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예고된 눈 소식에 마음이 괜스레 설렜다. 실험실에 틀어박혀 현미경만 들여다보는 일상에서 벗어나, 모처럼 맛있는 삼겹살에 소주 한잔 기울이며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완벽한 핑계가 생긴 것이다. 목적지는 동네 주민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한 곳, 24시간 영업이라는 매력적인 타이틀을 내건 지역의 맛집이었다.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 나는, 가게 앞에 쌓인 눈을 치우는 사장님의 모습에 작은 감동을 받았다. 눈이 오는 날, 손님들의 안전까지 생각하는 세심함이라니.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따뜻한 공기가 온몸을 감쌌다. 널찍한 공간, 테이블마다 놓인 거대한 돌판이 눈에 띄었다. 스테인리스 배기 후드와 테이블, 천장의 노출된 덕트가 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인테리어였다. 이미지에서 보았던 것보다 훨씬 쾌적하고 편안한 분위기였다.

자리에 앉기도 전에 약간의 불쾌한 경험을 했다. 혼자 온 손님은 받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24시간 영업이라는 간판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순간 ‘이곳에 대한 리뷰를 아주 엉망으로 써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오기가 발동한 나는, 잠시 후 일행이 도착한다는 말로 상황을 겨우 모면할 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주문한 메뉴는 생삼겹살. 잠시 후, 기다란 왕돌판 위에 뽀얀 자태를 뽐내는 삼겹살과 김치, 콩나물, 버섯, 호박 등이 보기 좋게 올려졌다. 돌판의 열기가 서서히 올라오면서, 멜라노이딘과 아크릴아마이드의 향긋한 냄새가 코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특히, 김치는 젖산 발효가 잘 진행된 듯, 시큼하면서도 깊은 풍미가 느껴졌다. 침샘을 자극하는 완벽한 조합이었다.

고기가 익어가는 동안, 기본으로 제공되는 찌개가 나왔다.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은, 캡사이신이 미각 신경을 자극하며 묘한 쾌감을 선사했다.
마치 과학 실험에 참여한 피험자처럼, 나는 연신 숟가락을 들었다 놓았다. 이 집, 찌개에도 일가견이 있는 듯했다.
드디어 삼겹살이 노릇하게 익기 시작했다. 160도에서 진행되는 마이야르 반응 덕분에, 고기 표면은 갈색 크러스트를 형성하며 더욱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육즙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적절한 타이밍에 뒤집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숙련된 직원분들이 직접 구워주시는 덕분에, 우리는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며 기다릴 수 있었다. 중간중간 불판을 청소해주는 서비스도 만족스러웠다.

잘 익은 삼겹살 한 점을 집어 들었다. 젓가락을 든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첫 입은 언제나 설레는 법이다. 입안에 넣는 순간, 육즙이 팡 터져 나왔다. 돼지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
“이 집, 정말 괜찮은데?”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잘 익은 김치와 함께 먹으니, 그 맛은 배가 되었다. 김치의 젖산이 삼겹살의 지방을 분해하면서, 더욱 깔끔하고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쌈 채소에 싸 먹어도 훌륭했다. 다양한 쌈 채소는, 각기 다른 향과 질감으로 미각을 자극하며, 끊임없이 먹을 수 있게 하는 마법을 부렸다.

고기를 다 먹어갈 때쯤, 볶음밥을 주문했다. 남은 김치와 콩나물, 잘게 썬 김치를 넣고 볶아주는 볶음밥은, 그야말로 ‘K-디저트’의 정점이었다. 탄수화물은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하여 행복감을 높여준다. 볶음밥을 먹는 동안, 우리는 모두 말없이 숟가락질에 집중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는데, 사장님께서 혼자 온 손님을 문전박대한 것에 대해 정중하게 사과하셨다.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그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진심이 느껴지는 사과에, 나는 오히려 멋쩍어졌다. 맛있는 음식과 친절한 서비스 덕분에, 이미 기분이 많이 풀린 상태였다. “다음에 또 오겠습니다.” 나는 웃으며 가게를 나섰다.
가게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니, 여전히 눈이 내리고 있었다.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는 풍경을 바라보며, 나는 기분 좋게 웃었다. 맛있는 음식, 좋은 사람들과의 대화, 그리고 사장님의 진심 어린 사과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하루였다.
실험 결과: 이 집, 삼겹살 맛집으로 인정합니다.
다음에는 가족들과 함께 방문해야겠다. 아, 돼지갈비찜과 소갈비찜도 맛있다는데, 다음 방문 때는 꼭 먹어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