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는 엄두도 못 낼 일, 오직 금요일만을 기다려 구례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목적지는 단 하나, 금요일에만 문을 연다는 전설의 순대국밥집, “한우식당”이었다. 이름은 한우식당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순대국밥이 그렇게 유명하다고. 이 묘한 조합이 오히려 궁금증을 자아냈다. 혼밥 마스터로서 이런 숨겨진 맛집을 그냥 지나칠 수 없지. 오늘도 혼밥 성공을 외치며, 미식 탐험을 시작해본다. 구례 “지역명”에서 맛있는 “맛집” 탐방을 떠나보자.
구례 버스터미널에 내리니,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이런 날씨에는 뜨끈한 국물이 더욱 간절해지는 법. 터미널에서 3분 거리라는 말에 택시를 잡을까 고민했지만, 왠지 모르게 걷고 싶어졌다. 촉촉하게 젖은 구례읍의 풍경을 감상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한우식당’이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낡은 간판과 오래된 건물에서 풍겨져 나오는 세월의 흔적이, 이곳의 깊은 맛을 짐작하게 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니, 생각보다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테이블은 열 개 정도 놓여 있었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순대국밥을 즐기고 있었다. 혼자 온 손님도 몇몇 눈에 띄어 안심했다. 혼밥 레벨 99의 내공으로, 당당하게 빈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 앉았다. 벽에는 허영만 선생님과 윤종신 씨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역시, 미식가들의 레이더망에 포착된 곳이었군. 괜스레 기대감이 더욱 높아졌다.
메뉴는 단 두 가지, 피순대와 순대국밥. 고민할 필요도 없이 순대국밥 하나를 주문했다. 잠시 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순대국밥이 내 앞에 놓였다. 뚝배기 안에는 선지가 가득 들어간 순대와 각종 내장들이 푸짐하게 담겨 있었다. 뽀얀 국물 위에는 송송 썰린 파가 듬뿍 올려져 있어,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가장 먼저 국물 한 모금을 맛봤다.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지는 국물이었다. 돼지 냄새는 전혀 나지 않았고, 뼈를 우려낸 듯한 진한 육수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 밑에 양념이 숨어있으니 잘 저어 먹으라는 정보를 입수, 숟가락으로 휘휘 저으니 국물이 붉게 변하며 더욱 먹음직스러워졌다.
순대국밥에 들어간 순대는 막창으로 만든 피순대였다. 겉은 쫄깃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조화였다. 돼지선지는 자칫 비린내가 날 수 있는데, 콩나물이 들어가 있어 비린 맛을 최대한 잡아준 점이 인상적이었다. 순대를 맛소금에 살짝 찍어 먹으니, 고소한 맛이 더욱 살아났다. 순대 외에도 각종 내장과 머리고기가 푸짐하게 들어 있어, 다양한 식감을 즐길 수 있었다. 특히, 국밥 속 내장은 하나하나 부드러워서 입에서 살살 녹는 듯했다. 역시 국내산 재료를 고집하는 장인의 손길은 달라도 다르구나, 감탄했다.

순대국밥과 함께 제공되는 밑반찬도 훌륭했다. 특히, 전라도 스타일의 김치 3종 세트는 정말 밥도둑이었다. 갓김치, 묵은지, 배추김치 모두 액젓 향이 진하게 느껴지는, 제대로 된 전라도 김치였다. 특히, 파김치는 순대국밥과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했다. 아삭하게 씹히는 갓김치와 함께 순대국밥 한 입 먹으니, 그야말로 천상의 맛이었다. 다른 반찬들도 하나하나 정갈하고 깔끔해서, 남김없이 싹 비웠다.

혼자였지만, 전혀 외롭지 않았다. 뜨끈한 순대국밥과 맛있는 김치, 그리고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옆 테이블에서는 동네 어르신들이 막걸리를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다. 그 모습이 어찌나 정겨워 보이던지.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정신없이 순대국밥을 먹다 보니, 어느새 뚝배기 바닥이 드러났다. 배는 불렀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금요일에만 맛볼 수 있다는 희소성 때문일까, 아니면 정말 그만큼 맛있어서일까. 아마 둘 다일 것이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다음 금요일을 기약했다. 그때는 꼭 피순대도 함께 맛봐야지.

구례 “한우식당”은 혼밥하기에도 전혀 부담 없는 곳이었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넓고, 혼자 온 손님들을 위한 배려도 느껴졌다. 1인분 주문도 당연히 가능하고, 눈치 주는 사람도 전혀 없었다. 오히려, 혼자 온 나에게 더 친절하게 대해주시는 듯한 느낌이었다. 오늘도 혼자여도 괜찮아! 를 외치며, 맛있는 순대국밥 한 그릇 뚝딱 해치웠다.
다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다. 가게 앞에 주차 공간이 없어, 근처 공영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는 점이 조금 불편했다. 그리고, 손님이 몰리는 시간에는 웨이팅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불편함을 감수할 만큼, “한우식당”의 순대국밥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구례 “한우식당”은 금요일에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순대국밥집이다. 맑고 깊은 국물, 푸짐한 건더기, 그리고 맛깔스러운 밑반찬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혼밥하기에도 전혀 부담 없고, 오히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었다. 다음 금요일에는 꼭 피순대와 산수유 막걸리를 함께 맛봐야겠다. 오늘도 맛있는 혼밥 성공!
총점: 5/5
혼밥 지수: 5/5 (혼자 와도 전혀 눈치 보이지 않음)
추천 메뉴: 순대국밥, 피순대
영업시간: 금요일 10:00 – 재료 소진 시까지
주소: 전라남도 구례군 구례읍 봉성로 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