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풀기도 전에 맛집 탐방에 나섰다. 혼자 떠나는 여행의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는 오롯이 내 취향에 맞는 식당을 골라, 눈치 보지 않고 혼밥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오늘은 왠지 깔끔한 한정식이 당겼다. 블로그에서 눈여겨봤던 덕진공원 근처의 “늘채움”이 떠올랐다. 싱글벙글, 드디어 전주 맛집 접수하러 출발!
덕진공원 바로 옆, 모텔들이 즐비한 거리에 자리 잡은 “늘채움”은 의외의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걱정은 금물. 주변 풍경과는 달리, 식당은 깔끔하고 정갈한 분위기를 풍겼다.

식당 입구는 흰색 벽에 큼지막한 원형 창살이 박혀 있어, 마치 전통 가옥의 문을 연상케 했다. 입구 옆에는 모범음식점 인증 표지판이 왠지 모를 신뢰감을 더했다. 자전거 한 대가 세워져 있는 풍경마저 정겹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은은한 조명이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혼자 온 손님을 위한 자리가 있는지 두리번거릴 필요도 없이, 직원분은 자연스럽게 1인용 테이블로 안내해 주셨다. 혼밥 레벨 99인 나에게도 이런 친절은 언제나 감사하다.
메뉴를 보니, 역시나 다양한 한정식 코스가 준비되어 있었다. 늘정식, 채정식… 고민 끝에, 가성비 좋다는 런치 늘정식을 주문했다. 혼자 왔지만, 왠지 푸짐하게 먹고 싶었다.

주문을 마치고 식당 내부를 둘러봤다. 벽 한쪽 면에는 방문객들의 사진과 사인이 가득 붙어 있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았다는 증거겠지. 식당 한켠에 놓인 장식장에는 앤틱한 도자기들이 진열되어 있어, 은은한 멋을 더했다. “SIMPLE PLAN”이라는 영문 문구가 적힌 액자가 도자기와 묘하게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늘정식이 눈앞에 펼쳐졌다. 개인별로 정갈하게 차려진 반상에, 김치찜, 떡갈비, 두부조림, 그리고 3가지 생선구이(굴비, 도미, 임연수)와 고등어김치전골까지! 혼자 먹기에는 다소 많은 양이었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불러오는 듯했다. 역시 전라도 인심은 남다르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역시 생선구이였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굴비, 도미, 임연수가 나란히 놓여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예술이었다. 젓가락을 들어 도미 한 점을 맛봤다.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굴비는 짭짤한 맛이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임연수는 껍질이 살짝 태워져 있어, 더욱 고소하고 바삭한 식감을 자랑했다.
뜨끈한 돌솥밥도 빼놓을 수 없었다. 갓 지은 밥이라 그런지 윤기가 좔좔 흘렀다. 밥알 한 톨 한 톨이 살아있는 듯 탱글탱글했다. 밥을 살짝 맛보니, 적당한 찰기가 느껴졌다. 밥만 먹어도 맛있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떡갈비는 달짝지근한 양념이 밥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두부조림은 부드러운 두부와 짭짤한 양념이 어우러져,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고등어김치전골은 시원하면서도 칼칼한 국물이 일품이었다. 특히, 푹 익은 김치와 고등어의 조합은 정말 최고였다.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웠다. 하지만 아직 반찬이 많이 남아있었다. 돌솥에 남은 누룽지에 뜨거운 물을 부어 숭늉을 만들어, 김치찜과 함께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김치찜은 간이 살짝 강했지만, 숭늉과 함께 먹으니 딱 좋았다.
배가 불렀지만, 젓가락을 놓을 수가 없었다. 생선구이 한 점, 떡갈비 한 입, 두부조림 한 젓가락… 쉴 새 없이 젓가락을 움직였다. 혼자 এতী렇게 푸짐한 한 상을 받으니, 왠지 모르게 뭉클해졌다. 오늘도 혼밥 성공! 혼자여도 괜찮아.

다 먹고 나니, 정말 배가 터질 것 같았다. 하지만 기분 좋은 포만감이었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직원분께 “너무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직원분은 환한 미소로 “다음에 또 오세요”라고 답해주셨다.
“늘채움”은 혼밥하기에도 전혀 부담 없는 곳이었다. 1인분 주문도 가능하고, 혼자 앉을 수 있는 테이블도 마련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직원분들이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다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다. 굴비는 다소 작은 크기였고, 떡갈비는 약간 인스턴트 맛이 느껴졌다. 그리고, 화장실이 2층에 있는데, 계단이 가파라서 어르신들은 이용하기 불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채움”은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식당이었다. 정갈한 음식, 푸짐한 양, 친절한 서비스, 그리고 혼밥하기 좋은 분위기까지. 전주에 여행 온다면, 한 번쯤 들러볼 만한 맛집임에 틀림없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덕진공원을 거닐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