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걷는 시간, 규암에서 만난 인생 장어 맛집

국립부여박물관의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뒤로하고, 차를 몰아 4km 남짓 떨어진 규암의 작은 식당을 찾아 나섰다. 드넓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Self 엣장어구이’라는 간판을 올려다보니, 어쩐지 정겨운 기운이 감돌았다.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소박한 동네 식당의 풍경. 이곳이 바로, 미식가들 사이에서 입소문 자자한 숨겨진 장어 맛집이라니,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문턱을 넘어 안으로 들어서니, 이미 여러 테이블에서 장어 굽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평소에는 지역 주민들의 회합 장소로도 많이 이용되는 듯했다. 메뉴판을 보니, 무태장어를 사용한 구이 전문점이라고. 장어 크기가 다소 작아 보인다는 평도 있었지만, 나는 오히려 합리적인 가격에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품었다.

메뉴판
Self 엣장어구이 메뉴판. 장어구이 외에도 다양한 세트 메뉴가 준비되어 있다.

주문을 마치자, 숯불이 놓이고, 초벌된 장어가 등장했다. 겉은 살짝 익었지만, 속은 아직 촉촉한 상태. 얼른 불판 위에 올려 지글지글 구워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잠시 인내심을 발휘하기로 했다. 이 집의 특별한 점은 바로, 사장님 (혹은 친절한 직원분들)이 장어를 직접 구워주신다는 것! 덕분에 나는 편안하게, 장어가 익어가는 모습을 감상하며, 맛있는 냄새에 취해 있을 수 있었다.

불판 위에서 노릇노릇 익어가는 장어. 그 뽀얀 속살이 드러날 때마다, 침샘은 더욱 격렬하게 반응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완벽하게 구워진 장어 한 점을 조심스레 집어 들었다. 보통 장어는 생강과 함께 먹어야 느끼함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곳의 장어는 달랐다.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입안 가득 퍼지는 고소함과 담백함. 지금까지 먹어왔던 장어와는 차원이 다른 맛이었다.

초벌된 장어
초벌된 장어와 돼지 대패 삼겹살의 조화. 불판 위에서 익어가는 모습이 먹음직스럽다.

장어 특유의 느끼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쫄깃한 식감은 살아있고, 기름기는 쫙 빠져, 정말이지 환상적인 맛이었다. 굳이 생강이 아니더라도, 깻잎이나 상추에 싸서, 혹은 갓김치와 함께 먹으니, 그 맛이 더욱 풍성하게 느껴졌다. 장어 본연의 맛에 집중할 수 있도록, 깔끔하게 차려진 밑반찬들도 훌륭했다.

셀프바에는 신선한 채소와 다양한 밑반찬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김치, 갓김치, 깻잎 장아찌 등, 장어와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하는 반찬들이 가득했다. 특히 갓김치는, 적당히 익어 톡 쏘는 맛이 일품이었다. 장어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것은 물론, 입맛까지 돋우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셀프바
다양한 밑반찬이 준비된 셀프바. 신선한 채소와 갓김치가 특히 인상적이다.

나는 쉴 새 없이 젓가락을 움직였다. 장어 한 점, 깻잎 장아찌 한 장, 갓김치 한 조각을 얹어, 입안 가득 넣고 오물거렸다. 씹을수록 고소한 장어의 풍미와, 짭짤하면서도 향긋한 깻잎 장아찌, 그리고 톡 쏘는 갓김치의 조화는, 그야말로 황홀경이었다.

사장님은 끊임없이 불판을 확인하시며, 장어가 타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 써 주셨다. 덕분에 나는, 장어 굽는 번거로움 없이, 오롯이 맛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어디서 태어난 장어인지, 이렇게 느끼함이 없을까요?” 여쭤보니, 사장님은 환하게 웃으시며, “저희 집만의 비법이죠”라고 답하셨다. 그 비법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분명한 것은, 이곳의 장어는 다른 곳과는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한 맛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었다.

장어 굽는 모습
사장님이 직접 구워주시는 장어. 덕분에 편안하게 맛있는 장어를 즐길 수 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온몸에 기운이 솟아나는 듯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단순한 식사를 넘어, 삶의 활력을 불어넣는 행위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부여에 왔다가, 우연히 들른 이 작은 식당에서, 나는 인생 장어를 만났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사장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덕분에 오늘 하루,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장님은 환한 미소로 답하셨다. “다음에 또 오세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을 기약했다.

규암의 저녁 하늘은, 옅은 보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배부른 배를 두드리며, 나는 다시 차에 몸을 실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창밖으로 스치는 풍경들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오늘, 나는 부여라는 지역에서, 잊지 못할 맛집을 발견했다. 이 곳은 단순한 식당이 아닌, 내 기억 속에 영원히 자리 잡을 소중한 추억의 장소가 될 것이다.

장어와 새우
장어와 함께 구워 먹는 새우. 톡톡 터지는 식감이 일품이다.

만약 당신이 부여를 방문할 계획이라면, 꼭 한번 이 곳, Self 엣장어구이에 들러보기를 추천한다. 소박하지만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최고의 장어 맛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단, 주말에는 장어탕을 판매하지 않으니, 참고하는 것이 좋겠다.

노릇노릇 익어가는 장어
불판 위에서 노릇노릇 익어가는 장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부여의 밤 풍경은, 낮과는 또 다른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 고즈넉한 도시의 야경을 바라보며, 나는 다시 한번 다짐했다. 조만간 꼭 다시 이곳에 와서, 그 특별한 장어 맛을 다시 느껴보리라고.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나는 오늘 하루의 행복했던 기억을 곱씹었다.

Self 엣장어구이 외관
Self 엣장어구이 식당 외관. 소박하고 정겨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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