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땅 밟자마자, 왠지 모르게 마음이 푸근해지는 기분 있잖아. 굽이굽이 시골길 따라 도착한 “청림 정금자 할매집”은 이름부터가 정겹더라고. 간판에 ‘대물장어’라고 큼지막하게 쓰여있는 걸 보니, 오늘 제대로 몸보신하겠구나 싶었지.
가게 앞에 차를 대고 보니,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건물이 눈에 들어왔어. 나무로 덧댄 외관에 큼지막하게 쓰인 상호명이 마치 옛날 시골집에 놀러 온 듯한 느낌을 주더라고. 하늘은 맑고, 주변은 온통 초록색 나무들이라 공기마저 상쾌했어.

문 열고 들어서니,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활기를 띄더라. 벽 한쪽에는 방송 출연했던 사진들이 빼곡하게 붙어 있었어. KBS, MBC, SBS 할 것 없이, 유명 방송국은 다 다녀가셨구먼. 예전에는 정말 문전성시를 이루었던 고창 맛집이었나 봐.

자리에 앉으니, 따뜻한 숯불이 금세 들어왔어. 반짝반짝 윤이 나는 숯을 보니, 괜스레 기분이 좋아지더라고. 곧이어 밑반찬들이 쫙 깔리는데, 이야, 정말 푸짐하다 푸짐해. 깻잎 장아찌, 갓김치, 콩나물무침, 묵은지… 죄다 직접 만드신 거라고 하시더라고. 역시 전라도 인심은 알아줘야 한다니까.

특히 깻잎 장아찌는 짜지도 않고 향긋한 게, 장어랑 같이 먹으면 느끼함을 싹 잡아주겠더라. 묵은지는 어찌나 시원하고 깊은 맛이 나는지, 흰 쌀밥에 척 올려 먹으니 꿀맛이 따로 없었어. 밑반찬 하나하나에 정성이 가득 담겨 있어서, 마치 할머니가 차려주신 밥상 같았어.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장어님 등장! 숯불 위에 은박지를 깔고, 그 위에 큼지막한 장어를 턱 하니 올려주시는데, 이야… 진짜 크다! 껍질은 노릇노릇하고 속살은 하얀 것이, 보기만 해도 군침이 싹 돌더라고.

장어가 익어가는 동안, 가게 안을 찬찬히 둘러봤어. 테이블은 넉넉하게 떨어져 있어서, 옆 테이블 손님들 말소리 때문에 신경 쓰일 일은 없겠더라고. 환풍 시설도 잘 되어 있는지, 연기가 자욱하지 않아서 좋았어. 어르신들이 많이 찾는 고창 장어 집인 것 같더라.
드디어 장어가 노릇노릇하게 익었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것이, 아주 예술이더라고. 제일 먼저 장어 한 점을 집어, 생강채 듬뿍 올려서 입에 넣었지. 아이고, 이 맛 좀 봐라! 입에서 살살 녹는다는 게 바로 이런 거구나 싶었어. 장어 특유의 느끼함은 생강이 잡아주고, 고소한 맛은 입안 가득 퍼지고… 정말 꿀맛이었어.

깻잎 장아찌에 싸서 먹으니, 향긋한 깻잎 향이 장어의 풍미를 더욱 살려주더라고. 쌈무에 싸서 먹으니, 아삭아삭한 식감이 더해져서 또 다른 맛이었어. 어떻게 먹어도 맛있는, 마성의 장어였지.
장어 먹다가 목이 CalCal해질 때쯤, 복분자주 한 잔 딱 들이키니, 이야… 기가 막히다! 달콤하면서도 쌉쌀한 복분자 향이 입안 가득 퍼지는 게, 장어의 느끼함도 싹 가시게 해주고, 입맛도 돋워주더라고. 역시 장어에는 복분자주가 최고인 것 같아.

사실, 복분자 장어는 꼭 먹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하니, 혹하신 분들은 자제하는 것도 좋겠어. 나는 워낙 술을 좋아해서 시켜봤는데, 역시 술은 언제나 옳다!
장어를 다 먹고 나니, 왠지 아쉽더라고. 그래서 이번에는 장어탕을 시켜봤어. 뚝배기에 보글보글 끓여져 나온 장어탕은, 보기만 해도 속이 확 풀리는 것 같았어.

한 숟갈 뜨니, 이야… 진하고 깊은 맛이 끝내주네! 장어뼈를 푹 고아서 만든 육수라 그런지, 국물이 정말 진하더라고.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밥 한 공기 뚝딱 비우게 만드는 맛이었어. 속이 다 편안해지는 느낌이랄까?
장어탕까지 싹싹 비우고 나니, 정말 배가 불렀어.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니, 세상 부러울 게 없더라고. 계산하고 나오는데, 할머니께서 “맛있게 먹었냐”고 물어보시더라고. “아이고, 할머니 덕분에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말씀드리니, 환하게 웃으시면서 “다음에 또 오라”고 하시더라고.
나오는 길에, 괜히 아쉬워서 사진 몇 장 더 찍었어. 해 질 녘 노을이 가게를 비추는데, 그 모습이 참 아름답더라고. 정말, 고창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
“청림 정금자 할매집”은 맛도 맛이지만, 정겨운 분위기와 푸근한 인심이 참 좋았던 곳이야. 마치 고향에 온 듯한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지. 혹시 고창에 갈 일 있다면, 꼭 한번 들러서 인생 장어 맛보길 바라. 후회는 안 할 거야!
다만, 솔직하게 말하자면, 요즘 서울이나 경기도에도 훨씬 괜찮은 장어집들이 많다는 것도 알아둬야 해. 아주 특별한 맛을 기대하고 오는 것보다는, 고창 지역의 정취를 느끼면서 푸근한 식사를 즐기기에 좋은 곳이라고 생각해. 위생이나 분위기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조금 아쉬울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런 것보다는 맛과 인심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
다음에는 또 어떤 맛집을 찾아 떠나볼까? 벌써부터 설레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