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뇌는 끊임없이 ‘맛있는 것’을 갈망하고 있었다. 마치 쥐가 미로 속에서 치즈를 찾아 헤매듯, 나의 미각 수용체는 강렬한 자극을 원했다. 목적지는 논현 먹자골목, 그곳에 숨겨진 ‘영동포차’라는 곳이었다. 늦은 시간까지 영업한다는 정보와, “안주가 맛있는 술집”이라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문구가 나를 이끌었다. 마치 자석에 이끌린 쇠붙이처럼 발걸음은 이미 포차를 향하고 있었다.
포차에 들어서자, 시각세포는 즉각 반응했다. 주황색 조명이 아늑하게 감싸는 공간, 노란색 테이블이 따뜻함을 더했다. 마치 1980년대 영화 세트장에 들어온 듯한 레트로 감성이 물씬 풍겼다. 후각 역시 가만있지 않았다. 멸치 육수 향과 매콤한 양념 냄새가 뒤섞여 코를 자극했다. 뇌는 이미 ‘맛있음’을 감지하고 도파민을 분비하기 시작했다. 자리에 앉기도 전에 침샘이 폭발하는, 지극히 과학적인 현상이었다.
메뉴판을 스캔하며 1차 실험 목표를 설정했다. ‘가브리살 수육’과 ‘바지락술찜’, 이 두 가지 메뉴가 나의 과학적 호기심을 자극했다. 가브리살 수육, 돼지 한 마리에서 극히 소량만 얻을 수 있다는 그 부위. 160도에서 마이야르 반응을 일으켜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단백질 결정체를 기대했다. 바지락술찜은 또 어떤가. 알코올과 해산물의 조합은 글루탐산나트륨(MSG) 없이도 감칠맛을 극대화하는 마법과 같다.

드디어 ‘가브리살 수육’이 등장했다. 윤기가 좔좔 흐르는 수육은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을 선사했다. 한 점 집어 입에 넣으니, 예상대로 마이야르 반응이 제대로 일어난 겉면의 크러스트가 혀를 즐겁게 했다. 촉촉한 속살은 콜라겐과 엘라스틴의 황금 비율을 자랑하는 듯했다. 돼지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은은한 허브 향이 풍미를 더했다.
곧이어 나온 ‘바지락술찜’은 비주얼부터 압도적이었다. 스테인리스 냄비 안에는 싱싱한 바지락과 새우가 가득했고, 붉은 고추와 파, 마늘이 흩뿌려져 있었다. 뜨거운 김이 코를 간지럽히자, 뇌는 즉각 ‘시원함’을 연상했다. 국물을 한 입 맛보니, 역시나 기대 이상의 맛이었다. 바지락에서 우러나온 시원한 국물은 타우린과 베타인, 글리신 등 다양한 아미노산의 복합적인 조화였다. 여기에 알코올이 더해져 감칠맛을 극대화했다. 마치 과학 실험에 성공한 연구원처럼, 나는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지락술찜에 추가할 수 있는 파스타 면이었다. 남은 국물에 파스타 면을 넣고 끓이니, 순식간에 고급 해산물 파스타가 완성됐다. 면에 스며든 바지락 육수는 그 자체로 훌륭한 소스였다.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의 완벽한 조화. 뇌는 다시 한번 도파민을 분비하며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다음 메뉴는 ‘국물 닭발’이었다. 캡사이신이 TRPV1 수용체를 자극하여 통증과 쾌감을 동시에 유발하는, 마성의 음식. 매운 음식을 즐기지 않는 나조차도 닭발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었다. 닭발을 입에 넣는 순간, 혀는 격렬하게 반응했다. 캡사이신의 매운맛이 뇌를 강타했고, 엔도르핀이 분비되며 고통을 잊게 했다. 콜라겐 함량이 높은 닭발은 쫄깃한 식감을 자랑했고, 매콤달콤한 양념은 중독성을 더했다. ‘이 집 닭발, 과학적으로 분석해볼 가치가 충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기본 안주로 제공되는 라면땅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였다. 짭짤하고 바삭한 라면땅은 소맥과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했다. 맥주의 탄산과 라면땅의 짭짤함이 만나 입안에서 폭발하는, 그야말로 ‘맛의 빅뱅’이었다. 눅눅한 라면땅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갓 튀겨낸 듯 바삭한 라면땅을 제공하는 센스도 돋보였다.
메뉴 선택에 어려움을 겪을 땐, ‘명란구이’를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겉은 살짝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명란구이는 오이와 함께 먹으면 짠맛을 중화시켜준다. 명란의 아미노산과 오이의 수분이 만나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효과가 있다. 술안주로도 좋지만, 식사 대용으로도 손색없는 메뉴였다.
뿐만 아니라, 영동포차에서는 다양한 한식 메뉴를 맛볼 수 있다. 쭈꾸미볶음은 매콤한 양념과 쫄깃한 쭈꾸미의 조화가 일품이고, 치즈 감자전은 고소한 감자와 짭짤한 치즈의 조합이 훌륭하다. 특히 늦은 시간까지 영업한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야식으로 닭발에 소주 한잔 기울이거나, 2차, 3차로 방문하여 다양한 안주를 맛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이날, 나는 영동포차에서 다양한 안주를 ‘실험’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음식의 맛은 물론, 분위기와 서비스까지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사장님과 직원들의 친절함은 덤이었다. 특히 사장님의 뛰어난 요리 솜씨는 혀를 즐겁게 하기에 충분했다. “손맛 좋은 사장님이 만드시는 맛있는 안주”라는 문구가 결코 과장이 아니었음을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재방문 의사를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YES’를 외칠 것이다. 다음에는 육사시미와 바질백숙에 도전해 볼 생각이다. 특히 육사시미는 신선도가 생명인데, 영동포차에서는 “인생 육사시미”를 맛볼 수 있다는 후기가 많아 기대된다. 바질백숙은 또 어떤 새로운 맛의 세계를 경험하게 해줄지, 벌써부터 설렌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회 한 접시’는 가격 대비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 차이일 수 있다. 다양한 메뉴가 준비되어 있으니, 자신에게 맞는 메뉴를 선택하면 만족스러운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계산을 마치고 포차 문을 나서는 순간, 뇌는 다시 한번 ‘맛있음’을 기억했다. 영동포차는 단순한 술집이 아닌, 맛있는 안주를 연구하는 ‘미식 실험실’과 같았다. 다음에 또 어떤 새로운 맛을 경험하게 해줄지, 기대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 저녁, 당신도 영동포차에서 미각 세포를 깨우는 짜릿한 경험을 해보는 건 어떨까?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