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서울 나들이에 나섰다. 경의선 숲길을 천천히 거닐며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내 모습이 마치 소녀 같다고나 할까. 목적지는 바로 연남동. 친구가 그렇게 칭찬해 마지않던 호주식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업투미’에 드디어 발걸음을 하게 된 것이다. 좁다란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니, 아담하면서도 세련된 외관이 눈에 띄었다. 간판에는 심플하게 ‘Up to me’라고 적혀 있었다. 드디어 왔구나! 하는 설렘과 함께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따스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공간이 나타났다. 은은한 조명이 테이블을 비추고,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것이, 마치 비밀스러운 아지트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었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오붓하게 식사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벽면에는 감각적인 그림들이 걸려 있고, 한쪽에는 와인병들이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었다. 전체적으로 모던하면서도 편안한 분위기가 마음에 쏙 들었다. 밖에서 볼 때는 몰랐는데, 안으로 들어오니 생각보다 공간이 꽤 넓었다. 홀 테이블 외에도 테라스 좌석이 마련되어 있다고 하니, 날씨 좋은 날에는 밖에서 식사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리에 앉으니, 직원분께서 친절하게 메뉴판을 가져다주셨다. 메뉴판은 마치 여권처럼 디자인되어 있어 독특했다. ‘Winter 9코스’라는 메뉴가 눈에 띄었다. 호주 컨셉으로, 코스 하나하나가 마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듯하다고 했다. 비건 메뉴도 준비되어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남자친구 생일을 기념하여 방문한 터라, 특별한 코스 요리를 맛보고 싶었다. 메뉴를 고르고 나니, 식전빵이 나왔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빵을 입에 넣으니, 은은한 버터 향이 퍼져 나갔다. 빵을 뜯어 올리브 오일에 살짝 찍어 먹으니, 고소함이 더해져 더욱 맛있었다. 빵을 먹으며 잠시 기다리니, 드디어 첫 번째 요리가 나왔다.

아뮤즈 부쉬는 한입 크기의 핑거푸드였는데, 색감도 어찌나 예쁜지 마치 작은 예술 작품을 보는 듯했다. 직원분께서 친절하게 각각의 재료와 맛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하나씩 음미하며 먹어보니, 입안에서 다채로운 맛과 향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의 조합이 돋보였고, 특히 소스 맛이 일품이었다. 샐러드는 전혀 심심하지 않았고, 오히려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비건식을 지향하는 식당이라 그런지, 재료 하나하나에 신경 쓴 느낌이 들었다.
다음으로 나온 요리는 피타 브레드였다. 따뜻하게 구워진 피타 브레드를 손으로 찢어, 함께 나온 소스에 찍어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쫄깃한 식감과 고소한 맛이 어우러져 자꾸만 손이 갔다. 특히 소스가 독특했는데, 허브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것이, 마치 지중해에 온 듯한 느낌을 주었다. 피쉬 앤 칩스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은대구 튀김과 감자튀김이 함께 나왔다. 튀김옷이 어찌나 얇고 바삭한지, 기름기 없이 깔끔한 맛이 인상적이었다. 은대구 살은 입에서 살살 녹았고, 감자튀김은 짭짤하면서도 고소했다. 함께 나온 타르타르 소스에 찍어 먹으니, 느끼함은 사라지고 풍미는 더해졌다.
컬리플라워 튀김은 맥주 반죽으로 튀겨내어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웠다. 컬리플라워 특유의 향긋함이 살아있었고, 튀김옷의 바삭함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맛을 자랑했다. 양고기 요리는 비트와 토마토를 곁들여 나왔는데, 양고기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부드럽고 촉촉한 식감과 풍부한 육즙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비트와 토마토의 상큼함이 양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주어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입가심으로 나온 클렌저는, 자몽과 허브를 넣어 만든 상큼한 음료였다.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것은 물론, 다음 요리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는 역할을 했다. 마치 코스 흐름을 리프레쉬 해주는 느낌이랄까. 클렌저를 마시고 나니, 입안이 개운해지고 식욕이 다시 솟아오르는 듯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메인 요리, 호주 와규 스테이크가 드디어 나왔다. 미디엄 레어로 구워진 스테이크는 겉은 갈색빛을 띠고 있었고, 속은 촉촉한 붉은색을 유지하고 있었다. 칼로 스테이크를 자르니, 부드럽게 잘리는 것이, 마치 버터를 자르는 듯했다. 한 조각 입에 넣으니, 육즙이 팡 터지면서 입안 가득 풍미가 퍼져 나갔다. 와규 특유의 고소함과 부드러운 식감이 환상적이었다. 스테이크 소스는 달콤하면서도 짭짤했는데, 스테이크의 풍미를 더욱 깊게 만들어주었다. 곁들여 나온 구운 채소들도 신선하고 맛있었다.

트러플 파스타는, 진한 트러플 향이 코를 자극했다. 파스타 면은 쫄깃했고, 소스는 크리미하면서도 고소했다. 트러플 오일과 트러플 슬라이스가 듬뿍 들어가 있어, 풍미가 더욱 깊었다. 파스타를 한 입 먹으니, 입안 가득 트러플 향이 퍼져 나갔다. 정말이지, 이런 고급스러운 파스타는 처음 먹어보는 것 같았다. 파스타와 함께 나온 피클은, 아삭하면서도 상큼했는데, 파스타의 느끼함을 잡아주어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나온 디저트는, 계절 아이스크림과 라밍턴 케이크였다. 아이스크림은 부드럽고 달콤했고, 라밍턴 케이크는 촉촉하면서도 고소했다. 라밍턴 케이크는 초콜릿 코팅이 되어 있었고, 코코넛 가루가 듬뿍 뿌려져 있어 달콤함을 더했다. 아이스크림과 케이크를 함께 먹으니,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했다. 디저트를 먹으며 따뜻한 커피를 마시니, 몸과 마음이 따뜻해지는 듯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정말 배가 불렀다. 9가지 코스 요리를 하나하나 음미하며 먹었더니,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 직원분들의 친절한 서비스 덕분에, 더욱 편안하고 즐거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음식에 대한 설명을 자세하게 해주는 것은 물론, 와인 추천도 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특히 기념일이라고 말씀드렸더니, 작은 케이크와 함께 축하 노래도 불러주셔서 정말 감동받았다. 업투미에서는 일반식뿐만 아니라 비건 메뉴도 운영하고 있다고 하니, 채식주의자 친구와 함께 방문하기에도 좋을 것 같다.
계산을 마치고 나오니, 밖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은은한 조명이 켜진 경의선 숲길을 걸으니, 낮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오늘 방문한 업투미는, 맛, 분위기, 서비스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르꼬르동 블루 출신 셰프님의 정성이 느껴지는 요리들은, 하나하나가 예술 작품과 같았다.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여 자극적인 소스 없이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점도 마음에 들었다. 특별한 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방문하면 더욱 좋을 것 같은 곳이다.
연남동에는 맛집들이 많지만, 업투미는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호주식 파인다이닝이라는 특별한 컨셉도 좋았고, 코스 요리 구성도 알차고 만족스러웠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남동에서 특별한 맛집, 데이트 장소를 찾는다면, 업투미를 강력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오늘, 나는 연남동 맛집 업투미에서 잊지 못할 미식 경험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