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영주에 도착했다. 낯선 도시의 공기는 늘 설렘과 약간의 긴장을 함께 안겨준다. 오늘 저녁은 오래전부터 벼르고 별렀던 영주의 숨겨진 맛집, ‘토끼굴’을 탐험하는 날이다.
이름부터가 왠지 모르게 아늑하고 비밀스러운 공간을 연상시키는 ‘토끼굴’. 굴, 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 때문일까, 왠지 모르게 어린 시절 동화 속으로 빠져드는 듯한 기분 좋은 상상에 휩싸였다. ‘토끼굴’은 프라이빗한 룸 형태의 술집으로,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며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시끌벅적한 분위기보다 조용하고 아늑한 공간을 선호하는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선택이었다.
택시에서 내려 ‘토끼굴’ 간판을 찾았다. 화려한 네온사인 대신, 은은한 조명이 감도는 작은 간판이 나를 맞이했다. 마치 숨겨진 보물을 찾아 나서는 듯한 두근거림을 느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예상했던 대로 아늑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나를 감쌌다. 나무로 된 테이블과 의자, 은은한 조명, 그리고 귓가를 간지럽히는 잔잔한 음악까지, 모든 요소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메뉴는 육회, 튀김, 닭볶음탕 등 다양한 안주들이 있었는데, 하나하나 전부 맛보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토끼굴’만의 특별한 메뉴인 닭볶음탕이었다. 얼큰하고 달콤한 양념에 푹 익은 닭고기와 쫄깃한 떡, 그리고 각종 채소가 어우러진 닭볶음탕은 ‘토끼굴’의 대표 메뉴로 손꼽힌다고 한다.
고심 끝에 육회와 닭볶음탕을 주문했다. 잠시 후, 기본 안주가 먼저 나왔다. 바삭한 팝콘과 신선한 무채가 입맛을 돋우었다. 특히 팝콘은 영화관에서 먹던 것보다 훨씬 더 고소하고 맛있었다. 기본 안주부터 이렇게 맛있으니, 메인 메뉴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육회가 등장했다. 선명한 붉은 빛깔의 육회는 신선함 그 자체였다. 가운데 톡 터뜨린 노른자를 살살 풀어 육회와 함께 먹으니,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 듯한 황홀한 맛이 느껴졌다.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육회의 식감과 고소한 참기름 향이 어우러져, 젓가락을 멈출 수 없게 만들었다.

육회를 몇 점 먹으니, 드디어 닭볶음탕이 테이블 위에 올려졌다. 냄비 안에는 큼지막한 닭고기와 떡, 채소가 푸짐하게 들어 있었다. 국물을 한 입 떠먹어보니, 달콤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입 안 가득 퍼졌다.

닭고기는 뼈에서 쉽게 분리될 정도로 부드러웠고, 떡은 쫄깃쫄깃했다. 특히 닭볶음탕 국물은 밥에 비벼 먹어도 맛있고, 술안주로도 훌륭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닭볶음탕은 내 입맛에는 지나치게 달았다. 마치 떡볶이 양념을 먹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예전에 ‘토끼굴’에서 닭볶음탕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었기에, 이번 방문은 다소 실망스러웠다. 직원에게 이 사실을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더니, “원래 단 맛이다, 제가 다 간 본다, 덜 달게 해달라고 말하지 그랬냐”는 다소 불쾌한 답변이 돌아왔다. 손님의 입맛은 제각각인데, 획일적인 기준으로 맛을 평가하고 응대하는 방식은 아쉬웠다.
결국 닭볶음탕은 거의 남기고 말았다. 달콤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괜찮을 수도 있지만, 내 입맛에는 너무 과했다. 음식의 맛은 주관적인 영역이지만, 손님의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부족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토끼굴’의 모든 것이 실망스러웠던 것은 아니다.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 다양한 종류의 술, 그리고 맛있는 육회는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특히 ‘토끼굴’은 룸 형태로 되어 있어, 다른 사람들의 방해 없이 조용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친구들과의 모임이나 연인과의 데이트 장소로 제격일 듯하다. 실제로 방문했을 때, 각 룸마다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어 쾌적하고 시원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벽 한쪽에는 추억의 오락기들이 놓여 있었다. 잠시 자리에 앉아 어린 시절 즐겨 했던 게임을 몇 판 해보니, 잊고 지냈던 동심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비록 최신 게임은 아니었지만, 친구들과 함께 웃고 떠들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에는 충분했다.

‘토끼굴’에서는 하이볼도 판매하고 있다. 톡 쏘는 탄산과 은은한 위스키 향이 어우러진 하이볼은 닭볶음탕의 느끼함을 씻어주는 데 효과적이었다. 술을 잘 못 마시는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메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는 ‘토끼굴’에 방문하게 된다면, 닭볶음탕 대신 다른 메뉴를 주문해 볼 생각이다. 모듬 튀김이나 과일 플레이트 등 다른 후기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메뉴들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선한 과일로 가득 채워진 과일 플레이트는 17,000원이라는 가격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퀄리티를 자랑한다고 한다.
‘토끼굴’에서의 경험은 달콤함과 쌉쌀함이 공존하는, 묘한 여운을 남겼다. 맛있는 육회와 아늑한 분위기는 만족스러웠지만, 닭볶음탕의 과도한 단맛과 직원의 응대는 아쉬웠다. 하지만 ‘토끼굴’은 여전히 영주에서 편안하게 술 한잔 기울일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임에는 틀림없다. 다음 방문에서는 또 어떤 새로운 맛과 경험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토끼굴’을 나서며, 밤거리를 걸었다. 차가운 밤공기가 뺨을 스쳤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은 따뜻했다. 오늘 ‘토끼굴’에서 맛본 육회의 맛과, 친구들과 웃고 떠들던 기억, 그리고 닭볶음탕에 대한 아쉬움까지, 모든 것이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영주에서의 맛있는 술 한잔, ‘토끼굴’은 그런 곳이었다.

‘토끼굴’은 단순히 술을 마시는 공간을 넘어,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추억을 만들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따뜻한 공간이었다. 비록 완벽한 경험은 아니었지만, ‘토끼굴’은 내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을 영주 맛집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나는 다시 한번 ‘토끼굴’을 떠올렸다.
다음에는 부디, 닭볶음탕의 단맛이 조금 덜해지기를 바라면서. 그리고 그 따뜻한 공간에서, 또 다른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영주에서의 밤은 그렇게 깊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