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솥밥에 스민 향긋한 추억, 양구에서 만난 가정식 맛집

오랜만에 떠난 강원도 양구. 굽이굽이 산길을 따라 드라이브를 즐기다 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훌쩍 넘어 있었다. 배꼽시계가 쉴 새 없이 울려대는 통에, 급하게 ‘양구 맛집’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눈에 띈 한 곳, ‘산채로’라는 정갈한 이름이 왠지 모르게 마음을 끌었다. 왠지 모르게 푸근한 어머니의 손맛이 느껴질 것만 같았다.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도착한 ‘산채로’는 간판부터가 정겨웠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벽돌 건물에, 파란 글씨로 쓰인 ‘산채로’ 간판이 왠지 모르게 고향집에 온 듯한 편안함을 안겨줬다. 낡은 듯 보이지만, 깔끔하게 정돈된 외관에서 오랜 시간 이 자리를 지켜온 내공이 느껴졌다.

산채로 간판
정겨운 분위기의 산채로 간판

문을 열고 들어서니, 따뜻한 온기가 온몸을 감쌌다.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식당 안은 꽤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특히 중년 남성들의 단체 손님이 눈에 띄었는데,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담소를 나누며 식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마치 오랜 단골집에 온 듯, 익숙하고 편안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테이블은 낡았지만 깨끗하게 닦여 있었고, 곳곳에 놓인 작은 화분들이 소박한 멋을 더했다.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판을 살펴보니, 쌈밥정식, 소불고기정식 등 다양한 메뉴가 있었지만,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돌솥정식’이었다. 왠지 뜨끈한 돌솥밥에 갖가지 반찬을 곁들여 먹으면, 잃어버렸던 입맛도 되돌아올 것 같았다. 게다가 가격도 만 이천 원으로,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상당히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 정식은 만 원이라고 하니, 부담 없이 즐기기에도 좋을 듯했다.

주문을 마치자, 사장님은 따뜻한 미소와 함께 “맛있게 드세요”라고 인사를 건네셨다. 왠지 모르게 친근하고 푸근한 인상이었다. 곧이어 밑반찬들이 하나둘씩 테이블 위로 차려지기 시작했는데, 그 종류가 무려 10가지가 넘었다.

돌솥정식 한상차림
푸짐한 돌솥정식 한상차림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검은콩 조림, 매콤한 향이 코를 자극하는 김치, 고소한 냄새가 솔솔 풍기는 시금치나물, 짭짤한 멸치볶음 등, 하나하나 정성이 가득 담긴 반찬들이었다. 특히 무지개 색깔을 뽐내는 계란말이는 그 비주얼부터가 남달랐다. 부드러운 식감은 물론, 영양까지 가득한 듯했다. 쌈밥집답게 신선한 쌈 채소도 푸짐하게 제공되었는데, 깻잎, 상추, 배추 등 다양한 종류의 쌈 채소를 보니 절로 입맛이 다셔졌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돌솥밥이 등장했다. 뜨겁게 달궈진 돌솥 안에는 밥과 함께 시래기가 가득 들어 있었다. 밥알 사이사이로 촉촉하게 스며든 시래기의 향긋한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밥을 그릇에 퍼 담고, 돌솥에는 뜨거운 물을 부어 누룽지를 만들어 먹을 준비를 마쳤다.

시래기 돌솥밥
향긋한 시래기가 가득한 돌솥밥

가장 먼저 돌솥밥을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으니, 입안 가득 퍼지는 시래기의 향긋함이 정말 최고였다. 갓 지은 밥의 윤기와 찰기는 말할 것도 없고, 씹을수록 느껴지는 은은한 단맛이 훌륭했다. 밥만 먹어도 맛있었지만, 갖가지 반찬들과 함께 먹으니 그 맛이 더욱 풍성해졌다.

짭짤한 멸치볶음을 얹어 먹으니 밥도둑이 따로 없었고, 매콤한 김치를 곁들여 먹으니 입안이 깔끔하게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특히 쌈 채소에 밥과 제육볶음을 올리고 쌈장을 듬뿍 찍어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신선한 채소의 아삭함과 쫄깃한 제육볶음의 조화가 환상적이었다.

제육볶음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제육볶음

된장찌개도 빼놓을 수 없었다. 테이블 한켠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된장찌개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두부, 애호박, 양파 등 다양한 재료가 듬뿍 들어간 된장찌개는 깊고 구수한 맛이 일품이었다. 특히 밥과 함께 먹으니, 어릴 적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된장찌개 맛이 떠오르는 듯했다.

계란찜과 된장찌개
부드러운 계란찜과 구수한 된장찌개

정신없이 밥을 먹다 보니, 어느새 돌솥 안의 누룽지가 맛있게 불어 있었다. 뜨끈한 누룽지를 한 숟가락 떠서 김치와 함께 먹으니, 입안이 개운해지는 느낌이었다. 누룽지의 구수한 맛과 김치의 매콤한 맛이 어우러져, 최고의 마무리였다.

배부르게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하자, 사장님은 환한 미소로 “맛있게 드셨어요?”라고 물어보셨다. “네,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대답하자, 사장님은 쑥스러운 듯 웃으시며 “다음에 또 오세요”라고 말씀하셨다.

‘산채로’에서의 식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를 넘어,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경험이었다. 정갈한 음식, 푸근한 인심, 그리고 편안한 분위기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양구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꼭 다시 들르고 싶은 곳이다.

아, 물론 아쉬운 점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몇몇 후기처럼 음식 간이 조금 센 편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특히 갓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에게도 어른과 동일한 양을 주문해야 한다는 점은 조금 아쉬웠다. 또, 쌈밥집임에도 불구하고 쌈 종류가 다양하지 않았다는 점도 개선되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산채로’는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었다.

식당을 나서며, 따뜻한 햇살 아래 다시 한번 ‘산채로’ 간판을 올려다봤다. 왠지 모르게 뭉클한 감정이 밀려왔다.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듯, 따뜻하고 정겨운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양구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산채로’에서 푸근한 가정식 밥상을 경험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돌솥밥 정식 한 상
돌솥밥, 제육볶음, 그리고 다양한 반찬들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양구의 풍경을 바라보며, ‘산채로’에서의 따뜻한 기억을 되새겼다. 맛있는 음식과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꼭 다시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양구의 숨겨진 보석 같은 곳, ‘산채로’. 소박하지만 정갈한 밥상과 따뜻한 인심이 그리워지는 날, 다시 한번 그 문을 두드려보고 싶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