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으로 떠나는 날, 새벽부터 마음이 설레는 거 있지. 변산반도의 푸른 바다도 보고 싶고, 무엇보다 그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싱싱한 해산물들이 얼마나 기다려지던지. 특히나 부안상설시장은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곳이라, 기대감을 한껏 품고 길을 나섰다.
시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활기 넘치는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커다란 물고기 조형물이 세워진 간판이 “나, 부안상설시장이야!” 하고 외치는 듯했지. 현대적으로 깔끔하게 정비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예전 장날의 북적거림은 사라졌지만, 그 대신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장을 볼 수 있게 되었으니, 이것도 다 시대의 변화려니 싶었다. 무료 주차장도 두 군데나 마련되어 있어서 편하게 차를 댈 수 있었다.

시장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싱싱한 해산물이 가득한 수산물 코너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횟감들이 어찌나 싱싱한지, 팔딱팔딱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 “아이고, 어서 와요! 오늘 숭어가 아주 좋아요!” 인심 좋은 상인들의 목소리가 정겹게 울려 퍼졌다. 숭어는 12월부터 2월까지가 제철이라는데, 마침 딱 그때 방문한 덕분에 제대로 맛볼 수 있겠구나 싶어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회를 한 접시 푸짐하게 떠서 맛보고 싶었지만, 혼자 여행 온 터라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다음을 기약했다. 대신 저녁에 숙소에서 먹을 회를 사기로 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모듬회 한 접시랑 전어회 한 접시를 각각 만 오천 원에 사고, 매운탕 거리도 만 원어치 샀다. 싱싱한 횟감을 보니, 얼른 숙소에 가서 맛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주변 야채 가게에서 상추랑 깻잎도 사고, 하나로마트에 들러 맥주랑 뻥이요도 샀다. 뻥이요는 왜 샀냐고? 회 먹고 입가심으로 먹으면 딱 좋거든!
시장 안쪽으로 더 들어가니 건어물 가게들이 줄지어 있었다. 멸치며, 다시마며, 갖가지 해산물을 말린 건어물들이 햇볕에 잘 말려지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풍경이었다.
점심시간이 되니 배가 슬슬 고파왔다. 시장 안에는 팥죽이나 보리밥을 파는 식당들이 몇 군데 있었는데,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전주식당’이라는 곳으로 향했다. 보리밥이랑 팥죽을 시켰는데, 이야, 맛도 좋고 인심도 좋으신 사장님 덕분에 정말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었다. 특히 팥죽은 옛날 엄마가 해주시던 그 맛 그대로라, 한 숟갈 뜨면 고향 생각나는 그런 맛이었다.

밥을 먹고 나니, 시장 구경이 더 재미있어졌다. 이것저것 구경하다가 봄 쭈꾸미를 파는 가게를 발견했다. 쭈꾸미가 어찌나 싱싱한지, 빨판이 쩍쩍 달라붙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봄 쭈꾸미는 살짝 데쳐서 먹으면 입에서 살살 녹는다는데, 그 맛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정말 부드럽고 꼬들꼬들하면서도 맛있었는데, 지금도 그 맛이 입안에 맴도는 것 같다.
장을 보면서 느낀 건, 부안상설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정겨운 공간이라는 것이었다. 상인들은 하나같이 친절했고, 흥정을 하는 모습도 정겹게 느껴졌다. 물론, 카드 결제를 싫어하시는 분들도 계셨지만, 그것 또한 시장의 정겨운 모습 중 하나라고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시장 초입 공영주차장 옆에 있는 ‘변산횟집’이라는 곳이 눈에 띄었다. 알고 보니, 허영만의 맛기행에 나왔던 ‘서대탕’ 집이라고 했다. 햇고사리가 푸짐하게 들어간 서대탕이라니, 그 맛이 얼마나 궁금하던지. 밑반찬 하나하나도 전라도 특유의 손맛이 느껴진다고 하니, 다음에는 꼭 한번 들러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숙소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아까 사온 회를 꺼냈다. 윤기가 좔좔 흐르는 게,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상추에 깻잎을 올리고, 쌈장을 듬뿍 찍어 회 한 점을 올리니, 이야, 이 맛은 정말 꿀맛이었다. 입안에서 살살 녹는 회의 신선함이란! 역시 바닷가에서 먹는 회는 다르구나 싶었다. 매운탕도 얼큰하게 끓여서 밥 한 공기 뚝딱 해치웠다.

부안상설시장은 내게 단순한 시장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다. 싱싱한 해산물과 맛있는 음식은 물론, 정겹고 따뜻한 사람들의 정을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다. 다음에 부안에 오게 된다면, 꼭 다시 들러서 이번에 못 먹어본 서대탕도 맛보고, 넉넉한 인심에 또 한 번 감동받고 싶다.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왠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 다녀온 것처럼 푸근하고 정겨운 느낌이랄까. 부안상설시장은 내 마음속에 오래도록 기억될 정겨운 맛집으로 자리 잡을 것 같다.
여행 꿀팁: 부안상설시장은 매달 둘째, 넷째 주 화요일이 휴무이니, 방문 전에 꼭 확인하고 가세요! 그리고 시장 주변에는 무료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으니, 주차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아, 그리고 숭어는 12월부터 2월까지가 제철이니, 이때 방문하면 더욱 맛있는 숭어를 맛볼 수 있다는 것도 잊지 마세요!

또 다른 이야기: 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분께서 “부안은 드넓은 벌판과 아름다운 산과 바다가 있는 곳이라 살기 좋고, 음식이 맛있고 특히 해산물이 싱싱하다”라고 자랑하셨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정말 부안은 축복받은 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부안에 오게 된다면, 시장뿐만 아니라 부안의 아름다운 자연도 만끽하고 싶다. 변산반도의 푸른 바다, 곰소항의 저렴한 백합, 드넓은 벌판까지, 부안은 정말 매력적인 곳이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부안상설시장은 지역 상품권 사용도 가능하다.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고, 저렴하게 장도 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이제 슬슬 마무리할 시간이 된 것 같다. 부안상설시장에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정겨운 사람들도 만나고, 즐거운 추억도 만들고,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 다음에 또 올게, 부안! 그때까지 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