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음식이 있었다. 토마토와 계란의 조합이라니, 언뜻 상상하기 힘든 조합이지만 왠지 모르게 강렬하게 끌리는 ‘토마토계란덮밥’. 레시피를 검색해 자취방에서 흉내 내 봤지만, 어딘가 부족한 2%를 채울 수 없었다. 결국, 그 맛의 근원을 찾아 직접 ‘시홍쓰’로 향하기로 결심했다.
어린이대공원역에서 내려 지도 앱을 켜고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니, 멀리서도 눈에 띄는 빨간색 간판이 보였다.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다. 가게 앞에는 이미 몇몇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역시, 맛집의 기운은 숨길 수 없는 걸까.
웨이팅 리스트에 이름을 적고, 주변을 둘러봤다. 가게 바로 옆에는 커다란 느티나무가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마치 오랜 시간 동안 이 자리를 지켜온 수호신처럼. 잠시 느티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기다리니, 문득 학창 시절 친구들과 왁자지껄 떠들며 떡볶이를 먹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내부는 생각보다 아담했다. 테이블 몇 개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습이 마치 일본의 작은 식당을 연상시켰다. 테이블 간 간격이 좁아 옆 사람의 대화 소리가 고스란히 들려왔지만, 오히려 이런 북적거림이 묘하게 정겹게 느껴졌다. 혼밥 손님을 위한 바 테이블도 마련되어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정독했다. 역시, 오늘의 목표는 ‘토마토계란덮밥’. 하지만, 다른 메뉴들도 눈에 밟혔다. 특히, ‘마파가지튀김’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메뉴가 호기심을 자극했다. 고민 끝에 토마토계란덮밥과 마파가지튀김, 그리고 타이거 맥주 한 병을 주문했다.
주문을 마치자, 따뜻한 물과 함께 작은 그릇에 담긴 애피타이저가 나왔다. 떡볶이 양념에 삶은 계란 반쪽과 두부였다. 떡볶이 양념은 어릴 적 학교 앞에서 먹던 추억의 맛 그대로였다. 살짝 오버쿡된 계란의 퍽퍽함과 달콤 짭짤한 양념의 조화가 묘하게 중독성 있었다. 두부 또한 부드럽고 고소했다.

애피타이저를 맛보며 잠시 기다리니, 드디어 메인 메뉴인 토마토계란덮밥이 나왔다. 뽀얀 쌀밥 위에 촉촉한 계란과 토마토가 듬뿍 올려져 있었다. 코를 찌르는 강렬한 불향이 식욕을 자극했다. 사진으로만 보던 비주얼을 실제로 마주하니,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망설임 없이 숟가락을 들어 덮밥을 크게 한 입 떠먹었다. 입안 가득 퍼지는 부드러운 계란의 촉감과 달콤한 토마토의 풍미. 그리고 은은하게 느껴지는 불향. 이 세 가지 요소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며 황홀한 맛을 선사했다. 마치 과학 실험이 성공적으로 끝마쳤을 때의 희열과 비슷했다.
계란은 단순히 익힌 것이 아니라, 마치 수플레처럼 부드럽고 폭신했다. 아마도 고온에서 빠르게 조리하여 계란 단백질의 변성을 최소화한 듯했다. 토마토는 신선한 것을 사용했는지, 산뜻한 산미가 살아 있었다. 여기에 더해진 불향은 마이야르 반응의 결과물일 것이다. 150도 이상의 고온에서 당과 아미노산이 반응하여 만들어지는 이 향은, 덮밥의 풍미를 한층 더 깊게 만들어 주었다.
덮밥을 먹는 중간중간, 타이거 맥주를 곁들였다. 청량한 탄산이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어, 덮밥의 맛을 더욱 풍성하게 느낄 수 있었다. 타이거 맥주는 라거 특유의 깔끔함 덕분에 기름진 음식과의 궁합이 좋다. 토마토계란덮밥의 은은한 기름기와도 훌륭하게 어울렸다.

토마토계란덮밥을 어느 정도 먹어갈 때쯤, 마파가지튀김이 나왔다. 큼지막한 가지 튀김 위에 붉은색 마파 소스가 듬뿍 올려져 있었다. 튀김옷은 바삭하고, 가지는 촉촉했다. 마파 소스는 보기만 해도 매콤해 보였다.
조심스럽게 가지튀김을 한 입 베어 물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완벽한 겉바속촉의 정석이었다. 튀김옷은 찹쌀가루를 사용했는지, 쫄깃한 식감도 느껴졌다. 마파 소스는 예상대로 매콤했다. 캡사이신이 TRPV1 수용체를 자극하여 통증과 쾌감을 동시에 유발하는, 전형적인 매운맛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매운맛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은은한 마라향과 깊은 감칠맛이 느껴졌다. 아마도 글루타메이트 함량이 높은 재료를 사용하여 감칠맛을 극대화한 듯했다.
마파가지튀김은 밥과 함께 먹으니 더욱 맛있었다. 매콤한 마파 소스가 밥에 스며들어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특히, 튀김옷의 바삭함과 밥알의 탱글함이 대비되어 더욱 즐거운 식감을 선사했다.
토마토계란덮밥과 마파가지튀김을 번갈아 가며 먹으니, 입안이 심심할 틈이 없었다. 두 메뉴 모두 개성이 강했지만,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듯 조화로웠다. 마치 오케스트라의 협연처럼, 각자의 매력을 뽐내면서도 하나의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냈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섰다. 배는 든든했고, 마음은 따뜻했다. ‘시홍쓰’는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니라,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다음에 또 방문해서 다른 메뉴들도 맛봐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총평:
‘시홍쓰’는 훌륭한 맛과 가성비를 자랑하는 건대 인근의 작은 맛집이다. 특히, 토마토계란덮밥은 꼭 먹어봐야 할 시그니처 메뉴다. 다만, 내부 공간이 협소하고 웨이팅이 길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단점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마치 숨겨진 보석을 발견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다음 방문 시에는 탄탄면과 고기 덴푸라를 꼭 맛봐야겠다. 아, 그리고 합석은 피할 수 없다. 이 점을 명심하자.
꿀팁:
* 오픈 시간에 맞춰 방문하거나, 테이블링 앱을 이용하여 원격 줄서기를 하는 것을 추천한다.
* 혼밥보다는 2~3명이 함께 방문하여 다양한 메뉴를 맛보는 것이 좋다.
* 테이블에 비치된 고추기름을 활용하여 더욱 매콤하게 즐길 수 있다. (청양고추 슬라이스나 시치미가 있었다면 금상첨화였을 텐데!)
* 소량의 밥이 무료로 제공되니, 부족하면 직원에게 요청하자.
* 주차는 불가하므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