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었던 어느 날, 답답한 마음을 달래려 무작정 차를 몰았다. 내비게이션에 목적지 없이 ‘드라이브 코스’를 검색하니, 창녕에서 밀양으로 이어지는 천왕재 고갯길이 눈에 들어왔다. 구불구불 이어진 길을 따라 오르며, 도시의 소음은 점점 멀어지고 짙푸른 녹음이 눈앞에 펼쳐졌다. 마치 다른 세계로 통하는 문을 통과하는 기분이었다.
고갯길을 한참 오르니, 마치 구름 위에 떠 있는 듯한 풍경이 나타났다. 굽이치는 산 능선을 따라 겹겹이 피어오르는 안개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곳이 바로 그 유명한 뷰 맛집, 천왕재 꼭대기에 자리 잡은 작은 식당이었다. 일부러 흐린 날을 골라 방문한 보람이 있었다. 습기 머금은 공기가 촉촉하게 피부에 와닿았고, 몽환적인 풍경은 마치 꿈속을 거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식당은 소박했지만, 그 어떤 고급 레스토랑보다 매력적이었다. 탁 트인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으니, 눈 아래로 펼쳐진 풍경이 한 폭의 그림 같았다. 특히 비가 그친 직후라 테이블과 의자가 젖어 있었지만, 사장님께서 직접 깨끗하게 닦아주시는 친절함에 감동했다. 이런 따뜻한 배려 덕분에 더욱 편안하게 풍경을 감상하며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메뉴판을 살펴보니, 해물파전, 도토리묵 무침, 들깨 칼국수 등 향토적인 음식들이 눈에 띄었다. 지평 막걸리와 동동주도 준비되어 있어, 고민할 필요 없이 해물파전과 도토리묵, 그리고 막걸리를 주문했다. 메뉴판 옆에는 붉은 글씨로 “주말 피크 시간에는 잔치국수와 들깨칼국수를 제외한 메뉴 주문이 제한될 수 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아마도 많은 손님들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음식 준비에 어려움이 있는 듯했다. 나는 평일 애매한 시간에 방문한 덕분에 여유롭게 모든 메뉴를 즐길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등장한 해물파전은 두툼한 두께를 자랑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조화였다. 신선한 해산물이 듬뿍 들어가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특히 빗소리를 들으며 따뜻한 파전을 맛보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막걸리 한 잔을 곁들이니, 그야말로 신선놀음이 따로 없었다.

도토리묵 무침 또한 신선한 채소와 쌉쌀한 도토리묵의 조화가 훌륭했다. 새콤달콤한 양념이 입맛을 돋우었고, 아삭아삭 씹히는 채소의 식감이 즐거움을 더했다. 젓가락을 멈출 수 없는 맛이었다. 함께 나온 곁들임 찬은 소박하지만 정갈했다. 풋고추, 쌈장, 깍두기가 한 접시에 담겨 나왔는데, 특히 풋고추의 신선함이 인상적이었다.

들깨 칼국수는 무난한 맛이었지만, 쌀쌀한 날씨에 따뜻하게 속을 데워주기에 충분했다. 고소한 들깨 향이 은은하게 퍼져,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다. 면발은 쫄깃했고, 국물은 깔끔했다. 특별한 맛은 아니었지만,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먹으니 더욱 맛있게 느껴졌다.
식사를 마치고 잠시 주변을 둘러보니, 이곳이 바이크족들의 만남 장소로도 유명한 듯했다. 헬멧을 쓴 채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탁 트인 풍경을 감상하며 즐기는 라이딩은 얼마나 상쾌할까? 다음에는 나도 바이크를 타고 이곳을 방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산을 하려고 보니, 이곳은 카드 결제가 불가능하고 현금 결제만 가능했다. 다행히 현금을 챙겨갔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낭패를 볼 뻔했다. 방문 예정이라면 현금을 꼭 챙겨가도록 하자. 가격은 전체적으로 저렴했다. 착한 가격에 푸짐한 음식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이곳의 큰 매력 중 하나다.
화장실은 재래식이었지만,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냄새도 나지 않아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다만, 예민한 사람이라면 미리 각오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식당 곳곳에서는 세월의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낡은 테이블과 의자, 빛바랜 메뉴판, 그리고 손으로 직접 쓴 안내문까지, 모든 것이 정겹게 느껴졌다. 마치 어린 시절 할머니 댁에 놀러 온 듯한 푸근함이 있었다. 현대적인 세련됨과는 거리가 멀지만, 이곳만의 독특한 매력이 있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사장님의 친절함이었다.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따뜻한 미소로 인사를 건네고, 불편한 점은 없는지 세심하게 살피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듯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셨다. 이런 따뜻한 인심 덕분에 더욱 기분 좋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고갯길을 내려오면서, 왠지 모를 아쉬움이 밀려왔다. 마치 꿈에서 깨어난 듯 현실로 돌아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천왕재에서 맛본 아름다운 풍경과 따뜻한 인심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창녕을 지나 밀양으로 향하는 길, 천왕재는 잠시 쉬어가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었다.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만약 이 길을 지날 일이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기를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창밖으로 펼쳐진 노을이 아름다웠다. 오늘 하루, 천왕재 맛집에서 받은 긍정적인 에너지가 마음속 깊이 자리 잡은 듯했다. 다음에 또 답답한 일이 있을 때, 망설임 없이 천왕재를 찾아야겠다. 그곳에는 언제나 변함없는 풍경과 따뜻한 인심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