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퇴근길 발걸음은 이미 사하구 괴정의 한 쭈꾸미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오두리할매셋째딸연탄쭈꾸미’,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는 푸근함과 정겨움은 왠지 모를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평소 매콤한 음식을 즐기는 나에게 숯불 향 가득한 쭈꾸미는 그 자체로 완벽한 유혹이었다.
4시 20분, 친구는 이미 가게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5시 오픈이라는 정보를 입수, 테이블링은 4시에 열린다는 이야기에 서둘러 왔건만, 이미 12번째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후였다. 역시, 맛집의 명성은 괜한 것이 아니었다. 가게 앞은 이미 삼삼오오 모여든 사람들로 북적였다. 옅은 웃음소리와 기대에 찬 표정들이 오가는 가운데, 나 역시 설렘을 감출 수 없었다.
오픈 시간이 되자, 기다렸던 손님들이 하나둘씩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4시 정각에 테이블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30분이나 더 기다려야 했다.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되어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섰다.

따뜻한 온기가 감도는 실내, 테이블은 이미 기본 찬들로 가득 차 있었다. 샐러드, 깻잎, 콩나물 등 다채로운 구성이 눈을 즐겁게 했다. 특히, 과일이 들어간 샐러드는 상큼한 맛이 일품이었지만, 아쉽게도 추가는 유료였다.
메뉴판을 정독했다. 쭈꾸미는 기본과 양념, 그리고 소금구이까지 다양한 선택지가 있었다. 고민 끝에 양념 쭈꾸미 보통맛 2인분과 감자 빈대떡을 주문했다. 쭈꾸미 집에서는 양념 맛이 중요하지만, 소금구이 또한 놓칠 수 없는 메뉴라는 이야기에 다음 방문을 기약했다.
주문 후, 곧바로 감자 빈대떡이 나왔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튀김과 전의 경계에 있는 듯한 독특한 비주얼이었다. 노릇하게 구워진 감자전 위로 은은하게 퍼지는 기름 냄새는 식욕을 자극했다. 젓가락으로 조심스럽게 찢어 입에 넣으니, 감자의 은은한 단맛과 바삭한 식감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맛을 선사했다. 쭈꾸미와 빈대떡을 함께 싸 먹으면 더욱 맛있다는 정보를 입수, 쭈꾸미가 나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양념 쭈꾸미가 등장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쭈꾸미는 매콤한 향을 풍기며 시각과 후각을 동시에 자극했다. 불향이 은은하게 배어 있는 쭈꾸미는 탱글탱글한 식감을 자랑했다. 한 입 크기로 잘려 나온 쭈꾸미를 깻잎에 싸서 입에 넣으니, 매콤한 양념과 깻잎의 향긋함이 어우러져 입안 가득 행복을 선사했다. 보통맛임에도 불구하고, 매운맛이 꽤 강렬했다. 신라면보다 조금 더 매운 정도라고 해야 할까.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사람이라면 순한맛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매운맛을 달래기 위해 시원한 콩나물국을 들이켰다. 아삭한 콩나물과 시원한 국물은 매운맛을 중화시켜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계란찜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메뉴다. 푸딩처럼 부드러운 식감은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렸다.
정신없이 쭈꾸미를 먹다 보니, 어느새 테이블은 텅 비어 있었다. 2인분을 시켰지만, 양이 부족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멈출 수 없는 젓가락질에 결국 공기밥을 추가했다. 김과 함께 제공되는 공기밥은 쭈꾸미 양념에 비벼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옆 테이블에서 풍겨오는 소금구이 쭈꾸미의 향에 자꾸만 눈길이 갔다. 짭조름하면서도 담백한 향은 술을 부르는 듯했다. 다음에는 꼭 소금구이와 함께 석쇠불고기를 먹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주류와 반찬은 셀프라는 점이었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서라면 이 정도 불편함은 감수할 수 있었다. 테이블 간 간격이 좁아 다소 혼잡스러운 분위기였지만, 그것 또한 맛집의 활기찬 풍경이라고 생각하니 나쁘지 않았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섰다. 밖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2시간이라는 이용 시간 제한이 있었지만, 충분히 만족스러운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오두리할매셋째딸연탄쭈꾸미’, 왜 이곳이 괴정 맛집으로 불리는지,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지 알 수 있었다. 숯불 향 가득한 쭈꾸미와 바삭한 감자 빈대떡, 그리고 푸짐한 인심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곳이었다. 다음에는 꼭 다른 메뉴들도 맛보러 다시 방문해야겠다.
돌아오는 길,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오늘 하루의 스트레스가 매콤한 쭈꾸미 덕분에 말끔히 해소된 듯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단순한 식사를 넘어 삶의 활력소가 되는 경험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집에 도착해서도 쭈꾸미의 여운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깻잎에 싸 먹던 쭈꾸미의 매콤한 향, 감자 빈대떡의 바삭한 식감, 그리고 시원한 콩나물국의 청량함까지. 모든 것이 머릿속에 생생하게 떠올랐다.

문득, 이 맛있는 쭈꾸미를 혼자만 즐기기에는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는 가족들과 함께 방문해서 이 행복한 맛을 나누고 싶다. 분명 모두가 만족할 만한 지역 맛집이 될 것이다.
늦은 밤, 잠자리에 들기 전, 다시 한번 ‘오두리할매셋째딸연탄쭈꾸미’를 떠올렸다. 기다림 끝에 만나는 황홀경, 그 맛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