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여행, 푸른 바다와 몽돌 해변의 낭만도 좋지만, 미식 탐험을 빼놓을 수 없지. 특히 텍사스 바비큐 향이 코를 찌르는 곳이 있다고 해서, 나의 과학적 호기심을 자극하며 ‘유제이스모크하우스’로 향했다. 과연 이 집의 바비큐는 어떤 과학적 원리가 숨어 있을까?
저녁 8시 반,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가게 문 앞은 웨이팅으로 북적였다.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지만, 다음 날 5시, 오픈 시간에 맞춰 재방문을 예약했다. 과학 실험도 정확한 시간에 맞춰 진행해야 오차가 없는 법!
다음 날, 드디어 ‘유제이스모크하우스’ 입성! 문을 열자마자 훈연 향이 폐 속 깊숙이 파고들었다. 마치 텍사스 한복판에 떨어진 듯한 착각. 공간은 아늑했지만, 테이블 간 간격은 적당히 넓어 편안한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은은한 조명 아래,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곳, 분위기 맛집 인정!

메뉴판을 정독하며 어떤 플래터를 선택할지 고민에 빠졌다. 2인 플래터에는 고기 두 종류와 사이드 메뉴를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 직원분의 추천을 받아 브리스킷과 스페어립을 선택하고, 사이드로는 느끼함을 잡아줄 맥앤치즈와 칠리를 골랐다. 맥주도 빼놓을 수 없지! 안동 라거를 주문했다. 쌉싸름하면서도 깔끔한 뒷맛이 바비큐와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한다고 하니, 기대감이 증폭됐다.
드디어 등장한 2인 플래터!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입이 떡 벌어졌다.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브리스킷, 붉은빛을 뽐내는 스페어립, 그리고 먹음직스러운 소시지까지. 마치 과학 실험의 결과물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과 같은 희열이 느껴졌다.

가장 먼저 브리스킷을 맛봤다. 겉은 짙은 갈색의 크러스트, 속은 촉촉한 육즙으로 가득했다. 160도에서 장시간 훈연되는 과정에서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나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완벽한 조화를 이룬 것이다. 입안에 넣는 순간, 스모키한 향과 함께 육즙이 터져 나왔다. 마치 잘 숙성된 와인을 마시는 듯, 복합적인 풍미가 혀를 감쌌다.
다음은 스페어립 차례. 겉면에 발라진 바비큐 소스의 향긋한 향이 후각을 자극했다. 한 입 베어 무니, 뼈와 살이 부드럽게 분리되었다. 콜라겐 함량이 높은 부위라 그런지, 입술에 끈적한 콜라겐이 느껴졌다. 립에 발라진 소스는 단순한 단맛이 아니었다. 은은한 스파이시함과 깊은 풍미가 느껴졌다. 아마도 다양한 향신료와 설탕을 최적의 비율로 조합하여 장시간 끓여낸 듯했다.
사이드 메뉴도 훌륭했다. 특히 맥앤치즈는 고소하면서도 짭짤한 맛이 일품이었다. 버터 함량이 높은 치즈를 사용하여 풍미를 극대화한 듯했다. 느끼한 음식을 잘 못 먹는 사람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나는 느끼함 마저 즐기는 편이라 아주 만족스러웠다. 칠리는 깔끔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캡사이신이 TRPV1 수용체를 자극하여 통증과 쾌감을 동시에 유발하는, 그야말로 ‘맛있는 매운맛’이었다.
플래터와 함께 제공되는 빵에 고기와 코울슬로, 베이크 빈을 넣어 미니 버거를 만들어 먹는 것도 잊지 마세요. 풀드 포크의 부드러운 식감, 코울슬로의 아삭함, 베이크 빈의 달콤함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특히, 코울슬로의 은은한 단맛은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는 역할을 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곳의 바비큐는 한국식 고기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한국식 구이는 높은 온도에서 짧은 시간 동안 조리하여 육즙을 가두는 방식이지만, 텍사스 바비큐는 낮은 온도에서 장시간 훈연하여 고기 자체의 풍미를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따라서, 텍사스 바비큐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바비큐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먹는다면 그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유제이스모크하우스’ 방문은 단순한 식사를 넘어, 텍사스 바비큐에 숨겨진 과학적 원리를 탐구하는 여정이었다. 마이야르 반응, 콜라겐, 캡사이신 등 다양한 과학적 지식을 맛과 함께 음미하며, 미식에 대한 나의 지평을 넓힐 수 있었다. 마치 과학 유튜버가 맛집을 리뷰하는 듯한, 색다른 경험이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브리스킷이 너무 빨리 품절된다는 것이다. 다음에는 꼭 브리스킷을 맛보기 위해 오픈 시간 전에 미리 줄을 서야겠다. 그리고, 사이드 메뉴로 제공되는 빵의 양이 조금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빵 추가는 필수!

‘유제이스모크하우스’, 거제에서 만난 텍사스, 아니 경남에서 찾은 맛집이었다. 훈연 향 가득한 바비큐와 시원한 맥주 한 잔, 그리고 아늑한 분위기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곳이었다. 거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꼭 한번 방문해 보길 바란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