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콧바람 쐬러 일산 나들이를 나섰지.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왠지 모르게 끌리는 국수집이 있더라고. 이름하여 ‘한창희 천하일면 일산역본점’. 간판부터가 예사롭지 않았어. 노란색 간판에 검은 글씨로 큼지막하게 쓰여진 가게 이름이 어찌나 눈에 띄던지. 게다가 간판 옆에 조그맣게 “Since 2016″이라고 적혀있는 걸 보니, 꽤 오랫동안 이 자리에서 사랑받아온 맛집인 것 같더라고.
가게 앞에 도착하니, 역시나 사람들이 북적북적. 요즘 세상에 줄 서서 먹는 집은 진짜 맛집인 거, 다들 알잖아? 나도 얼른 줄을 섰지. 한 20분쯤 기다렸을까, 드디어 내 차례가 왔어. 문을 열고 들어서니, 생각보다 아담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어. 테이블은 다닥다닥 붙어 있었지만, 오히려 그런 점이 정겹게 느껴지더라. 마치 시골 장터 국밥집에 온 듯한 푸근한 분위기였어.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훑어봤지. 메뉴는 크게 고기국수와 아부라소바로 나뉘는 것 같더라고. 고기국수는 왠지 익숙한 맛일 것 같고, 아부라소바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라 궁금증이 일었어. 매운 걸 좋아하는 나는 매운 아부라소바에 눈길이 갔지만, 그래도 이 집의 대표 메뉴를 안 먹어볼 수 없잖아? 그래서 매운 아부라소바 하나랑, 고기국수 하나를 시켰어. 면 추가, 고기 추가는 기본이지!
주문은 미리 하고, 자리는 안에서 기다리면 된다고 하더라고. 기다리는 동안 가게 안을 둘러봤는데, 천장 쪽에 나무 액자처럼 메뉴가 큼지막하게 붙어있는 게 인상적이었어. 마치 옛날 시골집에 걸려있던 붓글씨 액자 같다고나 할까? 메뉴판 옆에는 원산지 표시도 꼼꼼하게 되어 있더라. 이런 거 보면 괜히 더 믿음이 간다니까.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음식이 나왔어. 먼저 고기국수! 뽀얀 국물에 면이 가득 담겨 있고, 그 위에 돼지고기 수육 몇 점과 숙주, 파가 듬뿍 올려져 있었어. 딱 보기에도 양이 엄청나더라고. 국물부터 한 숟갈 떠먹어봤는데, 이야… 이거 완전 진국이네! 돼지 사골로 우려낸 듯한 깊고 진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지는데, 정말 옛날 엄마가 끓여주시던 돼지국밥이 생각나는 맛이었어.
면은 또 얼마나 쫄깃쫄깃한지. 후루룩 면치기를 하는데, 면이 끊어지지 않고 쭈욱 따라 올라오는 게, 아주 제대로 만들었더라고. 돼지고기 수육은 야들야들하니, 입에서 살살 녹는다는 표현이 딱 맞을 거야. 느끼하지 않고 담백해서, 국수랑 같이 먹으니 정말 환상적인 조합이었어.

다음은 매운 아부라소바! 이건 비주얼부터가 아주 강렬하더라고. 붉은 양념에 버무려진 면 위에, 잘게 썰린 돼지고기, 숙주, 파, 김가루, 깨소금 등이 듬뿍 올려져 있었어. 얼른 젓가락으로 쉐킷쉐킷 비벼서 한 입 먹어봤는데… 아이고 매워! 내가 매운 걸 꽤 잘 먹는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진짜 맵더라고. 캡사이신 같은 인위적인 매운 맛이 아니라, 고추의 칼칼한 매운 맛이 확 올라오는 게, 아주 정신이 번쩍 들 정도였어.

근데 묘하게 계속 땡기는 맛인 거 있지? 매운 맛이 혀를 얼얼하게 만들지만, 그 안에 숨어있는 돼지고기의 고소함, 숙주의 아삭함, 파의 향긋함이 어우러져서 정말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더라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젓가락을 놓을 수가 없었어. 면 추가를 안 했으면 어쩔 뻔했나 싶더라니까.
사실 나는 일본 라멘을 별로 안 좋아해. 너무 짜고 느끼해서 내 입맛에는 잘 안 맞더라고. 근데 여기 아부라소바는 일본 라멘의 느끼함은 싹 잡고, 한국인의 입맛에 딱 맞게 재해석한 것 같았어. 돼지 육수의 깊은 맛은 그대로 살리면서, 덜 짜고 깔끔한 맛을 내는 게 정말 신기하더라. 마치 지로계 라멘을 한국식으로 만든 것 같다고나 할까?

반찬이랑 물은 셀프인데, 김치가 또 아주 맛깔나. 솔직히 국수 맛집은 김치 맛도 중요한 거, 다들 알잖아? 여기 김치는 적당히 익어서 시원하고 아삭한 게, 국수랑 같이 먹으니 정말 꿀맛이더라. 몇 번을 가져다 먹었는지 몰라.

다 먹고 나니, 배가 터질 것 같았어. 양이 워낙 푸짐해서 정말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지. 게다가 가격도 착해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아주 마음에 들었어. 솔직히 요즘 물가가 너무 올라서 밥 한 끼 제대로 먹으려면 돈이 꽤 드는데, 여기는 저렴한 가격에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
아, 그리고 여기는 혼밥 하러 오는 사람들도 많더라고. 나 혼자 밥 먹는 거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그런 점도 아주 좋았어. 혼자 와서 조용히 국수 한 그릇 먹고 가기에도 딱 좋은 곳이야.

솔직히 처음에는 그냥 평범한 국수집인 줄 알았는데, 먹어보니 완전 숨은 보석을 발견한 기분이었어. 일산 지역 주민들 뿐만 아니라, 나처럼 맛집 찾아다니는 사람들에게도 꼭 추천하고 싶은 곳이야. 한번 맛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그런 특별한 국수를 맛볼 수 있을 거야. 다음에 일산에 또 가게 된다면, 무조건 재방문할 의사 100%!!
아, 그리고 여기는 식당 규모가 크지 않아서, 식사 시간에는 웨이팅이 있을 수 있다는 점 참고해! 하지만 기다린 보람이 있는 맛이니, 꼭 한번 방문해보길 바라. 후회는 절대 안 할 거야!
오늘도 맛있는 식사 덕분에 기분 좋게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었어. 역시 맛있는 음식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아. 다음에는 또 어떤 맛집을 찾아 떠나볼까나? 벌써부터 설레는구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