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솥밥 한 상에 담긴 정성, 이천에서 맛보는 임금님표 쌀밥 맛집 기행

이천, 쌀의 고장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밥맛 좋기로 소문난 곳이다. 그 명성을 확인하고 싶어, 벼르고 벼르던 이천행에 몸을 실었다. 목적지는 ‘임금님쌀밥집’.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는 밥에 대한 자부심, 과연 그 맛은 어떨까? 설레는 마음을 안고 핸들을 잡았다.

주말을 살짝 비껴간 평일, 다행히 기다림은 길지 않았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정갈한 분위기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은은한 조명 아래 나무 테이블들이 놓여 있고, 가족 단위 손님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왁자지껄한 활기, 그 속에서도 정돈된 느낌이랄까. 곧 자리를 안내받아 앉으니, 따뜻한 물수건과 함께 메뉴판이 놓였다.

메뉴판을 펼쳐 들고 잠시 고민에 빠졌다. 쌀밥 정식부터 시작해서, 간장게장 정식, 보리굴비 정식, 떡갈비 정식까지… 다채로운 메뉴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눈에 띈 것은 역시 ‘임금님 정식’. 1인 61,000원이라는 가격에 잠시 망설였지만, 이왕 온 김에 제대로 맛보자는 생각에 용기를 냈다. 함께 간 일행은 불고기 정식과 제육볶음이 함께 나오는 양반정식을 주문했다. 메뉴판 한켠에는 “올해 갓 도정한 이천 햅쌀만 쓴다”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쌀에 대한 자신감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임금님쌀밥집 메뉴
다양한 정식 메뉴들이 눈길을 사로잡는 메뉴판. ‘임금님 정식’의 위엄!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따뜻한 숭늉이 먼저 나왔다. 은은한 단맛과 구수한 향이 입안 가득 퍼지는 숭늉. 빈 속을 부드럽게 달래주니, 식사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그리고 잠시 후, 테이블 위로 화려한 향연이 펼쳐졌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역시 돌솥밥이었다. 뚜껑을 여는 순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며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쌀밥이 모습을 드러냈다. 밥알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듯 탱글탱글했고, 갓 지은 밥 특유의 향긋한 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 밥만 먹어도 맛있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푸짐한 한 상 차림
돌솥밥과 함께 차려진 푸짐한 한 상. 보기만 해도 배부른 느낌!

돌솥밥과 함께, 다채로운 반찬들이 테이블을 가득 채웠다. 간장게장, 떡갈비, 보리굴비는 물론이고, 제철 나물 무침, 김치, 젓갈 등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반찬들이었다. 마치 임금님 수라상에 오른 듯한 기분이 들었다.

먼저 간장게장부터 맛을 봤다. 짜지 않고 신선한 게를 사용했다는 설명처럼, 비린 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달콤 짭짤한 양념이 게살 깊숙이 배어 있어, 입안에 넣는 순간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특히 게딱지에 붙은 내장에 밥을 비벼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넉넉하게 뿌려진 깨의 고소함까지 더해지니, 숟가락을 멈출 수가 없었다.

간장게장
윤기가 흐르는 간장게장. 짜지 않고 신선한 맛이 일품!

이어서 떡갈비를 맛봤다. 육즙이 가득한 떡갈비는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렸다. 은은하게 풍기는 숯불 향은 떡갈비의 풍미를 더욱 깊게 만들었다. 떡갈비 위에 잣을 올려 먹으니, 고소함이 배가 되는 느낌이었다. 아이들도 좋아할 것 같은 맛이었다.

보리굴비도 빼놓을 수 없었다. 짭짤하면서도 꼬들꼬들한 식감이 매력적인 보리굴비. 녹차물에 밥을 말아 보리굴비 한 점을 올려 먹으니, 입안 가득 퍼지는 풍미가 황홀했다. 특히 이곳 보리굴비는 슴슴하게 간이 되어 있어, 밥과 함께 먹기에 딱 좋았다.

일행이 주문한 양반정식의 제육볶음도 맛보았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붉은 양념이 식욕을 자극했다. 돼지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매콤달콤한 양념이 입맛을 돋우었다. 쌈 채소에 밥과 제육볶음을 함께 올려 먹으니, 든든함이 밀려왔다.

수육은 야들야들하고 부드러웠다. 갓 담근 듯한 붉은 색감의 김치와 함께 먹으니 느끼함은 사라지고 깔끔함만 남았다. 젓갈을 살짝 올려 먹으니, 감칠맛이 더욱 살아났다.

이 외에도, 따뜻하고 구수한 청국장찌개는 깊은 맛을 자랑했고, 제철 나물 무침은 신선함이 가득했다. 특히 시래기찜은 부드러운 식감과 은은한 향이 인상적이었다. 밥과 함께 먹으니, 꿀떡꿀떡 잘 넘어갔다. 반찬 하나하나에 정성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양한 곁들임 메뉴
정갈하게 담겨 나온 곁들임 메뉴들. 밥과 함께 먹으니 더욱 꿀맛!

정신없이 밥을 먹다 보니, 어느새 돌솥은 텅 비어 있었다.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었다. 돌솥에 뜨거운 물을 부어 누룽지를 만들어 먹을 차례. 뚜껑을 덮어 잠시 기다리니, 구수한 냄새가 솔솔 풍겨왔다. 뚜껑을 열어보니, 노릇노릇하게 눌어붙은 누룽지가 먹음직스러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누룽지를 한 입 먹으니, 입안 가득 퍼지는 구수함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짭짤한 젓갈을 올려 먹으니, 환상의 조합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배가 빵빵하게 불러왔다. 하지만 과식했다는 느낌보다는, 제대로 된 한 끼 식사를 즐겼다는 만족감이 더 컸다. 역시 쌀의 고장 이천답게, 밥맛은 정말 최고였다. 갓 지은 쌀밥의 풍미는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임금님 정식’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특별한 메뉴는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간장게장, 떡갈비, 보리굴비 등 맛있는 음식들이 많았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조금 더 고급스러운 메뉴가 추가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또한, 몇몇 반찬들은 평범한 수준이었다는 점도 아쉬웠다. 밑반찬을 추가하려면 접시당 1,000원을 내야하는 점도 살짝 아쉬움을 남겼다.

가게 내부는 2층으로 되어 있었는데, 테이블 간 간격이 좁은 편이었다. 때문에 옆 테이블 손님들의 이야기가 잘 들려, 조용하게 식사를 즐기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또한, 주차장이 좁아 주차 공간이 부족하다는 점도 감안해야 할 것 같다.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식사였지만, 가격 대비 퀄리티는 살짝 아쉬웠다. 1인당 61,000원이라는 가격을 생각하면, 조금 더 특별한 경험을 기대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밥맛 하나만큼은 정말 훌륭했기에, 쌀밥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방문해볼 만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에는 조금 더 저렴한 쌀밥 정식을 먹어봐야겠다.

조기구이
노릇하게 구워진 조기구이. 짭짤한 맛이 밥도둑!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따뜻한 숭늉처럼, 잔잔한 여운이 남는 저녁이었다. 이천쌀밥의 명성을 직접 확인했다는 뿌듯함과 함께, 다음에는 또 다른 이천 맛집을 찾아 떠나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는 이미 다음 맛집 기행을 계획하고 있었다. 역시, 맛있는 음식은 삶의 활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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