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마음 맞는 친구들과 드라이브 겸 맛집 탐방을 나섰다. 목적지는 풍덕천동, 친구 녀석이 예전부터 칭찬을 아끼지 않던 황태찜 전문점이 있는 동네다. “아따, 그 집 황태찜 한번 맛보면 다른 데서는 절대 못 먹는다”는 친구의 호언장담에 얼마나 맛있길래 저렇게 침이 마르도록 칭찬할까 궁금했었다. 꼬불꼬불 골목길을 지나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하니, 간판부터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정겨운 식당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어릴 적 할머니 손잡고 갔던 시골 식당 같은 푸근함이 느껴졌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생각보다 아담하고 소박한 내부가 정겹게 다가왔다. 테이블 몇 개 놓인 작은 공간이었지만, 오히려 북적거리지 않고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벽에는 손님들이 남긴 낙서와 낡은 사진들이 빼곡하게 붙어 있었는데, 그 모습에서 오랜 시간 동안 이 자리를 지켜온 식당의 역사를 엿볼 수 있었다.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주인 아주머니께서 따뜻한 미소로 우리를 맞이해주셨다. “어디서 왔어? 멀리서 온 손님들인가 보네. 우리 집 황태찜이 맛있다고 소문 듣고 왔능가?” 구수한 사투리가 섞인 친절한 말투에 괜스레 마음이 푸근해졌다.
메뉴판을 보니 황태찜과 아구찜이 메인 메뉴인 듯했다. 친구는 망설임 없이 황태찜을 주문했고, 나는 살짝 고민하다가 아구찜도 맛보고 싶어 함께 주문했다. “둘 다 맛있으니께, 한번 먹어봐. 후회는 안 할 거여” 아주머니의 자신감 넘치는 말에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주문을 마치니, 곧바로 밑반찬들이 테이블 위에 차려졌다.

반찬은 소박했지만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졌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잡채,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깻잎 장아찌, 아삭한 식감이 살아있는 콩나물무침 등, 어느 것 하나 평범한 것이 없었다. 특히 직접 담근 듯한 묵은지는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이 일품이었다. 밑반찬 하나하나에 담긴 정성에 감탄하며, 메인 메뉴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키워나갔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황태찜이 나왔다. 커다란 접시 가득 담긴 황태찜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절로 돌았다. 매콤한 양념 냄새가 코를 찌르면서 식욕을 자극했고, 윤기가 흐르는 황태 살점은 얼마나 부드러울까 상상하게 만들었다. 큼지막한 황태가 듬뿍 들어있고, 그 위에는 파와 깨가 넉넉하게 뿌려져 있어 먹음직스러움을 더했다.

젓가락으로 황태 살점을 집어 입에 넣으니, 그 부드러움에 깜짝 놀랐다. 퍽퍽할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입에서 사르르 녹는 듯한 식감이었다.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양념은 황태의 담백한 맛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양념이 어찌나 맛깔나던지, 밥에 쓱쓱 비벼 먹으니 꿀맛이 따로 없었다. 황태 살점 사이사이에 스며든 양념은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이어서 아구찜도 맛을 봤다. 콩나물이 듬뿍 올려진 아구찜은 나오자마자 매콤한 향으로 식욕을 자극했다. 아구 살은 쫄깃하고 부드러웠으며, 콩나물의 아삭한 식감이 더해져 환상의 조합을 자랑했다. 특히 이 집 아구찜은 생아귀를 사용한다고 하니, 그 신선함은 말할 것도 없었다.
아삭아삭한 콩나물과 쫄깃한 아구 살을 함께 먹으니, 입안 가득 행복이 퍼지는 듯했다. 적당히 매콤한 양념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젓가락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마성의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콩나물 아래 숨겨진 아구 살을 찾아 먹는 재미도 쏠쏠했다.

친구들과 함께 연신 “맛있다”를 외치며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접시는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양념이 어찌나 맛있던지, 남은 양념에 밥을 비벼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배가 불렀지만, 도저히 숟가락을 놓을 수가 없었다. 정말이지 멈출 수 없는 맛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주인 아주머니께서 따뜻한 황태국을 내어주셨다. 구수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 황태국은 속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느낌이었다. 멸치 육수로 국물을 내고, 황태를 넣어 시원하게 끓인 황태국은 정말 개운하고 깔끔한 맛이었다.

뜨끈한 국물을 마시니, 뱃속까지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과식한 탓에 더부룩했던 속도 편안해지는 듯했다. “아이고, 맛있게 먹었능가? 우리 집 황태국은 소화에도 좋으니께, 천천히 음미하면서 먹어봐” 아주머니의 따뜻한 배려에 다시 한번 감동했다.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가니, 벽에 붙어있는 사진들이 눈에 들어왔다. 오래된 흑백 사진부터 최근 사진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주인 아주머니께 여쭤보니, 모두 이 식당을 다녀간 손님들의 사진이라고 했다.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아온 식당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주머니는 “우리 집은 맛도 맛이지만, 푸근한 인심 덕분에 손님들이 많이 찾아오는 것 같아”라며 웃으셨다.
식당을 나서면서, 친구 녀석에게 “정말 맛있는 집 소개해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건넸다. 친구는 으쓱해하며 “내가 그랬지? 한 번 맛보면 잊을 수 없는 맛이라고”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정말이지, 친구의 말처럼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는 느낌보다는, 따뜻한 정과 푸근한 인심을 함께 느낄 수 있었던 특별한 경험이었다.
풍덕천동 맛집 나들이, 그곳에서 맛본 황태찜과 아구찜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음식을 넘어, 마음까지 따뜻하게 덥혀주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 방문한 듯한 푸근함과 정겨움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다음에 또 풍덕천동에 갈 일이 있다면, 꼭 다시 방문해서 황태찜과 아구찜을 맛봐야겠다. 그때는 부모님을 모시고 가서, 이 맛있는 음식을 함께 나누고 싶다. 먼 훗날, 내 아이들과도 함께 방문해서 이 맛있는 추억을 공유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다. 풍덕천동 지역 주민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이 맛집이 앞으로도 변치 않는 맛과 따뜻한 정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해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