도 다시 한번 맛보고 싶다. 쫀득한 식감이 자꾸만 생각난다.

구리시청이나 망우리공원을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이곳에서 식사를 하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등산이나 산책 후에 시원한 막국수 한 그릇은 정말 꿀맛일 것이다. 다만, 가격이 조금 비싼 편이라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돌아오는 길, 따뜻한 숭늉 맛이 입가에 맴돌았다. 오늘, 구리에서 맛집을 하나 더 발견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야겠다. 분명, 부모님도 좋아하실 것이다.

따뜻한 면수
마음을 녹이는 따뜻한 면수

깔끔한 막국수가 생각나는 날, 나는 또다시 이곳을 찾을 것이다. 그때는 부디 직원분들의 미소가 조금 더 따뜻했으면 좋겠다. 맛있는 음식과 친절한 서비스, 이 두 가지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최고의 식당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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