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앞바다의 숨은 보석, 삼정에서 맛보는 향토 음식 기행 (강릉 맛집)

어릴 적, 할머니 손 잡고 왁자지껄한 시장 구경 가는 날이면 어찌나 설렜던지. 오늘은 강릉에서 딱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해서, 아침 일찍 서둘러 길을 나섰다. 이름하여 ‘삼정’, 간판부터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정겨움이 물씬 풍기는 식당이었다.

가게 앞에 다다르니, 파란 하늘 아래 ‘삼정’이라는 큼지막한 글씨가 눈에 확 들어온다. Since 1997이라고 적힌 걸 보니, 2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이 자리에서 묵묵히 맛을 지켜온 곳이구나 싶었다. 왠지 모르게 믿음이 가는 그런 느낌 있잖아. 복지리, 생태탕, 황태국, 바지락칼국수… 간판에 적힌 메뉴들만 봐도 벌써부터 입안에 침이 고이기 시작했다.

삼정 식당 외부 전경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삼정’ 식당의 외관. 간판에 적힌 메뉴들이 벌써부터 군침을 돌게 한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예상했던 대로 푸근한 분위기가 가득했다. 테이블마다 정겹게 둘러앉아 식사하는 손님들의 모습이 마치 오랜 단골집에 온 듯한 편안함을 안겨주었다. 메뉴판을 찬찬히 훑어보니, 역시나 다양한 향토 음식들이 눈에 띄었다. 복지리도 땡기고, 얼큰한 생태탕도 생각났지만, 오늘은 왠지 특별한 음식을 맛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 끝에, 사장님께 조심스레 여쭤봤다. “사장님, 혹시 이 집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메뉴가 있을까요?” 사장님은 빙긋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우리 집 양미리 구이가 아주 별미지. 지금 딱 제철이라 살도 통통하게 올라 얼마나 맛있는지 몰라.” 양미리라… 사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라 조금 망설였지만, 사장님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홀린 듯 양미리 구이를 주문했다.

주문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테이블 가득 푸짐한 한 상이 차려졌다. 뜨끈한 숭늉부터 시작해서, 젓갈, 김치, 나물 등 정갈한 밑반찬들이 하나둘씩 놓였다. 특히 눈길을 끌었던 건, 커다란 접시에 소복하게 담겨 나온 싱싱한 봄나물이었다. 쌉싸름하면서도 향긋한 봄 내음이 코를 간지럽히는 게, 입맛을 돋우는 데 제격이었다.

싱싱한 봄나물 한 접시
싱싱한 봄나물 한 접시. 쌉싸름하면서도 향긋한 봄 내음이 입맛을 돋운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양미리 구이가 등장했다. 큼지막한 양미리들이 석쇠 위에 나란히 누워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모습이 어찌나 먹음직스럽던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게, 보기만 해도 군침이 꿀꺽 넘어갔다. 사장님께서는 양미리 구이를 맛있게 먹는 방법까지 친절하게 설명해주셨다. “양미리는 뼈째 먹는 생선이라, 굳이 가시를 발라낼 필요 없어. 머리랑 내장만 살짝 제거하고, 간장 와사비 소스에 콕 찍어 먹으면 아주 꿀맛이지.”

사장님 말씀대로, 양미리 한 마리를 큼지막하게 집어 들었다. 머리와 내장을 조심스럽게 제거하고, 간장 와사비 소스에 듬뿍 찍어 한 입에 털어 넣었다. 아삭아삭 씹히는 뼈의 식감과 고소한 살의 조화가 정말 환상적이었다. 특히 와사비의 알싸한 맛이 양미리의 느끼함을 잡아주어, 질리지 않고 계속 먹을 수 있었다.

양미리는 겉모습은 투박하지만, 맛은 정말 일품이었다. 특별한 손질 없이 통째로 구워져 나오는데, 그 안에 숨겨진 풍미가 어마어마했다. 가시가 연해서 굳이 발라낼 필요도 없고, 그냥 뼈째 씹어 먹으면 된다. 오히려 뼈에서 우러나오는 고소한 맛이 양미리 구이의 매력을 한층 더 끌어올리는 듯했다.

함께 나온 밑반찬들도 하나같이 정갈하고 맛깔스러웠다. 특히 젓갈은 짭짤하면서도 감칠맛이 풍부해서, 밥 도둑이 따로 없었다. 따끈한 쌀밥 위에 젓갈을 조금 올려 먹으니, 입 안에서 젓갈의 풍미가 폭발하는 듯했다. 김치 역시, 시원하고 칼칼한 맛이 일품이었다. 양미리 구이의 느끼함을 싹 잡아주는 것은 물론, 입맛까지 돋우어 주니, 정말 밥 한 공기가 뚝딱이었다.

싱싱한 해산물이 가득한 수족관
식당 앞에 놓인 수족관에는 싱싱한 해산물들이 가득하다. 보기만 해도 싱싱함이 느껴진다.

양미리 구이를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워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이 들어, 사장님께 혹시 다른 메뉴도 추천해달라고 부탁드렸다. 사장님은 잠시 고민하시더니, “우리 집 바지락칼국수도 아주 유명해. 시원한 바지락 육수에 쫄깃한 면발이 아주 끝내주지.” 바지락칼국수라… 왠지 양미리 구이와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곧바로 바지락칼국수를 추가로 주문했다.

잠시 후, 커다란 뚝배기에 담겨 나온 바지락칼국수의 비주얼은 정말 압도적이었다. 뽀얀 국물 위로 듬뿍 올려진 바지락과 김 가루, 그리고 쫄깃해 보이는 면발까지, 보기만 해도 군침이 절로 넘어갔다. 국물 한 숟갈 떠먹어보니, 정말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 일품이었다. 바지락 특유의 감칠맛과 시원함이 국물에 그대로 녹아들어, 속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면발 역시, 쫄깃쫄깃하고 탱탱한 식감이 살아있었다. 젓가락으로 면을 휘휘 저어, 후루룩 소리를 내며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면발에 국물이 잘 배어들어, 먹을 때마다 바지락의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 바지락칼국수 안에는 바지락뿐만 아니라, 애호박, 감자, 파 등 다양한 채소들이 듬뿍 들어가 있어, 영양도 만점이었다.

양미리 구이에 이어 바지락칼국수까지, 정말 배부르고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쳤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어릴 적 할머니가 차려주시던 따뜻한 밥상이 떠올랐다. ‘삼정’은 단순히 음식을 파는 식당이 아니라,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식당을 나서며, 사장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사장님은 환한 미소로 답해주시며, 다음에 또 오라고 말씀하셨다. 왠지 모르게 뭉클한 기분이 들었다. ‘삼정’은 내게 단순한 식당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다. 앞으로 강릉에 올 때마다, 꼭 다시 들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릉에서 맛있는 향토 음식을 맛보고 싶다면, 망설이지 말고 ‘삼정’을 방문해보시길 강력 추천한다. 푸근한 인심과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양미리 구이는 꼭 한번 맛보시길!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강릉의 숨은 맛집 ‘삼정’에서 맛본 양미리 구이는 잊지 못할 지역의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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