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철원, 동생 녀석 입대하는 날 따라 나선 길이었어. 훈련소 앞에서 씩씩하게 들어가는 뒷모습을 보니, 왠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휑하더라고. 녀석, 2년 가까이 고생할 텐데… 맘이 쓰여 제대로 밥 한 끼 못 먹이고 보낸 게 영 걸렸지. 뭘 먹어야 하나, 어디가 좋을까 고민하다가, 동네 주민분이 추천해 준 갓냉이 국수집이 떠올랐어. 허영만 선생님 백반기행에도 나왔다지 뭔가. 철원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그 특별한 맛을 찾아, 발걸음을 옮겼지.
가게 앞에 도착하니, 큼지막한 간판에 ‘철원 갓냉이’라고 큼지막하게 쓰여 있더라. 촌스럽다 생각했는데, 오히려 정겹게 느껴지는 거 있지. 가게 안으로 들어서니,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소박한 분위기였어. 테이블은 넉넉하게 놓여 있었고, 군인 손님들을 배려하는 문구도 눈에 띄었지. 왠지 모르게 푸근한 느낌이 들어 마음이 놓였어.

자리에 앉아 갓냉이 국수랑 소고기 버섯전골을 시켰어. 사실, 갓냉이가 뭔지도 몰랐지. 주인아주머니께서 갓냉이에 대해 설명해 주셨는데, 철원에서만 나는 특별한 채소라고 하시더라고. 갓냉이로 담근 동치미 국물에 국수를 말아 먹는 게 이 집의 대표 메뉴라면서. 어찌나 설명을 맛깔나게 하시던지, 기대감이 마구 부풀어 올랐어.
드디어 갓냉이 국수가 나왔어. 뽀얀 소면에 붉은 빛 감도는 동치미 국물이 찰랑거리는 모습이 얼마나 먹음직스럽던지! 갓냉이 잎 몇 장이 고명으로 올라가 있는 게 전부였지만, 그 소박함이 오히려 깊은 맛을 기대하게 만들었지. 국물부터 한 숟갈 떠먹어 봤는데, 이야… 시원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지는 거야. 조미료 맛은 전혀 안 느껴지고, 갓냉이 특유의 은은한 향이 코끝을 간지럽히는 게 정말 일품이었어. 마치 시골 할머니가 정성껏 담가주신 동치미 국수 같았어.

사장님께서 알려주신 꿀팁대로 국수를 먹어봤어. 갓냉이 소면에 겨자 소스를 살짝 찍은 버섯전골을 올리고, 상큼한 무채를 곁들여 한입에 쏙 넣으니… 아삭아삭한 식감과 달큰한 전골 맛, 갓냉이의 알싸한 향이 환상적으로 어우러지는 거야. 세상에, 이런 맛은 처음이야! 마치 잘 만든 비빔국수를 먹는 것처럼, 입안에서 맛의 향연이 펼쳐지는 듯했어.
소고기 버섯전골도 빼놓을 수 없지. 팽이버섯, 느타리버섯, 새송이버섯 등 각종 버섯과 신선한 소고기가 듬뿍 들어간 전골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어. 국물이 끓기 시작하자, 향긋한 버섯 향이 코를 자극했지. 버섯과 소고기를 건져 먹으니, 입에서 살살 녹는 거야. 특히, 겨자 소스에 콕 찍어 먹으니, 느끼함은 싹 가시고 풍미는 더욱 살아나는 느낌이었어.

전골을 어느 정도 먹고 나니, 주인아주머니께서 들깨죽을 만들어 주셨어. 남은 전골 국물에 밥을 넣고 들깨가루를 듬뿍 뿌려 끓여주시는데, 고소한 냄새가 정말 끝내줬지. 들깨죽 한 숟갈 뜨니, 속이 확 풀리는 느낌이었어. 밍숭맹숭한 듯하면서도 깊은 맛이 나는 게, 정말 묘하더라고. 어찌나 맛있던지, 숟가락을 멈출 수가 없었어. 배가 불렀지만, 들깨죽까지 싹싹 비웠지.

반찬으로 나온 토마토 장아찌도 정말 별미였어.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나는 게, 밥반찬으로 딱이더라고. 파프리카 장아찌도 아삭아삭한 식감이 좋았고. 장아찌 하나하나에도 정성이 깃든 게 느껴졌어.

밥을 먹으면서 주인아주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어찌나 친절하시던지. 음식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하셨어. 조미료는 전혀 사용하지 않고, 직접 재배한 재료로 음식을 만드신다고 하시더라고. 어쩐지, 먹고 나서 속이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더라. 정말 건강한 밥상을 받은 기분이었어.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동치미 국물을 포장해 달라고 부탁드렸어. 집에 가서도 이 맛을 잊고 싶지 않았거든. 주인아주머니께서 인심 좋게 넉넉하게 담아주시면서, 맛있게 먹는 방법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셨지.
철원에서 맛본 갓냉이 국수와 소고기 버섯전골, 그리고 들깨죽. 정말 잊을 수 없는 맛이었어.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깊은 맛이 나는 게, 먹으면 먹을수록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었지. 특히, 갓냉이 특유의 향긋한 향은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 같아.

인천에서 3시간이나 걸려 찾아간 보람이 있었어. 동생 입대 때문에 우울했던 마음이 갓냉이 국수 한 그릇에 싹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지. 철원에 다시 갈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가게 된다면 꼭 다시 한번 들르고 싶은 맛집이야. 그때는 갓냉이 김치를 담그신다는 봄에 맞춰서 가봐야겠어.
혹시 철원 근처에 갈 일 있다면, 꼭 한번 들러봐. 후회하지 않을 거야. 갓냉이 국수 한 그릇이면, 입맛도 되살아나고 몸도 건강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 아, 그리고 주인아주머니의 푸근한 인심은 덤이고! 정말 맘에 쏙 드는 철원 맛집을 발견해서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역시, 사람은 맛있는 걸 먹어야 힘이 나는 법이야.

아, 참! 음식이 조금 늦게 나올 수도 있으니, 시간 여유를 갖고 방문하는 게 좋을 거야. 그리고 사장님께서 말씀이 좀 많으시긴 하지만, 그만큼 음식에 대한 애정이 넘치신다는 뜻이니까, 너무 귀찮아하지는 말라구. 넉넉한 주차 공간은 걱정 없으니, 편하게 차를 가져가도 돼.
오늘도 갓냉이 국수 맛이 아른거리는구먼. 조만간 철원에 다시 한번 가야 할 핑계가 생긴 것 같아. 그때는 부모님 모시고 가서 맛있는 갓냉이 국수 대접해 드려야지. 분명히 좋아하실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