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오늘따라 왜 이렇게 다슬기탕이 땡기는지. 꼬불꼬불 시골길 따라, 섬진강 줄기 따라 정읍에서 임실 관촌까지 달려왔어. 이 동네, 예전에는 참 휑했는데, 그래도 다슬기탕 하나는 변함없이 유명하다니까.
관촌 시장 입구에 자리 잡은 이 집, 길가에 쪼그맣게 있어서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야. 간판도 화려한 건 아니라서 눈 크게 뜨고 찾아야 한다. 그래도 점심때는 어찌 알고 사람들이 그리 몰리는지, 15분은 족히 기다려야 겨우 자리에 앉을 수 있었어. 평일 낮인데도 빈 자리가 없으니, 말 다 했지.
가게 안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어. 하얀 타일 벽에 나무 테이블이 놓여 있는데, 왠지 모르게 정겨운 느낌이 들더라. 테이블에 앉으니 따뜻한 물수건이랑 물통을 내주시는데, 왠지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기분이었어.

메뉴는 뭐 볼 것도 없이 다슬기탕이지. 옆 테이블 보니 김치찌개도 많이들 먹던데, 나는 오로지 다슬기탕 생각뿐이라 다른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더라. “다슬기탕 하나 주쇼!” 툭 던지듯 주문하고 나니, 이제부터가 진짜 기다림의 시작이지.
기다리는 동안 밑반찬이 하나둘씩 나오는데, 이야, 이거 완전 잔치 상이 따로 없네. 김치, 콩나물무침, 젓갈, 두부, 나물… 하나하나 정갈하게 담겨 나온 모습이, 딱 엄마 손맛이 느껴지는 그런 반찬들이었어. 특히 갓 담근 김장김치는 어찌나 시원하고 맛있던지, 다슬기탕 나오기도 전에 밥 한 숟갈 뚝딱 해치웠다니까. 반찬은 먹다가 부족하면 셀프 코너에서 더 가져다 먹을 수 있어서 눈치 볼 필요도 없고 좋았어.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다슬기탕이 나왔어.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는 모습이 어찌나 먹음직스럽던지. 짙은 녹색의 부추가 듬뿍 올라가 있고, 그 아래로 뽀얀 국물이 숨어 있는데, 냄새만 맡아도 속이 다 시원해지는 기분이었어.

숟가락으로 국물 한 번 휘저어보니, 다슬기랑 수제비가 듬뿍 들어 있더라. 나는 수제비 넣은 걸로 시켰는데, 깔끔한 국물 맛을 좋아하는 사람은 미리 빼달라고 하면 된다고 하더라고.
자, 이제 본격적으로 맛을 볼까. 숟가락으로 국물 한 숟갈 떠서 입에 넣는 순간, 아… 이 맛이야! 진하고 시원한 다슬기 국물이 입안 가득 퍼지는데, 진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오더라. 섬진강 맑은 물에서 자란 다슬기라 그런지, 흙냄새 하나 없이 깔끔하고, 뒷맛은 어찌나 개운한지.
수제비도 쫄깃쫄깃하고, 다슬기는 톡톡 터지는 식감이 재밌어. 후추 톡톡 뿌려 먹으니, 칼칼한 맛이 더해져서 완전 꿀맛이더라. 어릴 적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바로 그 맛이야. 잃어버렸던 입맛도 돌아오게 하는 마성의 맛이지.

게다가 여기는 밥도 그냥 흰쌀밥이 아니라, 찰기장밥을 내어주는데, 이게 또 별미거든. 밥만 먹어도 쫀득쫀득하니 맛있고, 다슬기탕에 말아 먹으면 진짜 꿀떡꿀떡 잘 넘어간다.
정신없이 다슬기탕 한 그릇 뚝딱 비우고 나니, 속이 어찌나 든든한지. 몸속에 쌓였던 묵은 피로가 싹 풀리는 기분이었어. 역시 이 맛에 내가 여기 임실까지 오는 거 아니겠어.
참, 예전에는 주인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직접 운영하셨는데, 요즘은 젊은 분들이 하는 것 같더라고. 혹시나 맛이 변했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예전 그 맛 그대로라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몰라.
그런데, 솔직히 아주 조금 아쉬운 점도 있긴 했어. 예전에 비해서 다슬기 양이 조금 줄어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거든. 뭐, 워낙 물가가 많이 오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겠지만. 그리고, 젊은 직원분들인지 아들인지, 아주머니인지는 몰라도, 손님 응대하는 모습이 살짝 어색하더라. 친절하지 않다는 건 아닌데, 왠지 모르게 퉁명스러운 느낌이랄까.
어떤 할아버지 한 분이 혼자 오셨는데, 자리가 넉넉한데도 불구하고 한 명 자리는 없다고 하시는 걸 봤어. 다른 테이블에 앉아 계시던 부부께서 자리를 내주셔서 같이 드시긴 했지만, 왠지 씁쓸한 마음이 들더라. 바쁜 건 알겠지만, 그래도 손님 한 분 한 분 소중하게 생각해주시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뭐, 그래도 맛 하나는 끝내주니까. 다음에 또 진안 쪽으로 출장 올 일 있으면, 무조건 여기 들러서 다슬기탕 한 그릇 먹고 가야지. 그때는 좀 더 친절한 미소로 맞아주시면 더 바랄 게 없겠다.

아, 그리고 여기 김치찌개도 꽤 유명하다고 하니, 혹시 다슬기탕 안 좋아하는 사람이랑 같이 오면 김치찌개 시켜줘도 좋을 것 같아. 다른 테이블 보니까 김치찌개에 고기도 듬뿍 들어 있고, 냄새도 안 나는 게 맛있어 보이더라고.
다슬기탕 한 그릇 든든하게 먹고 나오니, 세상이 다 아름다워 보이는 거 있지. 역시 맛집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아. 섬진강의 맑은 기운을 그대로 담은 다슬기탕, 이 맛은 정말 잊을 수가 없을 거야.
참고로 여기 아침 식사도 된다고 하니, 아침 일찍 출발하는 여행객들도 부담 없이 들를 수 있을 것 같아. 위치가 좀 외진 곳에 있긴 하지만, 내비게이션 켜고 가면 쉽게 찾을 수 있을 거야.
배 두둑하게 채우고, 다시 꼬불꼬불 시골길 따라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창밖으로 펼쳐지는 초록빛 논밭을 보니, 마음까지 평화로워지는 기분이었어. 역시 나는 시골 밥상이 제일 좋다니까.
다음에 또 다슬기탕 먹으러 올 날을 손꼽아 기다리면서, 오늘 나의 임실 관촌 다슬기탕 여정은 여기서 마무리할게. 다들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시길 바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