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할머니 손 잡고 읍내 장에 가면, 솥뚜껑에 지글지글 구워주던 기름진 전 냄새가 코를 찔렀지. 그때 그 따뜻하고 푸근한 정을 잊을 수가 없어. 세월이 흘러 서울 한복판, 성수동 골목길에서 그 시절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쌀국수 맛집을 발견했다는 거 아니겠어? 이름하여 ‘은준쌀국수’. 간판부터 정겨운 느낌이 팍 오는 것이, 왠지 심상치 않더라고.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 찾아갔는데도, 가게 안은 손님들로 북적거렸어. 오래된 상가 건물 2층에 자리 잡은 탓에, 테이블 간 간격이 넓진 않았지만, 그 옹기종기 모여 앉아 쌀국수 후루룩거리는 모습이 어찌나 정겹던지. 벽에는 메뉴 사진이 큼지막하게 붙어있는데, 하나하나 얼마나 맛깔스러워 보이던지, 뭘 먹어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지 뭐야.

키오스크에서 주문을 받는데, 일하는 분들이 대부분 베트남 현지 분들이시더라고. 어쩐지, 진짜 베트남에 온 듯한 기분이 들더라니까.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역시 쌀국수집에 왔으니 쌀국수를 먹어봐야 쓰겄다 싶어서 소고기 쌀국수 세트를 시켰어. 세트에는 짜조와 닭날개도 같이 나온다니, 이 얼마나 푸짐한 구성인가!
주문이 밀려서인지, 음식이 나오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어. 한 40분 정도 기다렸나? 그래도 기다리는 동안, 가게 안 풍경 구경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몰랐지. 다들 쌀국수 한 그릇 앞에 두고, 이야기꽃을 피우는 모습이 참 보기 좋더라.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소고기 쌀국수가 나왔어. 뽀얀 국물에 듬뿍 올라간 소고기, 그리고 향긋한 고수까지! 아이고, 이 냄새가 아주 사람 정신을 쏙 빼놓더라고. 얼른 숟가락으로 국물부터 한 입 떠먹어봤지.

크으, 이 시원한 국물 맛! 멸치 육수처럼 속 시원하게 뻥 뚫리는 맛은 아닌데, 은은하면서도 깊은 맛이 아주 일품이야. 약간의 단맛도 느껴지는 것이, 참 오묘하더라고. 고수 향이 싫다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워낙 고수를 좋아해서 듬뿍 넣어 먹었지. 향긋한 고수 향이 국물 맛을 한층 더 풍부하게 만들어주더라고.
면도 얼마나 야들야들하던지. 입에 넣자마자 스르륵 넘어가는 것이, 아주 그냥 꿀떡꿀떡 잘 넘어가. 면발에 국물이 쏙 배어 있어서, 면만 먹어도 얼마나 맛있던지 몰라. 소고기도 질기지 않고 부드러워서, 면이랑 같이 먹으니 아주 찰떡궁합이더라고.
세트에 같이 나온 짜조랑 닭날개도 굿이었어. 짜조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것이, 입안에서 아주 잔치가 열렸지 뭐야. 닭날개도 짭짤하니 간이 딱 맞아서, 쌀국수랑 같이 먹으니 느끼함도 잡아주고 좋더라고.

옆 테이블 보니까, 분짜도 많이들 시켜 먹더라고. 분짜는 또 어떻다나. 짜조의 바삭함은 여느 치킨집보다 낫다나. 같이 나오는 당근이랑 무 피클도 아삭하고, 고수랑 깻잎도 넉넉하게 준다니, 다음에는 꼭 분짜를 먹어봐야 쓰겄어.
먹다 보니, 예전에 엄마가 해주시던 쌀국수 맛이랑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엄마 손맛처럼, 투박하지만 정성 가득한 맛이 느껴졌어. 생각해보니, 가격도 참 착해.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7천 원에 쌀국수 한 그릇을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곱빼기로 시키면 거의 2인분 양이 나온다니, 배부르게 먹고 싶은 사람은 곱빼기를 시켜도 좋을 것 같아.

사장님 인심도 얼마나 좋으신지. 고수 더 달라고 했더니, 아주 산처럼 쌓아주시더라고. 게다가 얼마나 친절하신지, 웃는 얼굴로 손님들을 맞이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어. 베트남 현지 아주머니가 직접 요리하신다는데, 역시 손맛이 남다르긴 다르더라고.
다 먹고 나니, 속이 든든해지는 것이, 아주 기분이 좋더라고. 추운 날씨에 뜨끈한 쌀국수 한 그릇 먹으니, 몸도 마음도 따뜻해지는 기분이었어. 나오면서, 쌀국수 건면도 팔길래 한 봉지 사 왔지. 집에서도 이 맛을 느끼고 싶어서 말이야.

집에 와서 건면으로 쌀국수를 끓여봤는데, 식당에서 먹던 그 맛이 그대로 나더라고. 면은 3분 정도 끓였다가 찬물에 헹구면 탱글탱글 해진다네.
다음에 성수동에 갈 일 있으면, 은준쌀국수는 꼭 다시 들러야 쓰겄어. 그때는 분짜도 꼭 먹어봐야지. 혹시 서울숲에 놀러 오는 사람 있으면, 여기 꼭 한번 들러봐. 후회는 안 할 거야.

참, 여기 사장님, 베트남 와이프랑 한국인 남편분이 같이 운영하신다네. 두 분 다 얼마나 친절하신지 몰라. 아직 시스템이 완벽하게 자리 잡지 못해서, 음식이 나오는 데 시간이 좀 걸릴 수도 있지만, 맛은 정말 최고니까, 기다린 보람이 있을 거야.
나오는 길에 보니, 오래된 상가 건물 2층이라 그런지, 간판이 눈에 잘 띄지 않더라고. 그래도 숨겨진 맛집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하잖아?
근처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에 많이 오는지, 12시 50분쯤 갔는데도 손님이 가득 찼더라니까. 역시 맛있는 집은 다들 알아본다니까.
아, 볶음 쌀국수도 있다고 하니, 국물 안 좋아하는 사람은 볶음 쌀국수 먹어도 괜찮을 것 같아. 볶음밥은 양이 엄청 많다니까, 배 큰 사람은 한번 도전해봐.

아무튼, 성수동에서 진짜 맛있는 쌀국수 맛집을 찾아서,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몰라. 앞으로 쌀국수 생각날 때마다, 여기 와야 쓰겄어. 옛날 엄마가 해주시던 그 맛, 잊지 못할 것 같아.

아, 그리고 베트남 맥주인 사이공 맥주도 판다네. 쌀국수랑 같이 마시면, 아주 그냥 천국이 따로 없을 것 같아. 다음에는 꼭 맥주도 한잔해야지.
그럼, 오늘 나의 성수동 쌀국수 맛집 기행은 여기서 마칠게. 다들 맛있는 음식 많이 먹고, 건강하게 잘 지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