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괜히 센치해지는 기분, 혼자 훌쩍 떠나고 싶어졌다. 멀리 갈 필요 있나? 서울 한복판에서도 충분히 이국적인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데. 목적지는 합정, 그중에서도 뉴욕의 감성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피자 맛집, ‘페이퍼 플레이트’다. 혼밥 마스터인 내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이지. 오늘도 혼밥 성공을 외치며, 설레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합정역에서 나와 골목길을 조금 걷다 보니, 붉은 벽돌 건물이 눈에 띈다. 바로 저기다! ‘PAPER PLATE’라는 간판이 큼지막하게 걸려있는, 마치 뉴욕 뒷골목에 있을 법한 피자집. 밖에서 슬쩍 보니 내부에는 벌써부터 외국인 손님들이 꽤 보인다. 역시, 힙스터들은 다 안다니까. 유리창에는 귀여운 고양이, 강아지, 토끼 캐릭터들이 피자를 먹고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어 정겹다. 혼자 온 나를 반겨주는 듯한 기분.

문을 열고 들어서자, 빈티지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낡은 듯하면서도 멋스러운 인테리어, 벽 곳곳에 붙어있는 포스터와 사진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뉴욕 지하철 노선도가 크게 붙어있는 게 인상적이다. 마치 내가 뉴욕 지하철역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재즈 음악까지 더해지니, 분위기는 더욱 무르익는다. 혼자 왔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은, 오히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기에 완벽한 공간이다.
혼자 앉기 좋은 바 테이블 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메뉴판을 보니, 피자 종류가 꽤 다양하다. 클래식한 페퍼로니 피자부터, 치즈 피자, 그리고 다양한 토핑이 올라간 피자까지.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역시 기본에 충실해야겠다는 생각에 페퍼로니 피자 한 조각과 버팔로 윙을 주문했다. 혼자 와서 여러 가지 메뉴를 맛볼 수 없는 게 조금 아쉽지만, 피자 한 조각도 꽤 크다고 하니 기대해봐야지.
주문을 하고 기다리는 동안, 가게 안을 더 둘러봤다. 벽에는 피카소 그림이 큼지막하게 걸려있고,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곳곳에 놓여있다. 피자 상자와 포장 봉투를 활용한 인테리어도 눈에 띈다. 마치 뉴욕의 작은 피자 가게에 온 듯한 느낌. 사진 찍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만족할 만한 공간이다. 나도 질 수 없지. 핸드폰을 꺼내 가게 이곳저곳을 찍어봤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피자가 나왔다. 큼지막한 삼각형 모양의 페퍼로니 피자,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얇고 바삭한 도우 위에 듬뿍 올려진 페퍼로니, 그리고 치즈의 향이 코를 자극한다. 쟁반 위에는 피자와 함께 냅킨, 그리고 물티슈가 가지런히 놓여있다. 심플하면서도 깔끔한 세팅이 마음에 든다.

피자 한 조각을 들고, 드디어 맛을 볼 차례. 한 입 베어 무니, 바삭한 도우의 식감이 정말 좋다. 얇지만 쫄깃한 느낌도 살아있다. 짭짤한 페퍼로니와 고소한 치즈의 조화는 말할 것도 없고. 토마토소스가 너무 과하지 않게, 딱 적당량 발라져 있어서 재료 본연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끄트머리 부분은 특히 더 바삭하고, 기름진 맛이 느껴져서 더욱 맛있었다. 마치 뉴욕 현지에서 먹는 듯한, 제대로 된 아메리칸 스타일 피자다.
솔직히 그냥 먹기에는 살짝 심심한 감이 있었다. 아, 디핑 소스를 추가할 걸 그랬나. 다음에는 꼭 디핑 소스를 추가해서 먹어봐야겠다. 핫 소스나 치즈 가루를 뿌려 먹어도 맛있을 것 같다. 테이블 위에 비치된 각종 소스들을 활용해서, 나만의 스타일로 피자를 즐겨보는 것도 좋을 듯.

피자를 먹고 있으니, 버팔로 윙도 나왔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짭짤하면서도 매콤한 양념이 잘 배어있는 버팔로 윙. 렌치 디핑 소스에 찍어 먹으니, 느끼함도 잡아주고 맛도 한층 더 풍부해진다. 흐물흐물한 텍스쳐 없이, 정말 제대로 조리된 버팔로 윙이라는 느낌이 확 왔다. 피자와 함께 먹으니, 정말 환상의 조합이다.
혼자 피자 한 조각과 버팔로 윙을 먹으니, 배가 꽤 불렀다. 피자 크기가 생각보다 커서, 하나만 먹어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가격은 페퍼로니 피자 한 조각에 7000원. 솔직히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퀄리티를 생각하면 아깝지 않다. 가끔씩 이렇게 혼자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힐링하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한번 가게 안을 둘러봤다. 낮에 와도 좋지만, 저녁에 오면 또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붉은 벽돌 건물에 은은하게 비치는 조명, 그리고 창밖으로 보이는 거리 풍경이 낭만적이다. 다음에는 남자친구랑 같이 와야지. (언제 생길지는 미지수지만…)

페이퍼 플레이트, 혼밥하기에도 좋고, 친구들과 함께 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은 곳이다. 이국적인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피자를 맛보고 싶다면, 꼭 한번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아, 그리고 혼자 왔다고 너무 눈치 보지 말자. 여기는 혼자 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곳이니까. 오늘도 맛있는 피자 덕분에, 혼자여도 괜찮아!
합정에서 만난 작은 뉴욕, 페이퍼 플레이트. 다음에는 다른 종류의 피자도 꼭 먹어봐야겠다. 오늘도 혼밥 성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